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의 폭풍전개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을 듣는 MBC 새수목드라마 <로드넘버원>. 특히 '이장우(소지섭)-김수연(김하늘)'의 멜로라인 뼈대가, 시청자가 공감할 만큼 구축되지 않은 헐거운 상황에, 신태호(윤계상)를 등장시켜 김수연과 초스피드로 묶어버린 것은, 초반 패착으로 지목되고 있다.

<로드넘버원>은 전쟁을 소재로 한 휴먼멜로를 지향한다. 6.25전쟁의 실상과 아픔을 전달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필요하고, 그들의 상처를 극대화함으로써 문제를 풀고 본질에 접근하게 된다. 회를 거듭하면서 주인공의 갈등을 최고점으로 끌어올리고 시청자의 몰입과 공감을 얻기 위해선, '전쟁'이란 배경에 사실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주인공이 된 인물. '사랑'을 중심으로 한 관계도, 감정선, 캐릭터를 충분히 시청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

시청자를 설득력있게 리딩해야 할 제작진은 성급했다. 초반 바람몰이를 위해 볼거리에 치중한 나머지, 전쟁신과 러브신을 번갈아가며 브라운관에 투척했다. 특히 2회에 나온, 숲속 장우와 수연의 진한 키스신 도중, 두사람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태호의 등장은, 최악의 타이밍 넘버원으로 손색없다.

로드넘버원, '소지섭-김하늘' 민폐커플?

영촌교다리는 북한 탱크의 등장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목숨을 걸고 다리에 폭탄을 설치하려던 태호의 목숨 건 사투도 실패로 돌아간다. 적군에게 동료를 잃은 태호는, 수연에게 작전을 발설한 자신의 실수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 한편 그 시각 장우와 수연은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쓰고 있었다. 사랑을 위해 현실을 도피하고픈 장우와 그를 사랑하지만 형제를 버릴 수 없는 수연. 엇갈리는 두 사람. 아쉬움을 키스로 달래는 것마저, 허락치 않은 태호의 총구.

영촌교다리에서 생사를 오가던 태호가, 어떻게 알고 '장우(소지섭)-수연(김하늘)'의 키스현장을 덮쳤는지도 당황스럽지만, 그에 앞서 동료가 죽어가는 전쟁와중에 두남녀의 키스는 아무리 멜로의 중심인 주인공들이라도 애틋하기보단 민폐커플로 비춰질 수 있었다. 장우와 수연이 서로의 감정을 재확인할 키스타임은, 일단 전쟁신이 깔끔하게 마무리된 뒤, 시간적인 공백을 두고 해도 늦지 않았다.

물론 제작진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전쟁신과 러브신을 매치시킴으로써, '로드넘버원'이 하고픈 이야기를 한 장면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장우-수연'의 키스(사랑)를 가로막는 태호의 총구(전쟁), 그리고 세사람이 '전쟁과 사랑'속에 얽힐 수밖에 없음을... 다만 타이밍이 최악이다 보니, 배우들의 열연도 흡인력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로드넘버원>의 1,2회는, 시청자를 '이해'시킬 순 있었다해도, '공감'을 사긴 힘겨웠다. <태극기를휘날리며>와 같은 두시간짜리 영화가 아님에도, 지나치게 빠른 호흡속에 전쟁이란 배경과 사랑이란 멜로가, 동시에 최고점을 찍었기 때문이다. 6.25전쟁이 터졌고, '이장우-김수연-신태호'의 삼자대면이 이뤄졌다. 드라마의 내용파악부터 들어간 시청자로선,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잡을 준비가 안 된 상황이란 점이 아프다.

상반기 최고 히트작 <추노>를 돌아보면, 극초반 이대길(장혁)은 악독한 추노꾼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언년이(이다해)에 대한 애증을 품은 한 남자의 모습이 꾸준히 교차되었다. 대길에게 잡히듯 잡히지 않았던 언년이와의 만남은 회상에서 이뤄질 뿐, 극중반을 넘어선 후에야 재회했다. 초반 시청자는 '왜 대길이 추노꾼이 되었을까.'라는 시작부터 그의 캐릭터에 집중하다가, 회를 거듭할수록 인물들을 엮어서 생각한다. 죽은 줄 알았던 대길이 살아있음을 언년이가 알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브라운관에 몰입하듯이.

배경만 빼고 인물만 볼 때, <추노>는 폭풍전개로 시작했지만 '대길-언년-태하'를 엮는 데 서두르지 않았고 갈등도 서서히 끌어올렸다. 반면 <로드넘버원>은 같은 폭풍전개임에도, '장우-수연-태호'의 만남과 갈등이, 단 2회만에 수면위로 떠올랐다. 차라리 전쟁신은 없더라도, 초반 2회동안 '장우-수연'과 '수연-태호'의 멜로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뻔한 공식같지만, 주인공들이 헤어지고 재회해서 아파하는 것보다, 간발의 차로 못만나는 것이 안타깝게 만들고,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법이다. 그 안전한(?) 길을 <로드넘버원>은 이제 막 떠나려 한다. '장우-수연'의 재회는 어쩌면 불필요한 정류장과도 같았다. 그러나 현재 수연은 피난을 떠났고, 이후 오빠와 동생을 위해 월북을 감행할 예정이다. 극적 재미를 위해 어긋나게 될 세 사람의 행보가, 초반 실망감을 이기고 여전히 기대감을 숨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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