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무한도전>다운 마무리였다. <무한도전>처럼 무려 1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라면 지난날 방송을 곱씹어 보면서 자신들의 업적을 자화자찬하거나 종영의 아쉬움을 토로할 법도 한데, 31일 <무한도전>은 평소와 다름없이 진행되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게 있다면 마지막 녹화, 방송임을 강조하고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는 것이다.

지난주 방영한 '보고싶다 친구야' 특집에 이어 지난 31일에도 <무한도전>은 멤버들의 친구의 부탁을 받고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지난주 유재석, 조세호에 이어 이번에는 양세형, 하하, 박명수, 정준하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양세형은 그의 친구 박나래의 부탁으로 박나래 조부모 댁을 찾아가 일손을 거들었고, 김종민 덕분에 건강검진을 받았던 하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꿈’에 대한 강연을 펼쳤다.

역시 이날 방송에서 가장 돋보였던 에피소드는 박명수와 정준하가 설악산으로 등산을 떠나는 장면이었다. <무한도전>은 곧 '하&수'의 역사이기도 했다. 찰떡 호흡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하&수가 있었기에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장수할 수 있었고, 웃음기 떨어졌을 때 막강한 구원투수의 노력을 톡톡히 했다.

<무한도전>을 이끈 진행자는 유재석이었지만, 유재석 외에도 다른 출연진과의 팀워크가 돋보인 <무한도전>이었다. <무한도전>에 고정으로 출연했던 이들은 출연자보다 멤버, 친구, 가족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게 들렸고, 지금까지 <무한도전>을 규정하는 정체성은 가족보다 더 가까운 동료들이었다.

멤버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구축했던 <무한도전>이기에 <무한도전>과의 이별이 여러모로 아쉽게 다가온다.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다행히도 <무한도전>은 이것이 완전히 마지막이 아니라고 강조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새로운 <무한도전>으로 찾아 뵐 것을 시청자들에게 약속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그리워지면 돌아와줘요."

승리를 제외하고 지드래곤, 태양, 대성 등 주요 멤버들이 대거 입대한 빅뱅의 신곡 '꽃길'을 마지막 엔딩곡으로 선정한 <무한도전>의 마지막은 끝까지 유쾌했다. '꽃길' 가사 내용 그대로 영원한 마지막이 아니라, 언젠가 돌아올 것을 암시한 여운 있는 마무리였다.

그동안 쉴 틈 없이 열심히 달렸으니, 좀 쉬었다가 언제라도 다시 시청자들 곁에 돌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 쉼이 유재석의 마지막 멘트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새로운 <무한도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난 13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해 준 <무한도전>의 영예로운 마지막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안녕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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