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 ‘똥개’ 등 경찰을 향해 연일 막말과 비난을 쏟아 붓던 자유한국당이 돌연 수그러들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를 비난하던 자유한국당은 공권력을 향해 도를 넘어선 비난이었다는 여론에 역풍을 맞고 말았다. 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보수적인 조직인 경찰을 적으로 돌린 전략 부재의 행동이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현직 경찰은 전국적으로 14만 명 규모. 거기에 가족까지 더하면 적지 않다. 결자해지라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나 장제원 대변인이 아닌 김성태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수습에 나선 김성태 원내대표의 발언은 사태를 무마시킬 수는 없어 보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슬그머니 경찰 전부가 아닌 울산경찰청장에 국한된 것이라고 했지만, 사과도 아닌 다음에야 성난 경찰조직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가 홍준표 대표와 엇박자라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그런 측면보다는 나름의 역할분담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당사자인 홍준표 대표와 장제원 대변인은 뒤로 빠진 채, 게다가 사과도 아닌 어정쩡한 말 바꾸기로 성난 경찰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자체가 무모한 것이다.

더군다나 자유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오직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보도들까지 겹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살짝 낮춘 자세는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이 상황은 단지 경찰 14만 명의 표를 잃었다는 사실 이상의 의미와 위기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두 사람에게 입마개만 씌우면 국민들은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는 말로 불난 집에 부채질까지 더했다.

당대표의 막말 일변도와 그보다 더한 대변인의 막말 정치에 대한 뚜렷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고민일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막말 정치는 일종의 할리우드 액션이나 다름없다. 지지도는 납작해져서 요지부동이고, 공격해야 할 정부는 탄탄해서 좀처럼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존재를 드러낼 유일한 돌파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꾸로 역효과를 내고 있는 막말정치는 급기야 홍준표 리더십을 흔들기에 이르렀다.

미친개·똥개…'울산시장 측근 비리'에 한국당-경찰 충돌 (MBC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의 꽃이라는 서울시장 후보 낙점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김병준 교수마저도 불출마에 대해 확정적인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너무 늦었다”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자 자유한국당 내부 분위기는 점점 더 암울해지고 당연히 홍준표 대표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인재영입을 책임진 홍 대표의 책임론은 피할 수 없는 결과라 할 것이다.

거기다가 오랫동안 불만을 억누르고 있던 자유한국당 중진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홍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대표의 막말은 혐오를 넘어 공포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최근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제명한다, 험지로 차출한다는 식으로 위협해왔다.

홍대표의 비호감 정치가 정부와 여당을 향할 때와는 달리 자유한국당 내부의 반발을 자극하게 된 것이다. 홍준표 대표에게는 요즘 상황이 ‘몽둥이 함부로 든 죄’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미친개 눈에는 몽둥이만 보인다”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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