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컬링팀이 결승에서 다시 만난 스웨덴팀에게 시종 끌려간 끝에 아쉬운 패배를 안았다. 한국팀은 예선과 준결승전에서 보였던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하고 실수를 연발했고, 반면 스웨덴팀은 리드와 스킵 선수가 거의 100%에 가까운 정교한 경기력으로 우리 선수들의 심리를 더욱 압박했다. 특히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한국팀 스킵 김은정 선수의 부담감이 너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팀의 전술은 1엔드부터 비켜갔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양팀 모두 블랭크 엔드를 합의한 것처럼 플레이를 진행했다. 그러나 스킵 김은정 선수의 마지막 투구가 필이 되지 못하고 하우스 안에 남으며 블랭크 엔드를 만들지 못하고 1점을 땄다. 1점을 잃은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이지만 선수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25일 강원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올림픽 컬링 여자결승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한국 스킵 김은정이 스톤을 딜리버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엔드에서도 우리 선수들의 크고 작은 실수가 계속됐다. 예선과 준결승을 거칠 때까지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정교하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아무래도 올림픽 결승의 부담감으로 인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급기야 7엔드에서 3점을 잃으며 실질적으로 승패를 결정지었다. 그러나 올림픽 결승이기에 선수들은 큰 점수차에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으로 끝까지 진지하게 임했다. 한국선수들은 9엔드까지 마치고 스웨덴 선수들에 악수를 청하며 길었던 장정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평창동계올림픽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한국 여자컬링의 도전은 미완의 신화로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 여자컬링은 이미 충분히 아니 자기 몫의 몇 배를 해냈다. 아무도 기대하지도 않았던 컬링에서 결승전까지 오른 것은 자신들에게는 도전이었고, 국민들에게는 꿈을 꾸게 한 것이다.

25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컬링 여자결승 스웨덴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들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동계올림픽에서 우리의 목표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의 메달 색깔은 중요치 않다. 많지 않지만 한국 컬링 선수들에게, 이번 기회에 컬링에 흠뻑 빠져든 국민들에게 동계올림픽에서 기대할 종목이 하나 더 생긴 즐거움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가 행복한 꿈을 꾸었다면, 여자컬링 선수들의 인기가 신기루나 거품이 아니라면 절대로 4년을 기다리면 안 될 것이다.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컬링국가대표 결정전의 객석은 텅 비었었다. 그래서는 평창에서 가졌던 꿈을 이어갈 수 없다.

여자 컬링 대표팀 Ⓒ연합뉴스

평창의 인기스타가 된 여자컬링팀이 더 강해지기 위해서는 국내 선발전부터 강력한 라이벌과 경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컬링은 시민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국민체육으로 발전해도 좋은 종목이기에 기대해보게 된다.

그런 미래조차도 잠시 잊고 지금은 평창의 신화, 컬링의 역사를 쓴 여자컬링팀의 선전에 환호를 보내는 것에 집중할 때다. 당신들로 인해 행복했다고, 당신들의 미래를 응원하겠다고 말이다.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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