[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진행됐다. 자유한국당은 양 후보자에 대해 갖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밤 양 후보자가 노래방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공개해 비토 여론 조성에 힘쓰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의혹이 소명된 병역 문제, 직원 성추행 해결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문제제기를 이어나갔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왼쪽)가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마치고 신상진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양 후보자가 술 마시고 노래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양 후보자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공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양승동 후보자가 지난 2월 KBS 사장 추천위원회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것까지 문제 삼으며 '위선'이라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을 내 양승동 후보자 흠집내기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KBS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에 달고 나왔던 노란 리본은 뻔뻔한 추모쇼에 불과했다"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후보 사퇴를 하기 바란다"고 종용했다. 1일에는 전희경 대변인이 "KBS 사장 인사청문회에서 양승동 후보자가 세월호 침몰 당일 노래방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다녔던 위선적인 모습, 허위자료 제출과 조작도 서슴지 않는 행태가 청문회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양승동 후보자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뻔뻔함의 극치다. 자유한국당은 세월호 참사의 원죄를 벗지 못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온국민이 눈물 흘리게 만든 대형 참사였다. 2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고, 국민적 추모 물결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벌어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부의 무능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지난 2016년 겨울부터 시작된 박근혜 탄핵 국면 속에서 제기됐던 문제 중 하나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었다.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행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지만 어느 누구도 속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았다. 지난달 28일에야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 받은 시각은 10시 12분이었고,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지시를 내린 시각은 세월호가 108도로 전도된 이후인 10시 22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후 2시 15분쯤부터 약 40분간 최순실 씨와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등 비서관 3인방과 회의를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회의에서 중대본에 가기로 결정했고, 미용 관리사를 불러들였다고 한다.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탄식했고, 아직 비어있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을 더 철저하게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국민 정서적으로 세월호 참사 당일 양승동 후보자가 노래방에 간 것은 분노를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보면 최소한 양승동 후보자에게 위선이란 딱지를 붙이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양승동 후보자는 KBS 부산방송총국에서 근무하는 PD였다. 세월호 보도는 KBS본사와 광주방송총국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양 후보자는 세월호 보도에 중심에 있을 수도 없는 인물이다. 최소한 재난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해야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부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단 얘기다.

청문회에서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위가 어떻든 양승동 후보자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답변 태도였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세월호 당일 공직자도 아닌 PD가 노래방에 간 사실을 두고 사장 후보자 자격을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양승동 후보자는 결제를 법인카드로 했지만, KBS 공금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박대출 의원이 제시한 문서는 정산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전체 내역이 담긴 사용 내역이었다. 그러나 양 후보자 측이 KBS 재무 담당 부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서 양 후보자가 노래방에서 결제한 돈을 KBS 공금으로 내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유한국당 과방위 위원들. (연합뉴스)

오히려 질타받아야 할 것은 양승동 후보자보다 후보자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흠집내기에 몰입한 자유한국당이다. 강효상 의원은 양 후보자를 향해 "국어가 안 되는 사람", "초등학교는 나왔느냐"는 인신공격성 말꼬투리 잡기를 지속했다.

특히 강효상 의원이 양승동 후보자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장악을 지적하기 위해 '지난 10년'이라고 표현 부분을 갖고 "문재인 정부도 방송장악을 했다는 거냐"고 꼬투리를 잡는 모습은 자유한국당의 '유치함'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은 양승동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를 문제 삼으며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양 후보자 아들은 첫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으나, 질병이 발생해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재검에서 5급 전시근로역으로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질병이 중하고 개인의 신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라 공개가 어려웠다고 한다. 따라서 양승동 후보자 측은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과방위 의원실을 모두 찾아가 소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양 후보자는 관련 질의에 대해 "비공개로 열람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문제제기는 멈추지 않았다.

양승동 후보자 본인의 병역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양 후보자는 군 복무 시절 훈련소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이후 군 병원으로 후송됐고, 재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군단 병원에서, 군 병원, 국방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러한 사실에도 자유한국당은 "세 차례나 병원을 전전했다"면서 흠집내기에 혈안이었다.

자유한국당은 부하직원의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 질의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서슴지 않았다. 앞서 KBS 부산작가회는 "가해자 PD에 대해 KBS 부산PD협회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양승동 당시 KBS 부산국장은 작가회의 의견을 수렴해 사건 해결에 힘썼다. 사건 무마, 은폐 시도는 없었다"면서 "피해자는 오보로 인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한바탕 촌극이 벌어졌다. 김정재 의원은 청문회 자료 취합하기 위해 회의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KBS 직원들을 향해 "왜 제출을 못해, 못하는 게 어딨어"라고 소리를 질렀다. KBS 직원들이 반말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자, "내가 언제 반말했어요"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규형 전 KBS 이사는 KBS 직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강 전 이사가 KBS 직원들의 사진을 찍었고, 직원들이 사진 삭제를 요구하자 강 전 이사는 요구를 거부하며 조롱했다. 급기야 KBS 직원들을 향해 "XX같은 XX들, 왜 XX이야. 내가 몇장 찍는 거 갖고 XXX들이야. 야 찍어도 된대. 니도 기분 나쁘지. 자식들이 말이야. 집단 폭력에 중독이 돼서 이XX들이 말이야. 어디와서 갑질이야 이XX들이 말이야"라고 욕설까지 퍼부었다.

KBS 사장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한국 미디어의 중심으로 볼 수 있는 구석이 많다. KBS 사장 인사청문회가 만들어진 취지도 국민의 돈이 투여되는 공영방송사 사장을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철저히 검증하자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에서 보여준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검증보다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발목잡기'와 '무례함'의 전형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보수정당이다. 보수는 자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수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도대체 보수의 양심과 품격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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