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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위원장님, 현실이 부박하니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겁니까?[기자수첩]
김완 기자 | 승인 2010.06.24 17:09

“김재철 사장은 합법적으로 된 사람이었다. 김재철을 몰아내면 MBC가 바로 설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때문에 김재철 사장을 몰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김재철 사장이 버티고 있고 청와대가 개입돼 있는 것이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MBC 노조가 청와대까지 박살내야 하는 것인가. 노조는 한국사회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는 집단이다”

   
  ▲ 이근행 MBC 노조 위원장ⓒ권순택  
 
어제(23일) <미디어공공성포럼>이 주최한 ‘한국사회 미디어 공공성의 현실과 진단’ 토론회에서 이근행 MBC 노조위원장의 발언이다. 씁쓸했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다 싶어, 현장을 취재한 기자에게 전체 발언이 실려 있는 녹취록을 받았다. 다시, 꼼꼼히 읽어봤다. 전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발언을 한 것인지는 이해가 됐다. 현장 패널들의 분위기 역시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씁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전략적이지 못한, 두둔적인 발언이라 생각된다. MBC 노조의 활동에 대해 수차례 글을 쓰고 한 입장에서 그가 두둔하려는 무엇이 ‘언론 민주화’나 ‘공영방송의 사회적 가치’였다면 좋았을 텐데, 맥락 상 그렇지는 않았다.

이근행 위원장의 발언에는 현실이 부박하니 곧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인식이 깔려있다. 오랜 투쟁에 지친 것일까. 해고라고 하는 가장 극단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그의 시간을 충분히 이해하더라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근행 위원장의 프레임에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게다가 뒤집어보면 그 프레임은 또한 어떤 부조리도 정당화해줄 수 있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김재철이 ‘합법’적으로 된 사람이라 것, 그러니까 MBC의 모든 문제가 김재철 퇴진으로 정리될 건 아니라는 그의 얘기를 ‘선의’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 문장이 노조위원장을 발화자로 한다면 그 다음의 무엇이 함께 나와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번에 이 문장은, 그렇다면 왜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을 막아 세웠던 것일까라는 의문에 도달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그렇다면 왜 합법적으로 된, MBC 문제의 전체가 아닌, 청와대까지 개입돼 노조가 어쩔 수 없는 그런 사람의 출근을 저지했던 것인가?

우문이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다. 썩은 사과 하나가 온 광주리를 다 망치기 때문이다. 김재철이 바로 썩은 사과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과를 광주리에 담아 두는 것 자체가 합당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진위가 다른 것이라면 표현이 서툰 것이고, 정녕 그렇게 생각한다면 일각의 우려대로 현행 MBC 노조 집행부가 무기력한 것이 맞다.

언론장악이라고 하는 실존하는, 그러나 다차원인 추상 속에서 MBC 노조가 과도하리만큼 무거운 짐을 부여 받은 것은 분명하다. 조중동이 사력을 다해 MBC 노조에 대한 폄훼를 진행했던 것은 단적인 장면이었다. 기대와 달리 MBC 노조가 다소 무기력하게 파업 중단을 선언했을 땐 또 맥락을 달리하는 이러저러한 우려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양방향에서 전개된 압박에 MBC 노조는 겹으로 힘들고,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결과는 아시다시피 대량 해고, 유례없는 징계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다. 이럴 때 일수록 고유 명사로서 노동조합의 의미를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 위원장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지 분명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대리전’을 운운하며 고립될 것이 아니라 투쟁의 목표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각인해야 할 것이다. 이 싸움의 목표는 훈육되고 계몽되는 ‘언론’을 거부하는 것에 있는 것이지, MBC 내부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불가피함을 역설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상대성일 것이다. 이근행 위원장의 말처럼 김재철을 몰아낸다고 해서 언론 기능의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다만, 김재철이라고 하는 시스템이 작동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것이냐 혹은 김재철이라고 하는 시스템의 작동이 특별한 오작동을 하지 않는다면 용인될 수 있는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낙하산 저지 투쟁 당시, 김재철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던 이근행 위원장의 호칭이 기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곤 했다. 당시에는 이근행 위원장의 품성이 그 만큼 반듯하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던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후 독대와 파업 철회 과정에서 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근행 위원장은 ‘MBC 외부에서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고 했다. 이해하기 힘든 것이 무언인지를 번번이 밝히지 않으면서, 이해하기 힘든 걸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근행 집행부가 전임 집행부들과 비교할 때, 시민사회와의 관계에서 폐쇄적이라는 지적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그의 말마따나 앞으로도 긴 싸움이 남았다. 호흡을 고르며, MBC 노조의 활동을 ‘국민의 편’에서 이해해달라고 하기에 앞서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으면 한다. 행여, 위원장이 ‘노조원’만을 위해, ‘MBC’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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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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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행만사 2010-06-25 14:53:17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현장의 고뇌를 이야기 하는 것인데 책임질 일
    하나 없는 사람들이 찧고 까부는구나. 감정을 글로 옮기기 전에 깊이 화자의 심정을 동일시 해 본 뒤에 글로 옮기는 정중함과 숙고를 요구함.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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