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리얼 예능의 궁극 <나 혼자 산다> (3월 2일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전현무-한혜진 열애설이 터진 날, 자정이 다 된 시각 <나 혼자 산다> 팀은 긴급 회동을 가졌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맺은 인연인 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최초로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도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모자를 눌러쓰고 편한 복장으로 나타난 이시언, 마감하다가 노트북까지 챙겨 온 기안84 그리고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 녹화 직후 오느라 분장을 채 지우지 못하고 온 박나래까지.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이 가장 재밌을 줄 알았건만, 두 사람이 등장하기 전에 나머지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더 재밌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이시언은 두 사람의 열애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의 통화에 “예?? 왜 사귀어요?”라고 대답했다. 열애사실을 몰랐기에, 그리고 평소 한혜진과 티격태격하는 관계였기에 나올 수 있는 답변이었다. 친하지 않았다면 결코 나오지 못했을 말이다. 그러면서 기안84와 박나래에게 “(너희 열애설은)기자보다는 먼저 알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녹화 때 전현무에게 한혜진 험담을 한 사실을 얘기하면서 민망해하기도 했다. 세 번째로 도착한 박나래는 두 사람의 열애 시점을 추측하느라 바빴다.

열애 사실에 놀라고, 구시렁거리고, 자신만의 ‘썰’을 풀어내고. 남의 연애에 대한 지극히 평범한 반응들이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았다. 열애설 주인공 없이도 만들어지는 재밌는 장면들. 그것이 <나 혼자 산다>의 힘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실제로도 많이 가까운 관계였기에 멤버들의 질문은 언제부터 사귀었느냐, 뽀뽀는 했느냐, 누가 먼저 고백했느냐 등 돌직구 중에서도 돌직구였다. 당사자들이 쑥스러워서 대답을 피할라치면, 누구랄 것도 없이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기어이 대답을 받아냈다. 덕분에(?) 두 사람이 사귄 날짜, 파파라치가 붙었던 상황 등 모든 디테일에 대해 솔직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많이 온순해진 한혜진과 많이 얌전해진 전현무의 낯선 모습,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 바쁜 멤버들의 익숙한 모습이 교차했다. <나 혼자 산다>가 열애설에 대처하는 모습은, 평소와 똑같았다. 솔직하게, 그리고 재밌게.

이 주의 Worst: 시사는 효율이 아닌 깊이! <아침발전소> (3월 2일 방송)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발전소>

노홍철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굉장히 파격적인 조합이다. 모 아니면 도. 방송국 차원에서는 좀 더 친근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이자 노홍철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칫 프로그램도, 노홍철도 ‘안 하니만 못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지난 2일 첫 방송한 MBC <아침발전소>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친근한 아침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목표로 삼은 것 같다. 허일후 아나운서가 중심을 잡고 노홍철이 시청자 입장에서 공감을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방적으로 뉴스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혹은 전문가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생생한 의견을 전달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여기까지는 기존 아침 교양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다. 그러나 한 회에 다루는 이슈의 양, 그 이슈를 보도하는 구성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발전소>

1시간 채 되지 않은 방송 시간. <아침발전소>가 다룬 아이템은 총 6개다. 미투 운동, 아동학대, 간호사 자살 등 하나의 아이템을 한 시간 내내 다뤄도 모자랄 굵직한 아이템들도 많았다. 첫 방송이라는 욕심과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마치 있는 이슈 없는 이슈를 모두 끌어다 놓은 형상이다. 간호사들의 태움 문화에 대해 심층 분석하기 위해 스튜디오로 모신 전문가도 이렇다 할 분석이나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현상 설명에만 급급했다. 내레이션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었다.

특히 신규 간호사의 자살 자료화면은 아침 교양 프로그램의 공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계단,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 높은 곳에서 바라본 땅 등 자살을 암시할 만한 이미지들을 촘촘히 배치했다. 그리고 경비원의 안내로 자살 장소를 찾아 그곳을 클로즈업 했다. 이런 자료화면 구성은 기존 아침 교양 프로그램과 유사한 패턴이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발전소>

미투 운동, 신규 간호사 자살, 아동학대, 빙상연맹 파벌 논란 등은 이미 화두만을 던지기엔 여러 매체에서 다룬 이슈이기 때문에 더 깊은 분석과 취재가 필요했다. 또 중간에 들어간 ‘아이들이 바라 본 부자의 조건’ 같은 코너는 아이들의 대답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인지, 진짜 기획 의도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분명 <아침발전소>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슈를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그건 기존 아침 교양 프로그램이 이미 하고 있는 역할이다. 노홍철을 파격적으로 섭외하면서까지 ‘차별화’를 꾀했다면, 기존 아침 방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이날 방송에서 <아침발전소>는 두 MC 뒤로 보이는 프로그램 로고에서 ‘시사효율1등급’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시사 분야는 ‘효율’보다 ‘깊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효율을 추구하기에 앞서 깊이를 따져야 할 때이다. 더구나 ‘다른’ 아침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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