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미투 운동이 한 검사의 폭로를 시작으로 점점 타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미투 운동은 권력에 의해 봉인되었던 검은 이면을 벗개내고 있다. 특히 문화계가 가장 뜨겁게 진행하고 있다. 검찰도 공소시효가 남았고, 처벌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발표했다. 이로써 한국 사회를 더럽게 장악해온 남성권력에 의한 성추행 관행이 일대 전환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가해자이자 범법자였던 남성들도 못마땅하지만 피해자들의 고발과 여론의 뭇매에 잘못을 고백하고, 자신들이 누려왔던 권력을 놓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이번의 미투 운동이 왜곡된 성문화를 얼마나 바로잡을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일상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성추행만은 뿌리를 뽑아내야 할 것이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투 운동이 정치세력에 의해서 왜곡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등장했다. 끓는 기름에 물을 던진 것처럼 파장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곧바로 김어준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고, 언론들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김어준의 주장을 공격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김어준의 음모론을 비판한 기사가 수백 개에 이를 지경이다.

팟캐스트 나꼼수로 시작해서 이제는 지상파 시사프로그램으로 진출한 김어준은 현재의 미투 운동이 정부를 공격하는 공작으로 악용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시기적으로 매우 예민한 발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뜨거운 냄비 손잡이를 맨손으로 잡으려 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김어준이 아니라면 또 누가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반발이 컸다. 특히 아군(?)으로 여겨지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언론들에 매우 긴요한 총알이 되었다. 언론들은 앞다퉈 금태섭 의원의 비판을 인용해 김어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어준이 해명에 나섰다.

김어준은 2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서 “미투를 공작에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고 말한 것이지 미투를 공작이라고 한 적이 없다”라며 ”누군가는 이런 기회를 진보 진영에 대한 공작의 소재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렇게 되면 이 중요한 기회가 진보 진영 내 젠더 갈등에 갇히게 된다”고 해명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한 오독과 난독은 사양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자유한국당 여성의원들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Me Too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어준의 발언은 많은 경우 그렇듯이 현실이 되었다. 자유한국당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윤택 등의 성폭력 사건을 문재인 대통령에 결부시키며 정권 문제로 비화시켰다. 보수 언론 역시 차츰 미투 운동을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삼을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김어준의 예언(?)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김어준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사과와 모든 방송 하차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어준에 대해서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서는 김어준이 눈엣가시인 것은 분명한 사실. 이번 일을 계기로 김어준을 최대한 공격해보자는 심산이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김어준은 과거 BBK나 다스 관련 발언처럼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김어준의 음모론(?)은 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어준은 언론이 하지 않는 말을 했고, 언론보다 빠르고 날카로웠다. 때로는 그만 말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김어준의 말을 오독하거나 난독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없지 않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미투 운동의 순수성과 지속성을 위해서도 정치권의 음모는 철저히 차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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