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컬링이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일본과의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혈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림픽 은메달을 확보한 한국 여자컬링은 아시아 최초이자 한국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국 여자컬링팀의 발걸음 모두가 한국과 아시아의 컬링 역사가 된 것이다. 하마터면 일본에게 넘겨줄 뻔했던 영광이었다.

예선에서 일본에만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기 때문에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여자컬링은 일본을 상대로 여유로운 상대전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대회에서 두 번을 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 전망이었다.

준결승 첫 엔드는 조 1위의 어드밴티지로 한국의 후공으로 시작됐다. 한국은 후공의 이점을 잘 살려 첫 엔드부터 3점을 얻었다. 2점을 얻으면 매우 성공적이지만 그보다 많은 3점을 얻은 한국은 승리를 향한 탄탄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었다.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한국과 일본은 치열하게 경쟁해나갔다. 점수차는 크지 않았지만 한국 여자컬링은 예선 때보다도 훨씬 화려한 솜씨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 컬링에서 가장 화려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런백, 더블 테이크아웃, 심지어 그 이상의 스톤 리액션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한일전과 준결승이라는 두 가지 이슈보다 오히려 선수들의 컬링 기술에 빠졌던 시간이었다.

반면 일본 팀은 세컨 선수가 자주 실수를 범하며 한국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일본의 스킵 후지사와 선수는 놀라운 투구로 동료의 실수를 만회함과 동시에 한국 스킵 김은정 선수의 심리를 압박했다. 결국 10엔드에서 선공으로 1점 스틸에 성공하면서 한국과의 준결승 승부를 연장까지 끌어갔으나, 일본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경기를 결정하는 스킵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컬링에 대한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여자컬링팀의 주장으로서 무게감이 너무 컸을 김은정은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엔드에서 마지막 스톤을 던졌던 김은정은 그 긴장감 때문인지 힘 조절에 실패해 1점을 스틸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10엔드와 비슷한 상황을 맞은 김은정은 차분하게 버튼 드로우를 성공시켰고, 올림픽 결승에 오르는 감격을 만끽할 수 있었다.

23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준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8-7로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워낙에 극적인 승부였고, 승리였기에 선수들은 물론이고 현장의 관객과 시청자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렸다. 안경선배, 안경언니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팀의 스킵 김은정은 경기를 마치고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벗고 응원석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결승에 오르게 된 한국의 상대는 영국을 큰 점수차로 따돌린 스웨덴으로 미리 결정되었다. 스웨덴은 한국이 예선에서 어렵지 않게 이긴 경험을 가진 팀이다. 한국팀으로서는 결승보다는 예선전에서의 유일한 패배, 그것도 한일전에서의 패배였던 일본과의 준결승전 부담이 더 컸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결승에서는 보다 홀가분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거치면서 승리 엔돌핀이 극대치로 올라온 한국여자컬링에게는 한일전이라는 부담을 안고 치러야 했던 준결승보다 결승이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기적 하나를 보게 될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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