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의 활약으로 전북이 울산을 상대로 2018 한국프로축구 개막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사실 이동국이 후반 투입되기 전까지 양팀은 0-0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동국이 교체되어 들어가는 순간 마법처럼 경기는 전북으로 기울었고, 개막전을 화끈한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다.

이동국, 살아있는 레전드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40살 된 이동국이 과연 어떤 활약을 펼칠까 궁금했던 이들은 ‘역시!’라는 탄성을 자아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비록 90분 풀타임을 지속적으로 뛸 수는 없지만, 단 30분을 뛰어도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는 실제 경기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흐름은 누가 더 우세하다고 할 수 없었다. 다만 홈에서는 닥공을 펼치는 최강희 감독의 스타일로 공격 빈도가 울산보다 높은 전북이었다. 울산은 수비진을 두텁게 쌓아 공격하는 전북을 잘 막아냈다. 전북의 슛들은 타깃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을 압도하는 경기력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닥공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물론 자주 사용하는 세 가지 전술 중 하나이지만) 4-4-2 전술을 활용했고, 뒤늦게 합류한 아드리아노와 티아고가 팀과 호흡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었다. 그리고 국가대표로 7명이나 차출되며 팀 전체 훈련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울산의 수비는 전북의 공격을 강력하게 막았다. 그리고 역습 상황에서는 전북을 위협하는 슛을 쏘면서 개막전 승자가 누가 될지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 정도였다.

언제나 그랬듯 올 시즌 개막전에도 원톱 우승 후보로 모든 팀과 전문가, 팬들까지 전북을 꼽았다. 스페인 리그 레알이 갈라티코로 유명하듯, 전북 역시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원톱 팀이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AFC 챔피언스리그에도 출전하는 전북으로서는 리그와 AFC 우승을 위해서는 더블 스쿼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실력 차가 최소화되어야만 두 리그 우승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전북은 매년 최고의 선수들로 중무장해 다른 팀들의 경계 대상 1호가 되고는 했다.

올 시즌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 우승 멤버가 거의 전부 잔류했고, 추가로 선수 영입이 이뤄지며 누가 나서도 주전일 수밖에 없는 환상적인 선수 구성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런 팀이 홈에서 가진 개막전에서 힘든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 모든 아쉬움은 후반 15분 아드리아노와 교체되어 그라운드에 들어간 이동국으로 끝났다.

이동국이 투입되자마자 코너킥을 얻은 전북은 이재성의 코너킥이 절묘하게 울산 수비수들을 피해 흐르자 이를 놓치지 않고 발리슛으로 손쉽게 골을 넣었다. 위치 선정도 좋았고, 자신에게 흘러 온 공을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연륜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왜 이동국이 위대한 선수인지는 경기장에서 모두 증명된다. 이동국은 이 골이 운이 좋아서 얻어진 것이라 밝혔지만, 찾아오는 운을 결과물로 만드는 것은 소수일 뿐이다. 그게 바로 실력 차라고 우리는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이동국의 이 한 방은 답답했던 경기를 완벽하게 전북으로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1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2018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첫골을 성공시키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의 클래스가 명확하게 드러난 장면은 1-0 상황에서 환상적인 패스로 추가골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무승부 전략으로 나선 울산은 이동국에게 한 방을 맞은 후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비진이 위로 올라온 울산을 상대로 이동국이 교체해서 들어온 한교원에게 한 발리 패스는 압권이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이동국은 수비수들을 사이에 두고 전체를 보며 패스로 연결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어나면서도 골로 연결될 수 있는 패스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더욱 멀리서 넘어온 공을 처리하는 것은 노련한 선수들에게도 힘든 일이니 말이다.

이동국은 후방에서 한번에 넘어온 공을 뛰어 들어오는 한교원을 향해 논스톱 발리 패스로 연결했다. 완벽한 패스를 받은 한교원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고, 경기는 그렇게 전북의 2-0 승리로 끝났다. 전북을 개막전 승리로 이끈 두 골 모두 노장 이동국의 발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40이라는 나이에 현역으로 뛰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주전보다는 조연을 자처하며 교체 출전을 마다하지 않는 그 헌신이 놀랍다. 여기에 단순히 노장에 대한 팀의 배려가 아닌 짧은 시간이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이동국은 2018년 공식전 3경기에서 4골을 만들어냈다. 3경기 모두 후반 교체 출전을 해서 연속 골을 이어가고 있다. 가시아 레이솔과의 AFC 경기에서 이동국은 두 골을 넣으며 팀을 3-2 승리로 이끌었다. 이동국이 아니었다면 패배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는 점에서 대단하다.

2017년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골로 이동국은 203호 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새로운 기록이 세워진단 점에서 그는 분명 살아있는 레전드다. 그는 K리그의 전인미답의 기록을 준비하고 있다. K리그 500경기 출장, 80-80 클럽 등 이동국이 도전하는 기록들은 충분한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현재 470 경기 출장 중인 이동국은 203골과 72도움을 기록 중이다. 경기는 30경기를 더 뛰어야 하고, 8개의 도움을 더 세워야 하지만 현재의 이동국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K리그에서 500경기 기록을 세운 이는 김병지, 최은성, 김기동이 전부다.

두 선수는 골키퍼였고 필드 플레이어로는 미드필더였던 김기동이 위대한 기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 기록에 이동국은 근접해 있다. 심각한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최전방 공격수로서 500경기를 출장한 위대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기에 전인미답의 80-80 클럽까지 달성하게 된다면 올 시즌은 그 자체가 이동국을 위한 한 해가 될 것이다.

부상에 시달리며 대표적으로 불운한 선수였던 이동국. 그는 전북 최강희 감독을 만나며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358경기를 뛰었고, 183골을 넣었다. 말 그대로 이동국의 축구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전북과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동국의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 살아있는 클래스의 품격을 보여준 개막전 경기는 그래서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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