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사장이 1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KBS 수신료 현실화 공청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수신료 인상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추진하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난 6월14일 KBS 경영진 주최 수신료 인상 관련 토론회에서 KBS 경영진 쪽에서는 광고없이 월 6500원으로 수신료를 4000원 인상하면 자신들이 세운 △공적책무 확대계획 및 BCG 개선안의 전부를 실행할 수 있으며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문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인상하면 도대체 KBS에 떨어지는 순수입 증가 효과는 얼마나 되기에 전부 다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일까?

KBS 경영진이 26여억원이나 들여 만든 보스턴컨설팅(BCG)의 보고서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KBS 경영진 역시 온갖 공적 책무 확대 계획에 드는 비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BCG 보고서의 수신료 관련 부문이 일부 소개되긴 했으나, 도대체 어디에 얼마나 쓰이기에 6500원 인상안이 나왔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렇게 수신료 관련 돌아가는 상황이 산수를 하게끔 만든다. 수신료를 올릴 경우 KBS에 돌아가는 순수입은 추정이 어렵지 않다. 2009년 KBS의 전체 수입 규모인 1조3500억원을 기준으로 계산을 해볼 수 있다. 향후 수입 추정을 위해선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KBS 수입 구조, 수신료 500원 인상 때 연간 증가 규모가 그것이다.

2009년 KBS 결산에 따르면, KBS 수입구조는 수신료 수입 41%(5540억원), 광고 수입 38%(5180억원), 콘텐츠 판매 및 협찬을 포함하는 기타수입 21%(2786억원)이다. 2009년 수입구조는 그 이전 5년(2004∼2008년)의 평균 수치와 견줘보면 몇 가지 차이가 난다. 이전 5년 평균의 수입 구조를 보면, 수신료 39.9%, 광고 46.2%, 기타 13.9%이다. 전체 수입에서 수신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과 비슷한데 광고 비중과 협찬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인다. 2009년 협찬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KBS에 협찬이 쏠리는 ‘관제방송화 효과’가 작용했다고 할 것이다. 2009년 발생한 기타 수입의 이런 예외적인 비대화를 감안해, KBS의 수입구조는 편의상 수신료 40%, 광고 40%, 기타 20%인 것으로 가정한다.

KBS 쪽에서는 수신료 인상에 따라 연간 증가되는 수신료 수입 규모를 위와 같이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수신료가 500원 인상되면 연간 1000억∼1100억원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여기서는 수신료 면제 가구 확대 등을 감안해 500원 인상 당 105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가정했다.

4천원 올려도 디지털 전환투자 빼면 5년간 순수입 증가 1700억원 안팎

이 두 가지 가정에 맞게 2009년 KBS의 전체 수입 1조3500억원을 분해하면 수신료 40%(5400억원), 광고 40%(5400억원), 기타 20%(2700억원)이다. 이런 전제에서 수신료가 6500원으로 월 4000원 인상되고 광고가 폐지되는 효과를 살펴보자.

월 4000원 인상되면 연간 추가로 늘어나는 수신료 수입은 8400억원[=1050억원(500원 인상 때 연간 증가수입)×8]이다. 콘텐츠 판매와 협찬을 포함한 기타 수입을 2700억원에서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면, KBS의 수신료 수입은 1조3800억원(5400억원+8400억원)이며, 전체 수입은 여기에 기타 2700억원을 더한 1조6500억원이다.

연간 3000억원(1조65000억-1조3500억원)이 순수하게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KBS에 남는 건 3000억원이 아니다. 7% 가량을 수신료 징수대행을 하고 있는 한국전력에 줘야 한다. 그게 대략 966억원(1조3800×7/100)이다. EBS에 배분하는 비율을 3%에서 5%로 늘리겠다고 하는 걸 감안하면, 690억원(1조3800억원×5/100)은 EBS의 몫이다. 3000억원에서 1646억원을 빼고 나면, KBS에는 연간 1450여억원이 순수하게 남는다. 5년간 합계를 하면 7250억원 정도가 KBS에 떨어진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에 KBS가 투자해야 할 규모가 5611억원이라는 점이다. 이 금액을 빼면 KBS에 남는 돈은 향후 5년간 약 1640억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KBS는 1640억원의 74%에 이르는 1200억원 규모의 흑자를 지난해와 올해 거둘 게 확실하다. 2009년 7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500억원 가량의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KBS의 디지털 전환에 드는 5611억원을 빼면, 수신료를 올릴 필요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결국, 1640억원으로 2014년까지 BCG 보고서에 나오는 ‘신 KBS 블루프린트 14대 변화과제’를 포함해 수많은 공적 책무를 수행하겠다는 게 KBS 경영진이 주장하는 수신료 인상의 실체다. 이게 과연 가능할 것인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BCG 보고서에 담긴 14대 변화과제 중에는 보도·교양 부문의 제작비를 1.5∼2배 올리겠다는 계획까지 포함돼 있다. 이병순 ‘관제사장’이 부임한 이후인 2009년 1∼6월까지 KBS 교양/보도 부문 제작비는 14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220억원보다 34% 축소됐다. 2009년 교양/보도 부문 제작비를 300억원으로 가정하고 2009년 수준의 2배로 늘리면 연간 300억원이 더 들고 이 수준을 2014년까지 유지한다고 하면, 5년간 1500억원이 더 필요하다. 6500원으로 수신료 올리고 나서 디지털 전환 투자비용을 빼고 나서 향후 5년간 KBS에 순수하게 남는 1640억원으로 거의 다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광고 폐지/축소하면 공적 책무 확대 위해 남는 재원 거의 없어

같은 방식으로, 수신료를 4600원으로 월 2100원 인상하고 광고를 총수입의 20%로 축소할 경우 KBS의 연간 수입 증가를 계산해 보면, 더 황당한 결론에 도달한다. 연간 총수입은 1조5640억원(수신료 9810억원+광고 3130억원+기타 2700억원)으로 2140억원 늘어난다. 여기서 한국전력과 EBS에 돌아가야 할 몫 687억원(9810억원×7/100), 491억원(9810억원×5/100)을 빼면, 달랑 960여억원밖에 안 남는다. 5년간 합계를 내봤자 4800억원밖에 안 된다. KBS가 2010년부터 3년간 감당해야 할 디지털 전환 투자비용 5611억원에도 밑도는 수준이다.

한 마디로 말해, KBS 경영진과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수신료 인상안은 총체적인 부실 덩어리 그 자체다. 유일하게 확실한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광고 축소나 폐지이다. 광고 축소나 폐지를 통해 시장에 KBS 2TV의 광고를 시장에 흘러나오게 한다는 것만이 유일하게 확실하다. 4600원으로 올리고 광고 비중을 총수입의 20%로 한다고 했을 때, 시장으로 흘러드는 연간 광고 규모는 2270억원(5400억-3130억원) 수준으로 어림할 수 있다. 광고를 없앤다고 할 때 연간 5400억원이 시장에 흘러든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모른다. 어림셈으로 잡는다고 해도, KBS의 디지털 전환에 투자할 5611억원을 충당하고 나면 나머지 공적 책무 확대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수신료 인상안에 동의하는 KBS 구성원은 바보나 멍청이라고 해야 맞다. KBS 디지털전환투자는 수신료 인상보다는 국고보조금을 신청하거나 가전사로 하여금 그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길이다. 공적 책무 확대의 첫걸음은, 정치적 독립과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해 보도의 공정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KBS 경영진 주최 토론회에서 약속했던 “국민 신뢰 확보 위해 이사회 정보 공개 수준 강화”를 지금 당장 실천해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이사회 정보 공개 수준 강화는 수신료 인상과 연계시킬 필요가 없는 의지와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청자 부담만 늘리고 KBS를 중장기적으로 골병들게 만드는 수신료 인상안은 폐기하는 게 맞다. 하지만 김인규 사장과 손병두 이사장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26여억원이나 들여 만든 BCG 보고서의 공개와 그 내용의 부실함에 대해 책임지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은 방법은? 시민들은 물론 KBS 구성원 스스로도 시청자 부담만 늘리고 KBS까지 골병 들게 만드는, 조중동이 진출하려 하는 종합편성채널 먹거리 보장 차원에서 추진되는 수신료 인상에 저항의 깃발을 높이 드는 것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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