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미카미 유아의 한국 걸그룹 데뷔 쇼케이스가 결국 불발됐다. 미카미 유아를 위시한 일본 AV 배우 3인방이 ‘허니팝콘’이라는 타이틀로 국내 데뷔를 노리고 금주 14일에 열릴 예정이던 데뷔 쇼케이스는 이젠 없던 일이 됐다.

허니팝콘의 SNS 계정을 보면 이들 삼인방이 한국에서의 데뷔를 위해 음악성으로 무장하고 걸그룹 준비를 착실하게 했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의 계정엔 보도자료로 이슈화가 될 무렵에는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와 모모랜드, 여자친구의 노래를 커버댄스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었다. 미카미 유아를 위시한 이들이 한국어로 얼마나 노래를 잘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 혹은 한국어라는 외국어가 부족하다면 일어로 노래를 얼마나 소화할 수 있나 하는 ‘가창력’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은 찾기 어려웠다. 명색이 SKE48 출신인데도 말이다.

걸그룹 허니팝콘 [사진 KYUN CREATE 제공]

데뷔를 앞두고 있는 가수라면 커버댄스를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전에 가수의 기본 자질을 SNS로 어필했어야 마땅했을 텐데, 한국어로 된 가창력에 대한 영상 어필이 부재하다시피 한 점에 대해 물음표를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3월 6일과 8일 이들의 계정에서 보통의 가수라면 절대 올리지 않았을 사진이 올라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어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가창력보다 ‘섹스어필’로 한국에서 승부하고자 하는 이들의 의도를 간파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일본 AV 배우의 이미지 세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최종적으로 지울 수 없었다.

가창력이 우려되는 허니팝콘이 한국에서 걸그룹 데뷔를 마쳤을 때의 파장은 외국 성인배우의 한국 가요 시장에서의 걸그룹화라는 ‘이미지 세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이돌의 ‘성 상품화’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기사 ‘일본 AV 배우가 걸그룹으로 한국시장 노크하는 초유의 사태(기사링크)’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일본 성인배우가 한국 가요시장에 추가로 노크할 가능성을 한층 높게 만들 우려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만일 일본 AV 배우가 한국 음반 시장에서 활동하게 된다면, 한국과 일본 외의 다른 나라에서 K-POP 가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왜곡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기에 추가로 우려의 시각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허니팝콘이 한국에 데뷔할 것에 대한 우려는 학부모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외국인 성인 배우의 걸그룹 데뷔는 아이돌의 성 상품화와 왜곡된 아이돌 추종을 우려한 학부모들에 의해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에게 일본 AV 배우의 한국 가요시장 데뷔를 반대하는 민원이 제기되기까지 이르렀다.

허니팝콘 한국 데뷔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 갈무리)

거기에 허니팝콘의 K-POP 데뷔를 반대하는 내용의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있다. 현재 15,000명이 넘는 한국의 학부모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기할 정도로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허니팝콘이 진정으로 한국에서의 걸그룹 데뷔를 바랐다면 SNS에서 커버댄스를 올리는 대신에 한국어 어휘 구사가 어느 정도 되는가를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가수로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노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영상을 올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 일본 성인배우들은 가창력이 아닌 섹스어필로 다가서는 사진을 업로드하는 바람에 한국 학부모들의 원성을 자초하고 말았다. 이들에게 SNS는 홍보의 통로로 활용되는 대신에 ‘허니팝콘의 한국 데뷔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라는 부메랑으로 날아든 거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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