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나나,레이나,리지)이 '마법소녀'로 데뷔무대를 가졌다. <뮤직뱅크>, <쇼!음악중심>에 차례로 선을 보인 오렌지캬라멜은, 마치 일본애니메이션을 벤치마킹한 듯, 곡제목에 어울리게 '마법소녀'같은 이미지를 불러와 '신선하다'와 '충격적이다'라는 상반된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고적대컨셉의 애프터스쿨(After School) 뱅!(Bang!)이 절도 있는 카리스마가 넘쳤다면, 오렌지캬라멜(Orang Caramel)은 상큼 발랄을 넘어, 의상, 안무, 노래, 어느 하나 낯간지럽지 않은 요소가 없다. 다만 일본 아이돌이나 소화하기 알맞은 컨셉을, 애프터스쿨의 유닛 오렌지캬라멜이 과감히 따라했다는 도전정신을, 일단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오렌지캬라멜, 비난에 대한 변명?

사실 오렌지캬라멜의 무대 영상을 처음 보고 많이 웃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 큰 처자들이 코스프레를 하고, 미취학아동을 위한 노래를 하나 싶었다. 거기에 안무는 연습을 했던 그녀들에게도 고역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마저 스쳤다. 그러나 영상을 보지 않고, 음악만 반복해서 들으니 묘한 중독성이 느껴졌다. '어라, 재밌네.', '나쁘지 않네.'

오렌지캬라멜은 철저히 B급 정서를 반영한다. 대중적이라기 보단 매니아를 양산하기 알맞다. 특히 국내 정서를 감안하면, 쉽게 수용하기 버거울 정도로 가볍고 유치하다. 그러나 그 가벼움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성인이라면 대부분 커피를 마시지만, 사이다나 콜라, 박카스와 같은 드링크를, 커피보다 즐겨 마시는 사람도 있으니까.

일본을 따라했다? 솔직히 국내 아이돌중에 일본아이돌을 벤치마킹하지 않은 사례가, 과연 얼마나 될까. 어차피 음악도, 문화도 돌고 도는 것. 어디서 시작된 음악이냐, 장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평가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오렌지캬라멜이 일본아이돌을 따라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녀들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느냐를 봐줘야 한다.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을 보며, 일본아이돌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유세윤과 뮤지가 결성한 UV가 생각났다. 그들의 퍼니송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네티즌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그들이 서태지라서도 아니고, 음악이 비틀즈수준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가볍게 보고 듣고 즐기고 소비할 만한, '가벼움'이 지닌 '무거운' 가치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의 무거운 편견에 어퍼컷을 날린 '가벼움'.

오렌지캬라멜의 '마법소녀'가 유치하고 어색한 건 사실이지만, 국내 대중음악에 새로운 소스를 제공한 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음악에도 개성이 있어야 발전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범과 음원을 어느정도 팔았느냐로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면, 음악은 어느 한쪽으로 쏠릴 수 밖에 없다. 현재 대중음악의 흐름과 구조가 이미 그렇게 잡혀가고 있지 않은가.

개개인의 취향의 문제로 접근하면 오렌지캬라멜을 비판하기 쉽다. 그러나 다양성을 인정하고 바라보면, 비판의 날도 무뎌지고, 단점외에 장점도 찾아낼 수 있다. 실패를 감안한 오렌지캬라멜의 겁 없는 도전마저 비판을 넘어 비난을 가한다면, 기획사들의 새로운 음악에 접근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잘못된 점은 비판하고 수용하되, 좋은 점은 살리는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소비자뿐 아니라 대중음악시장에도 이롭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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