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규 감독의 <앨리스 죽이기>(2017)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논쟁적 인물 중 하나였던 신은미를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미국의 자택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는 신은미에게서 출발한다. 노래하는 모습에서 짐작하겠지만 신은미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대학 강단에 선 적도 있다. 그녀의 인터뷰처럼 평생 음악만 하고 살 것 같았던 신은미가 이데올로기 논쟁에 휘말린 것은 우연한 기회에 다녀온 북한 여행과 그 여행기를 바탕으로 한 '통일 토크콘서트'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은미는 진짜 일부 종편 보도와 보수 단체의 주장대로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찬양 했을까. 훗날 법원이 내린 판결처럼 신은미는 황선과 함께한 통일 토크콘서트에서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는 이적행위를 하지 않았다. 종편에 의해서 논란이 된 신은미의 토크콘서트 발언은 “대동강 물이 깨끗하다.”, “(여행 중 만났던)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정도다. 신은미는 숱한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자신이 여행 중 경험한 북한을 북한의 전부라 말한 적이 없으며, 북한 사회의 일부일 뿐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앨리스 죽이기> 스틸이미지

하지만 신은미의 의도와 달리 그녀의 발언은 종편 보도에 의해 왜곡되어 퍼졌고, 신은미를 종북 인사로 몰고 가는 종편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돌을 던진다. 영화는 종북 세력으로 몰려 수난 당했던 신은미의 지난 행보와 그것을 부추긴 종편 보도를 교차 편집하며, 신은미가 종편 보도대로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종북 세력인지 그 진위를 파헤치고자 한다.

<앨리스 죽이기>는 한동안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논쟁적 인물 신은미를 옹호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신은미를 종북 인사로 규정했던 종편 보도와 이에 대한 반박 자료를 충실히 제시하며 종북 딱지에 가려진 진실을 찾고자 한다.

종북 인사로 몰린 신은미를 밀착 취재하며 그녀의 행보를 따라가는 <앨리스 죽이기>의 목표는 명확해 보인다. <앨리스 죽이기>는 신은미를 통해 그녀의 발언을 왜곡해 종북 인사로 몰고 간 종편 보도, 종편이 교묘하게 이용한 종북 포비아의 허구성을 드러낸다. 신은미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기보다 절제와 거리두기 시선이 돋보이는 <앨리스 죽이기>는 ‘종북 포비아’ 같은 분노와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 국민/비국민을 분리하며 성립해온 반공국가,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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