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6일이었다.

농어촌공사가 옥천군내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이원면 장찬리 장찬저수지를 대상으로 4대강 사업의 하나로 둑을 높이는 사업을 벌이겠다고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했던 것이.

행정 관할부서인 이원면에서는 장찬저수지 둑높임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리는지 불과 이틀 전에 알았고, 군에서도 7월31일에 공문을 접수해 설명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정도로 졸속행정의 표본을 보여준 사례였다. 공무원들도 주민설명회를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할 정도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전국 96개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둑높임’ 사업을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면서 장찬저수지도 이에 포함되게 되었다. 주민들은 반대에 나섰다.

▲ 수몰 위기에 놓인 장찬리 전경. 둑높임 사업이 진행되면 사진 속에서 보이는 마을 일대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옥천신문
장찬리 주민은 물론 이원면내 각급 기관단체에서도 결사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을 걸고 반대에 나섰다.

장찬리는 장찬저수지가 축조되던 1979년 이미 한 차례 주민들이 수몰을 경험했다. 마을에 저수지가 들어서면서 농경지는 물론 집들이 수몰되었고,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다.

지금 장찬리는 8가구가 살고 있다. 이원면내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 돼버렸다. 저수지가 생기기 전 100가구가 넘었다는 주민들의 말을 빌면 저수지 축조는 장찬리의 운명을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그런데 저수지 둑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면 기존보다 둑이 2.5m 더 높아지게 된다. 그나마 마을에 남아 있던 농경지나 집들이 물에 잠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 번 수몰을 당했던 사람들의 피해의식을 알아주기나 했으면. 집과 농토가 수몰당한 상처를 다시 한 번 당하라는 얘기입니까?”

주민설명회조차 형식적으로 치러진 마당에 말해 무엇하리오마는 마을 주민들은 지금 힘없는 주민들의 서러움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가에 의한 토지보상을 해준다고?

엉터리같은 소리다. 장찬리가 이원면 소재지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데다 산중에 있어서 땅값이 많이 나갈 리가 없다. 장찬리 땅 보상받아서 어디 옥천군내에서도 대체지를 마련하기 어려운 곳이다.

가령 지목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장찬리 땅은 잡종지나 논, 밭이 평으로 환산했을 때 공시지가로 두 자리수 가격을 넘기가 어렵다. 그러니 갈 곳도 없는 주민들이 더욱 서러울 뿐이다.

기본적으로 주민들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공사를 믿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로 마을 주변에 대체 택지를 조성한다고 했던 농어촌공사는 땅 주인이 땅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는 핑계로 주민과 합의했던 장소를 아무런 상의없이 변경하지를 않나, 이주가 어려운 주민들에 대한 대책을 물으면 마을회관 한켠에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든가 하는 말로 주민들을 울리고 있다.

본래 장찬저수지가 있는 골짜기는 물이 적은 곳이라, 산 중턱을 뚫어 도수로를 내고 산 건너편으로 흐르는 물을 돌려 저수량을 확보하는 저수지다. 옥천읍이나 동이면 등 옥천군내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저수지이긴 하지만 둑높임사업을 해야 할 정도로 수량이 부족했다거나 민원이 발생했던 곳이 아니다.

▲ 장찬리 저수지 둑높임사업 공청회가 지난 2009년 9월22일 장찬리 경로당에서 열렸다. 주민들은 이주보상대책이 확실히 마련되기 전에는 근본적으로 반대를 한다고 말했다. ⓒ옥천신문
거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애초 장찬저수지는 둑높임사업 대상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났던 곳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금강유역종합치수계획’에 의하면 장찬저수지가 둑높임 사업의 필요성이 없는 지역으로 분류됐다.

금강유역종합치수계획은 홍수 방지의 한 방법으로 농업용 저수지 재개발을 제시하고 금강 유역 내 31개 저수지의 둑높임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데 장찬저수지는 둑을 높이더라도 저수지로 물이 흘러들어올 유역면적이 5.12㎢에 불과해 수량이 너무 적다는 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농어촌공사에서는 저수지가 있는 지역에 낙후돼 있어 4대강 사업으로 지역을 개발하면 주민에게도 이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둑을 높여도 효용성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나온 저수지를 대상으로 180억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어 사업을 해야 할 필요성은 무엇인가?

그나마도 장찬저수지 둑높임 사업은 규모가 적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도, 사업타당성 검토도 모두 비껴갔다.

그야말로 주민을 위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농어촌공사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격이다.

낙후지역 개발을 필요하다면 지역의 의견을 모아, 발전방안을 협의하고 설명하고 설득을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할 일이다.

그런데 장찬저수지 둑높임 사업은 뭔가 거꾸로 되도 한참 거꾸로 되었다.

주민들이 관광개발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마을에서 나가겠다고 토지 보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수몰의 한을 안고 있을망정 오순도순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이런 평지풍파도 없다.

책상에서 자기들끼리 계획 짜고, 측량하고 설계해서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것이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민들의 삶을 바꿔놓으면서까지 잘 살게 하려면 차라리 저수지를 그냥 두고 지원하는 길이 더 낫다.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한다.

환경단체, 시민단체, 전문가 그룹은 물론이고 종교계가 모두 일어나 반대하고 있는 4대강 개발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는 중앙정부와 불가능하다고 분석된 장찬저수지 둑높임 사업을 ‘밀어붙이기’로 추진하고 있는 꼴은 닮아 있다 못해 똑같다.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본 적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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