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이름은 아직도 어색하다. 언론조차 이 당을 부르는 호칭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또 언제 이름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과 이름을 바꾸기 전인 새누리당의 인상이 여전하다는 의미를 담은 현상이라 할 것이다. 아무리 이름을 바꾸고, 친박, 진박 등을 도려내도 현재 자유한국당에는 박근혜당의 본색과 본능이 살아있다는 의미로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 심증을 굳히게 하는 일들이 최근 벌어졌다.

언론들은 검찰 수사발표를 근거로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소위 ‘7시간의 비밀’ 일부를 보도했다. 사고가 일어나고 골든타임이 지나도록 대통령이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참사 당일의 대통령 동선에 대해서 철저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당연히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소한 고개를 수그리고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상책이었을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 문재인 정부가 체제변혁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해 좌파 폭주를 막는 국민 저항운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촛불 시민을 ‘7시간 부역자’라는 표현으로 비난하였고, 국정농단의 잘못을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 심지어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논평이 버젓이 제1야당의 대변인의 입을 통해 나온 것이다.

해당 논평은 거센 비난 앞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조차 잘못을 인정하였고, 해당 논평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에서 삭제되었다. 가뜩이나 경찰과의 설화로 곤경에 처한 자유한국당이 4월이 다가오는 시점에 세월호 참사를 건드렸다는 사실은 실질적으로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 해프닝은 자유한국당이 도로 박근혜당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박근혜당’일 수밖에 없다는 의심을 강하게 남기게 되었다.

자유한국당이 절대로 논평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세월호 참사이다.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 똘똘 뭉쳐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유족을 폄훼하고 괄시했던 사실은 용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다. 세월호 2기 특조위에 말썽 많은 황전원을 위원으로 다시 추천한 것만 봐도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세월호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세월호 진실규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 특조위)' 황전원 위원이 29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2기 세월호 특조위가 첫 회의를 열었다. 세월호 가족들은 회의에 참석하려던 황전원 씨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황전원 씨는 과거 특조위 상임위원 당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고, 실제 그런 발언들은 방송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렇듯 문제가 있는 인물을 다시 2기 특조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자유한국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음을 의미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 시민들을 가장 분노케 한 것은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세월호 참사 때 보인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태도였을 것이다. 그것을 아직도 모르는 자유한국당이기에 그런 논평이 나오고, 그런 인물을 특조위에 다시 추천한 것이라 할 것이다. 총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고치지 못한다면 아무리 무릎이 닳도록 꿇더라도 민심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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