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룰 것인가는 참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더욱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전히 휴전중인 남북 간의 대립은 그 어떤 전쟁사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의 독특함이 남겨져 있습니다. 60년 전의 그 날을 기리는 전쟁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사랑, 가장 극단적인 것들이 모여 그들을 만든다

1. 전쟁이 갈라놓은 지독한 운명의 시작

난생 처음 접하는 탱크는 최전방에 주둔하고 있던 병사들에게는 놀라운 존재였습니다. 어디에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포들에 혼비백산하는 상황에서 정체를 드러낸 탱크는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총 한 자루 쥐고 거대한 탱크들과 맞서야만 하는 그들에게 선택은 단 하나였습니다.

천천히 그렇지만 무섭게 다가오는 탱크를 피해 퇴각을 시작합니다. 북한군 탱크는 주유를 준비하고 국군은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키기에 분주합니다. 삼팔선 전체가 막강한 탱크 부대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을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는 다리를 건너 남하를 결정합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수연은 오빠를 찾고 장우는 수연을 찾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절실한 누군가를 찾는 그들은 서로를 버릴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달을 수밖에는 없지요. 수연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전장에 나섰던 장우와 남겨진 가족을 위해서 자신도 포기할 수 있는 수연.

그 누구도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가 함께 하기를 다짐하는 순간 그들 앞에 나타난 태호는 자신에게 했던 사랑이 진실이었냐고 묻습니다. 농락당한 듯한 사랑에 분노하는 태호에게 장우가 없는 세상에서 당신에게 했던 말들에 거짓은 없었다는 이야기가 그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장우의 아버지는 전쟁을 피해 피난을 가던 도중 포격에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그런 아버지를 수연에게 맞기고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이별을 합니다. 자신이 이 상황에서 적군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이지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이 살아있음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밖에 없는 그는 그렇게 전역자에서 다시 하사관으로 총을 잡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오직 수연과 행복한 삶을 기대하며 버텨왔던 장우. 그 잔인한 기억들로 고통스러운 그가 다시 총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자신이 사랑하는 수연 때문입니다.

전쟁이라는 가장 두려운 상황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아름다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해가지만 그렇기에 지키고 싶은 것들은 더욱 간절해지기만 합니다. 전쟁은 죽음을 찬양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죽음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전쟁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식상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실제 그렇기 때문이지요. 단순한 전쟁만을 담아낸다면 가장 지독하고 잔인한 영상일 뿐일 것입니다. 좌와 우도 아닌 단순히 살기 위해 택한 군인이라는 직업과 사명감으로 참여했던 전쟁. 그 잔혹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던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은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피난길에 오른 사람들과 마지막까지 그들을 버릴 수 없어 적군의 탱크 부대를 막기 위해 남겨진 군인들. 사랑하는 여인을 보내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 남겨진 두 남자의 운명은 한 여자를 사랑하는 연적이 아닌 생사를 함께 하는 전우로서 함께 합니다.

2. 모두를 압도하는 최민수의 존재감

아직 드라마가 초반이다 보니 등장인물들의 카리스마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1회 소지섭의 전쟁 장면들이 강렬하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모두를 압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장우와 수연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구축되었는지를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2회 전쟁이 발발하며 긴박한 상황에 몰린 그들이 절규를 하고 강렬한 눈빛 연기를 펼쳤지만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인위적으로 느껴졌던 것은 어쩌면 드라마의 전개상 그들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수연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달려온 장우와 태호의 대립은 엉뚱하기만 합니다. 이해를 하자면 오직 수연만을 위해 살아왔던 장우에게 전쟁은 남의 일입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수연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 뿐이지요. 그런 그에게 전쟁의 시작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하는 상황이 아닌 수연을 지켜야 하는 의무감만 앞섭니다.

첫 눈에 반한 수연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태호는 결혼을 하루 앞두고 죽었다는 장우가 등장하며 모든 것이 끝나버렸습니다. 어렵게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죽음까지 불사했던 수연의 남자 장우의 등장은 태호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존재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육사를 나와 장교로 전장에 나선 그에게 전쟁은 꼭 막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는 군인인 그에게도 수연은 너무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비록 그녀가 남로당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여전히 자신을 지배하는 수연을 사랑하는 태호는 그래서 힘들고 슬프기만 합니다.

그런 감정 선들을 모두 드러낸 <로드 넘버 원> 2회에서 보여준 소지섭과 윤계상의 강렬한 눈빛 연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하는 그들의 모습이 조금은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고 아직은 낯설게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배우들을 압도한 카리스마는 다름 아닌 최민수였습니다. 최민수는 그동안 그가 보여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일상의 모습에서 일관되게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를 가져왔습니다. 초기 코믹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강렬한 눈빛과 액션 등은 실제 생활과 혼동을 일으키며 그를 지배하고 최민수라는 존재를 각인시켰기에 <로드 넘버 원>에서도 유사한 배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동안 조금은 비열하고 과도하게 강렬하기만 했던 최민수는 <로드 넘버 원>에서는 달랐습니다. 2중대를 지휘하는 중대장으로 등장하는 최민수는 강인함보다는 여유롭고 편안함으로 모두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부하들을 강인한 카리스마로 압도하는 것이 아닌, 친근함과 포근함으로 감싸는 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하게 뒤집는 새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천상 군인인 2중대장 윤삼수로 등장하는 최민수는 폭압적이고 힘이 지배하는 존재감이 아닌, 불의에 맞서고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존재감으로 강인함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생사가 달린 긴박한 상황에서 감정보다는 이성으로 다가가는 그의 리더십은 <로드 넘버 원>을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2회가 진행된 이 드라마에서 소지섭도 윤계상도 아닌 돌아온 최민수가 돋보이는 것은, 외형적인 강함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으로 따뜻하게 감싸는 포용력 높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성이 앞서고 다혈질인 손창민과 어떤 호흡을 맞출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소지섭과 윤계상 구도와 최민수와 손창민의 대립은 <로드 넘버 원>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으로 다가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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