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당선자의 기조 발언이 끝나고 내신 기자 4명과 외신 기자 1명의 질문을 받은 뒤 기자회견은 끝났다. 이날 회견은 이명박 당선자의 첫 기자회견이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가 던질 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하루 밤 사이에 달라진 그의 위상으로 인해 기자들이 어떻게 대하느냐도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될 만 했다.

질문을 받겠다고 하자 먼저 동아일보 기자가 손을 들었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동아일보의 OOO 기자입니다.” 답변이 끝나고 그 다음 연합뉴스 기자가 손을 들었다.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연합뉴스의 OOO 기자입니다.”

▲ 12월20일 오전 진행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기자회견.
질문을 한 4명의 우리나라 기자 모두가 자신을 OOO 기자로 소개했다. ‘기자’ 회견이므로 그냥 “OOOO의 OOO입니다”라고 자기를 소개하면 충분한데, 굳이 ‘OOO 기자’ 라고 소개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자 아닌 사람도 질문하나?

게다가 기자 입장에서는 ‘대통령 당선자’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도 존칭이 되는데 굳이 ‘당선자님’이라고 부른 기자도 있었다.

기자는 각 신문사를 대표하여 취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재원에게 '예의는 갖추되' 항상 취재원과 대등한 입장에서 묻고 답하고 취재하면 된다.

▲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대통령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라는 말 자체가 최고의 존칭이기 때문에 기자들은 그냥 “OOO 대통령께서는…”이라고 하면 된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참모들이 ‘대통령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하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기 때문에 우리 기자들이 더 깎듯이(?) 예의를 갖춘 것 아니냐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감시의 대상인 정부 관리나 취재원을 어떻게 부르느냐가 경우에 따라서는 엉뚱한 오해를 살 수도 있고, 기자와 공직자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줄 수도 있다. ‘견습기자’ 시절에 선배들한테 훈련받을 때 생각이 나서 해 본 소리다.

기자들이여, 공직자와 취재원에 대해 "예의는 갖추되 당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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