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장희빈은 동이가 운명적인 상대임을 눈치채게 되었는데요.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이가 지옥에서 자신을 단죄하기 위해 살아온 것처럼 두렵기도 하고, 예전 김환이 했던 그 말이 떠올라 진작에 눈치채지 못한 자신이 한스럽기도 합니다.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항아님. 항아님처럼 빛나고 항아님처럼 귀한 이가 말입니다.
광영상수 양인영. 빛과 그림자는 항상 붙어다니니 빛이 그림자를 불러들인다.
숙명처럼 같은 운명을 불러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항아님입니다. 항아님은 전부를 가졌지만, 다른 이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항아님은 모든 것을 손에 쥐었지만, 다른 이는 모든 것을 빼았긴 채 시작하게 되지요.

그럼 다른 한 사람이 그림자란 말씀입니까?

아니요. 그림자는 항아님입니다.

예? 모든 걸 가진 제가 모든 걸 잃은 자의 그림자가 된다구요?

그렇습니다. 만약 그 아이가 살아온다고 하면 항아님은 그 빛을 넘지 못하십니다.

드디어 빛의 존재를 알아챈 그림자 장희빈

장희빈은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상이 폐비인 줄로만 알았던 모양입니다. 장희빈이 중전의 자리에 오르면서 모든 것을 가지게 되고, 인현왕후가 폐비가 됨에 따라 모든 것을 잃게 되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장희빈은 폐비가 다시 궁궐로 돌아오는 것이 김환이 마지막에 자신에게 경고한 그 빛을 넘지 못한다는 말로 착각을 했나 봅니다.

하지만 장희재에게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이가 아직 살아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비로서 김환이 마지막에 그 아이가 살아오게 되면 자신이 그 빛을 넘지 못한다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김환의 말대로 광명상수 양인영(빛과 그림자는 항상 붙어다니니 빛이 그림자를 불러들인다), 결국 동이는 장희빈이 음변 사건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며 장희빈을 불러들인 것이었지요.

당시 장희빈은 자신의 누명을 푸는데 동이가 도움을 주었다는 것을 듣고, 동이를 불러 처음 만나게 되는데요. 장희빈은 동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되고 동이를 시험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때까지만 해도 동이가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상일수도 있다는 것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듯 한데요. 하지만 전혀 욕심이 없는 동이를 보고는 동이를 용의선상에서 아예 제외시켜버리게 됩니다.

맑은 아이로구나. 눈빛이 좋다. 천비답지 않게 영특하고 기품도 있어.

정색황위귀 천자백역기
국화라면 황국을 귀하다지만 하늘이 낸 자태는 백색도 아름답네.
고경명의 황백국이라는 시다. 이 시의 다음구절을 읊어 보아라.

역시 내가 옳게 봤구나. 글을 알거라 생각했다. 내 이번에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는데 니가 큰 공을 세웠다 들었다. 너에게 상을 내리고 싶은데 혹 원하는 것이 있느냐? 어떤 귀한 것도 상관없다. 욕심이 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주마.

상으로 원하는 것이 없다. 정말이냐? 그건 좀 실망이구나. 욕심이 없다는 건 말이다.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니란다. 어째서냐? 니가 천비라서 그런 것이냐? 그런 욕심이 너 같은 천비에게 가당치 않은 것이라서? 아쉽구나. 니가 감히 당치않은 것을 꿈꾸고 얻을 수 없는 것을 원했다면 더욱 맘에 들었을텐데.

그렇게 완전 방심함에 따라, 천비의 신분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동이를 보면서 마치 예전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데요. 그래서 동이가 자신의 목을 죄여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채, 동이를 위해 감찰부로 출두하기도 하고 동이를 감찰부로 넣어 감찰부를 흔들려고도 했었죠. 하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이 직접, 자신을 위협할 수 있도록 동이에게 칼을 쥐어준 꼴이었습니다.

이번에 저를 도운 아이가 있습니다. 영리하고 믿을만한 아이지요.
먼저 그 아이를 앞세워 잔잔한 내명부 연못에 돌을 던져볼 작정입니다.

이에 사람보는 눈이 남다른 장희재가 동이를 보고는 장희빈에게 충고를 하기도 했는데요. 장희빈은 그런 장희재의 말을 무시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듯 합니다.

그 아이를 보아하니 마마님이 왜 그 아이를 맘에 들어하시는지는 알 것 같았습니다.
그나 저 같으면은 그 아이를 곁에 두지 않겠습니다. 마마님.

제가 이렇게 말씀 드렸을 때 언제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다만, 그 아이가 가진 것이 마마님과 너무도 닮은 것 같아서 그것이 맘에 걸립니다.
천한 출신이지만 남다른 재주와 비상한 머리를 가진 것이 마마님이십니다.
그래서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고, 그런 이는 세상에 마마님 단 한분이면 족합니다.
헌데 어째서 마마님을 닮은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려 하십니까?

그렇게 자신의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신뢰했던 동이가, 명성대비를 시해하려는 장희재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어긋나기 시작하는데요. 게다가 숙종이 동이를 맘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장희빈은 동이에 대한 마음을 완전 접고 없애려고 합니다.

이미 늦어버린 장희빈, 정해진 운명의 안타까움

그렇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이가 살아있다는 소리를 들은 장희빈은 그제서야 동이가 자신과 같은 천을귀인의 상이었음을 알게 되고, 동이가 살아 돌아오는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환이 할 수 있다면 정당하게 맞서지 말고 술수를 쓰라고 충고한 것을 떠올리며, 장희빈은 목숨까지 걸고 술수를 감행하게 되는데요.

자신과 남인들이 죄를 뒤집어 씌워 쫓아낸 폐비의 누명을 벗기려 동이가 살아돌아오기 전에, 선수쳐서 폐비를 없애버리려고 합니다. 독약까지 마시는 위험을 감수하며, 폐비와 그녀를 추종하는 세력들에 의해 당한 것처럼 꾸며서 궁지에 몰아넣은 것이죠.

하지만 동이가 살아 돌아온다면 결코 장희빈은 그 빛(동이)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김환의 말처럼, 이미 장희빈 몰래 궁궐로 돌아와 버린 동이에 의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던 그런 계략이 무위로 돌아가게 될텐데요. 그렇게 이미 살아돌아온 불사신 동이와, 그 빛을 넘지 못해 점점 더 망가져 가게 될 장희빈의 정해진 운명은 장희빈의 입장에서 참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일단 현재로서는 궁궐에 몰래 들어온 동이가 폐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선 숙종과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요. 과연 동이가 어떤 방법으로 숙종과 재회하게 될지 상당히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후원으로 들어가려는 동이는 결국 쫓겨나고, 그런 소란에 동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던 숙종은 결국 장희빈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발걸음을 옮길 듯 한데요.(숙종의 마지막 놀라는 장면, 이제 시청자는 그런 것에 낚이지 않아요) 암튼 그렇게 감질맛 나게 한번 만들어 준 뒤에 극적으로 재회하게 되겠지요.

아마도 예고에서 잠깐 보여준 해금을 동이가 키면서 해금소리로 숙종을 불러 재회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여러 번 동이의 해금소리는 숙종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며, 유혹하듯 숙종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으니까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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