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의 지지, 공정방송 투쟁 경험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인물이 YTN 사장이 됐다. 죽 쒀서 개 준 것인데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한 방안이 궁금하다"

한 YTN 기자는 KBS 새 사장의 조건과 자질에 대한 얘기가 오가던 토론회 현장에서 이같이 물었다. 지난해 9월 KBS·MBC 두 공영방송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했을 당시 방송사 최초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노사가 합의하고 해직자 복직을 이뤄내는 등 방송 정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언론사가 있다. 바로 YTN이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상황은 뒤바뀌었다. 총파업 승리를 통해 업무에 복귀한 MBC 기자들이 회사로비에 앉아 총파업 투쟁을 벌이고 있는 YTN 구성원들을 취재하고 있다.

이광연 YTN 기자는 미디어담당 기자로 지난해부터 공영방송 파업 사태를 취재해왔으나 지금은 YTN 총파업 투쟁에 임하고 있다. 파업 현장에서 마이크를 건넸던 그는 이제 타 언론사의 카메라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YTN 파업현장에서 이광연 기자를 만났다.

이광연 YTN 기자(왼쪽)가 YTN 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총파업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Q. 지난 집회 현장에서 전화기를 들며 “아들 엄마 공정방송 중이야"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늘도 아들분에게 한 마디 하고 나오셨는지.

물론이다. 저희 아들이 2009년 1월생이다. 그때 제가 임신 중에 YTN노조가 생방송 피케팅 시위를 했다. 그때 임신한 조합원들은 ‘아이들이 공정방송을 태교로 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실제 저희 아들 같은 경우 (공정방송으로)태교 아닌 태교를 한 게 사실이다. 그때 파업을 했고, 2012년 파업 중 제가 엥커에서 나오게 됐다. (아들이)이런 과정을 유아기 때부터 계속 지켜봤기 때문에 그런 설명을 하면 가장 빨리 알아듣는다. '아, 엄마 회사 무슨 일 생겼구나' 하고.

Q. 지난해 9월 KBS·MBC가 공동총파업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YTN은 해직자 복직이 이뤄졌고, 보도국장 임명동의제도 방송사 최초로 합의했다. 그런 상태에서 해가 바뀌고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디어담당 기자로 현장에서 일련의 과정들을 봐왔을 텐데 총파업에 돌입한 심경은?

9월 4일 MBC·KBS 같이 총파업에 들어갔고, 그 이전에 아나운서·라디오 PD들의 제작거부가 먼저 시작됐었다. 그때부터 취재했다. 예전에는 우리 문제는 물론이고 해직자 복직 기사를 쓰는 것도 회사에서 민감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타사의 파업을 취재한다는 것은 회사 분위기가 확 바꼈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해 5월 조준희 사장이 물러나고 가장 먼저 정상화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것이 저희 YTN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MBC나 KBS 동지들이 저를 만나면, 아는 기자들이나 동료들을 만나면 부러움 섞인 분위기가 있었다. 그들은 로비에 앉아있고 저는 YTN카메라 기자와 함께 현장에 갔다. 그들이 로비에서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러움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시점에서 보면 그들의 부러움만큼이나 저희는 약간의 미안함이 있었다. 우리만 너무 빨리 정상화되는 게 어느 정도 미안함이 있었다. 그게 지금 국면이 완전히 바뀌어버려서 저희 로비에 MBC 카메라기자와 SBS나 타 방송 기자들이 오고 있다. 저희의 투쟁 기간이 10년이라는 상당시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참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렵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이렇게 총파업을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Q. YTN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 비대위 체제를 구축하고 최남수 사장 퇴진운동을 했었다. 그 당시 사측은 YTN에 YTN 관련 소식이 단신으로 나가는 데 대해 '방송사유화를 우려 한다'고 표현했었다. 미디어담당 기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시 제가 미디어 담당이기 때문에 우리 회사 문제도 그렇고 타사 방송사 문제도 그렇고 기사를 작성하고 승인을 받고 이럴 때 마다 고민이 있던 건 사실이다. 모든 사람의 생각은 똑같을 수 없다. 다 우리 편일 수도 없다. 그것을 설득해 가는 과정 또한 언론사의 건전한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며 제가 내린 결론은 언론에 관한 문제, 방송에 관한 문제는 결국은 우리 국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재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문제라면 그 어떤 것이든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한다. 저희에게 비판적인 사람들 역시 기계적 균형을 강조하지만 그걸 떠나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공재라는 방송과 관련해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꼭 보도를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Q. 당시 취재하면서 데스크의 간섭·개입 같은 것들이 있었나?

간섭이라고 하면 간섭이다. 일단 우리 문제건 KBS·MBC 등 타 공영방송 문제건 언론사에 관련된 문제가 나가는 것에 대해 간부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많이 민감해한다.

대표적인 예로 MBC가 총파업에 돌입하고 나서 배철수 진행자가 라디오 진행을 멈추게 됐다. 당시 유튜브에 그분이 클로징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MBC 파업문제를 취재하면서 그 녹취를 다루는 리포트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배철수를 넣을 거면 그 반대 입장을 담은 방송인을 찾아와라'라는 식이었다. 그만큼 굉장히 민감해하고 기계적 균형에 집착한다. 그런 과정에서 계속 설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최근에는 백기완 선생, 고은 시인, 황석영 선생 등 사회 원로 200명이 최남수 사장 퇴진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기사를 제가 작성했다. 물론 어떤 기사든 반론이라는 건 있을 수 있고 상대방 입장이라는 건 있는 것이지만, 거기에 정말 그야말로 기계적 균형을 갖춰서 원로들 입장 3문장, 회사 입장 3문장을 요구했다. 기계적 균형이란 측면에서도 기사를 작성하는 입장에서 자괴감이 들었다.

사회원로들이, 우리시대 지식인의 대표적인 원로들이 이런 기자회견을 연 것에 대해서 회사는 유감 표명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때는 일단 그 기사라도 나가야 한다는 심정에서 그걸 받아들였지만 굉장히 속상했다. 이게 바로 언론이 빨리 바뀌어야 하고 개혁이 필요하고 적폐청산이 필요한 대목이다.

Q. 이번 총파업 사태를 두고 사측과 노측에서 ‘본질’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본질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많이 보이는데 총파업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본질은 ‘공정방송 사수’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켜켜이 쌓여있는 적폐의 흔적들을 지우는 과정이 시작되어야 한다.

MBC 사장으로 최승호 사장이 된 것은 중요하다. 그게 바로 본질이다. 최승호 사장이 본질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개혁이건 청산이건 재건이건 중요한 건 일련의 과정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개혁을 하는 주체다. 개혁의 키를 잡고 주체가 되는 어떤 주도자, 주체가 누가 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남수 사장을 비롯해 그를 둘러싼 지금의 경영진들은 개혁을 이뤄낼 만한 자격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자격에 관한 얘기다. 본질은 공정방송 사수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개혁의 주체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KBS본부도 새 사장의 조건으로 지난 10년간 언론장악에 맞선 인물이라고 규정한다. 그런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과는 같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사회원로들 기사 한 줄을 못 쓴다. 그게 바꿔야 할 이유다.

이광연 YTN 기자는 YTN 총파업 사태의 본질은 '공정방송 사수'라고 강조했다.(미디어스)

Q. ‘합의 파기'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남수 씨는 이미 실기했다. 기회를 놓쳤다. 제가 최남수 사장이라면 개혁의 의지를 보여줄 몇몇 타이밍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합의파기는 당연히 원칙적으로 깨졌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책임은 말을 하나 마나다. 그 과정을 보더라도 일단 구성원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적폐라고 규정한 사람들과 끝까지 같이 가겠다는 것이다. 합의 파기의 본질은 우리가 말하는 적폐들과 같이 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거기서 자격을 실격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때 그런 말을 했다. ‘숨소리만 들어도 구성원들의 의지와 희망사항을 알 수 있는 사람’, 왜 그게 필요하냐면 우리가 지난 10년간 정상적인 언론사 생활을 겪어왔고 공정방송을 했고 방송 개입 없었고 남들과 비슷한 평균정도의 언론자유를 보장 받았다면 이런 싸움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저희가 이런 세월을 겪었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이었으면 이런 요구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 든 생각은, ‘국민의 법 감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언론 감정’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의 언론에 대한 정서, 그건 KBS·MBC 공영방송과 지상파를 비롯해 보도채널인 YTN에도 적용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언론감정상 굉장히 필요한 부분이다. 예전에 평범했던 시절에는 구성원으로서 솔직히 '사장 아무나 해도 되지' 이런 생각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난 10년을 겪어보니 사장이 왜 중요한지, 사장 이하 경영진이 왜 중요한지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다. 때문에 저희가 월급까지 내걸고 이런 파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Q. 노조에서는 최남수 사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적폐간부, 예를 들면 김호성 총괄상무·류제웅 기조실장 등 간부들이 있다고 얘기한다. 외부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공정방송을 방해했다고 보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내부에서 보기에 적폐간부가 실존하는가?

구성원들이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가겠다고 하기 때문에 적폐조건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고민이 필요 없는 부분이지만 처음 최남수 사장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 그 이전에 김호성 총괄상무가 직무대행을 할 때까지만 해도 구성원들의 입장이 나뉘어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적폐 기준에 애매한 지점이 있었고 구성원들과 같이 해온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류제웅 기조실장 같은 경우에는 사회부를 같이했던 기자들에게서 세월호 참사 당시 보도개입 정황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Q. 역대 최고치의 찬성률로 쟁의행위가 결정됐다. 파업참여율은 찬성률을 웃도는 수치가 나왔다. YTN 구성원들이 이 정도까지 최남수 사장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남수 사장이 들어오겠다고 하는 시점에는 구성원들의 입장이 나뉘었던 것이 사실이다. 생각이 달랐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안 된다는 사람이었고, 일부는 그래도 YTN 출신이고 낙하산도 아니고, 본인이 지금 강조하듯 민주적 절차를 밟은 사람이기 때문에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합의파기 부분인 것 같다. 노사가 만나 2자가 약속한 합의를 파기해도 문제인데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는 제3자가 들어와서 만든 합의다. 세 명이 만나서 한 합의를 깨버린 것이다. 시작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저희가 어떻게 인정하겠나.

쉽게 말해 최승호 같은 사람도 아니잖나. 언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거기에 합의까지 파기했다. 사실 노조위원장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다. 부부가 이혼을 할 수 있는데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도 있다. 저희도 YTN이 자식이라면 회사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100%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일단 받은 것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고 우리의 공정방송 투쟁과는 무관한 사람이지만, 경영과 보도를 분리해서 우리는 일단 보도만 잘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도국장도 그렇게 제안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본인이 합의를 파기해버린 이상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성희롱 트윗이라던지 MB칭송칼럼 등 MTN 재직 당시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언론사 사장을 떠나 어떤 조직의 리더를 맡기에는 어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본인이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사람인데 사내 성희롱 사건 하나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나? 믿지 못하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장 출근저지와 같은 지금의 투쟁과정에서 보면 배석규·조준희 체제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5년차 기자에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다거나 이런 행태들에 대해 구성원들은 최 사장이 조직의 수장을 맡기에는 굉장히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거기에 많이 격노하고 있는 것 같다.

Q. MB 칭송칼럼, 성희롱 트위터 논란 등에 대해 최남수 사장의 일관된 입장은 ‘지금 생각해보면 부적절했다. 사과한다. 그러나 그것이 사장퇴진의 이유가 되진 않는다'라는 것인데

청문회 같은 경우에도 다 과거를 본다. 과거는 현재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과거 없이 어떻게 현재가 있고 미래가 있겠나. 과거도 한 개인으로서 조직의 흐름 속에 자신이 하는 일련의 행동인데 그것을 부정하는 태도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집회현장에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최남수가 가장 자격 없다’는 구호가 나온다. 그게 20세기건 21세기건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시점이건 그 시점이건, 그 시점에 적용해도 그때 당시 발언이나 여성관 이런 것들은 전부 문제가 된다. 그때가 불과 2009년이다. 무슨 먼 나라 조선시대도 아니고, 조선시대였어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Q. 최남수 사장과 노조가 사장실 앞에서 대치하던 국면에서 한 여성 조합원이 “YTN에서 서지현 검사 인터뷰가 가능하겠나"라고 외치기도 했다

저도 여사원 중 하나이다. 여기자·남기자 문제를 떠나서 최근 성희롱·성폭행 관련 문제는 일반기업에서도 굉장히 잣대가 냉정하다. 칼같이 이뤄진다고 들었다. 그런데 심지어 사장이라는 사람이 성희롱 가해자였다면 저희에게는 수치스러운 건 당연하거니와 언론사에 다니는 구성원으로서 그 문제를 취재할 때 당당할 수 있겠나. 현장에서 성희롱 피해자들을 인터뷰 하는데 '너희 사장부터 제대로 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그만큼 언론사의 사장에게는 자격요건이 엄격해야 한다. 공직자 수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광연 YTN기자가 파업특보를 보고 있다.(미디어스)

Q. 최남수 사장은 민주적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1년 앵커로 입사해 3번째 파업을 겪고 있는데 모든 과정을 겪은 사람으로서 ‘민주적 절차를 거친 사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근혜 정권 당시 선임된 이사들로 구성된 현 이사회는 최남수 씨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우리가 최근 민주적 절차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 예를 많이 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민주적 절차를 밟은 리더가 어디 있겠나. 민주적 절차를 밟는 것만큼 본질적인 자격 또한 중요한데 그 자격을 걸러내는 작업을 저희가 이제부터 정말로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등의 과정에서 허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다. 집회에서 'YTN이 사장 선임에 성급했다'는 표현들이 나온다. 무조건 최남수를 반대하기 보다는 일단 받아들이고 아까 말씀드린 보도국 독립이라던지 이런 걸 받아내자 이런 취지였는데 그게 결과적으로는 정상화시기를 더디게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Q. 최남수 사장은 노조가 인사권 요구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조합원들의 생각은 어떤가?

인사권 문제는 (최남수 사장)본인이 그렇게 얘기를 한다. '그렇게 중요한 거였으면 문안합의로 넣었어야 한다'고. 마찬가지로 본인이 그렇게 예민했으면 그 자리에서 얘기했었어야 했다.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으면 그 자리에서 토론이 있었어야 했다. 그런 부분들이 구성원들을 화나게 하는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토론이 없다가 일주일도 안 되서 합의파기를 선언한 것은 비겁한 것이다.

3자가 모여 합의를 했다. 당시엔 김환균 위원장에게 야속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 개입을 합리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한편에서는 '왜 지금 이 타이밍에'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 당시 저희 투쟁의 피치가 굉장히 올라 있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3자 합의라는 카드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양해를 구했었다. 김 위원장도 언론노조 위원장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할 수 없이 들어간 합의였을 텐데 그걸 파기했다는 것은 대국민 약속을 어긴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언론노조 위원장이다. 국민의 대표까진 아니지만 언론 노동자의 대표로서 참석한 것이다. 그만큼 구성원들은 일단 받고 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이다. 시간을 다시 돌려보자면 그때 좀 더 잘 검증을 했었어야 했다. 노조 집행부가 그 당시는 지금과는 다른 국면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나서는 게 부담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Q. 최남수 사장은 합의파기 논란이 발생하자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사태의 원인이 노종면 기자에게 있다고 비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까도 ‘대체 최남수는 왜 이렇게 노종면에게 집착하는 거야’라는 말이 구성원들에게서 나왔다. 이해가 안 간다. 이건 해석인데 결국 노종면 선배라던가 해직자 그룹 자체에 집착을 한다는 것은 적폐청산에 대한 두려움, 적폐를 버리고 가지 못 할 거라는 얘기인 것 같다. 왜 이렇게 노종면에 집착하는가에 대해 팩트를 확인한 적은 없지만 최근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만큼 개혁이나 청산이 두렵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개혁의 대상들이 개혁을 두려워하는데 최남수 사장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어떤 사장이 일개 구성원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 사람과 대립각을 세우나. 그런 사례는 YTN 안에서 어떤 사장도 없었다. 노종면 선배와 별개로 아무개 조합원 기자에게 글을 남긴다. 어떤 후배기자, 성희롱 트윗 등을 취재한 기자 등 이름을 들어서 게시판에 올린다. YTN 이름으로 올리기도 하고 본인 이름으로도 올리기도 한다. 이런 건 리더 자격이 없다.

Q. YTN사측이 총파업 사태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에게 파일 하나를 보냈다. ‘YTN사태 바로알기’라는 제목이다. YTN 사태의 본질은 노조가 사장 경선에 불복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 최남수 사장에 대해 구성원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 중 하나는 '이중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MBC 방송에 나가 구성원들과 대화로 잘 풀어가겠다고 해놓고 가처분 소송을 낸다거나, '나는 언제든지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해놓고 정치권에 손을 내민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런 행보들은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이중적이다.

외부 방송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들과 언제든지 대화하겠다고 해놓고, 정치권력과 맞닿지 않는 리더가 되겠다고 해놓고는 결국 본인이 정치권력에 그런 걸 돌리고 있다. 그런 행보들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얻을 수 없는 하나하나의 행동인 것이다.

Q. YTN 실국장회의에서 파업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사실인가?

파업동력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놀랐다. 3번의 파업을 겪은 사람으로서 일단 참석율이 높게 나왔고, 지난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일반 연봉직 후배들도 참여를 하고 있다. 쉽게 말해 촬영기자나 취재기자 등 우리와 함께 했던 동료들 외에도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라거나 기존 파업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도 이번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저는 그것에 큰 의의를 둔다. 그분들이 노조가 무서워서 파업에 참여한다? 전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그만큼 지난 10년간 적폐들과 저희보다 더 밀접하게 일했던 분들이다. 지긋지긋한 것이다. '회사가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 '일다운 일을 해보고 싶다' 이런 본인들의 의지를 담아 스스로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지시해서 배후가 있어서 이런 것 아니다. 그러기에는 각자 개개인의 삶이 너무 힘들다.

개개인별로 절절한 사연들이 있다. 월급을 걸고 파업을 한다는 건 누구의 조정에 의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만큼 본인이 지난 10년간 방송사에서 적폐들과 함께 일하면서 본인 스스로 느꼈던 자괴감, 지긋지긋함을 내가 내손으로 끝내보자 하는 의지들이 쌓여서 온 결과다. 지국에 있는 분들도 매번 KTX타고 올라오신다. 동력저하라고 하는 것은 정말 또 하나의 마타도어다.

이광연 YTN 기자(오른쪽)가 12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서울 상암 YTN사옥 앞에서 연 최남수 YTN 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디어스)

Q. 노조가 파업 중임에도 YTN 방송이 이어지고 있다

제 직종은 엥커다. 2012년 파업을 거치면서 엥커들이 뿔뿔히 흩어졌다. 저 같은 경우는 여러 부서를 거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프리랜서 앵커들이 많이 채용이 됐다. 지금 방송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앵커들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이게 바로 적폐 경영진의 산물 중 하나다. 아나운서를 프리랜서로 채용하면 그들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방송 결과물은 진행자의 측면도 있는데 파업을 해도 티가 안 나는 것이다. 그것을 노리는 것이다.

Q. 최남수 사장의 사퇴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3월 주주총회에가 예정돼 있다. 말씀하신대로 박근혜 정권에서 선임된 이사들이라고 한다면 기대를 걸기 힘든 상황이기도 한데,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는가?

최근 KBS 새 사장의 자질을 얘기하는 토론회에서 'YTN 꼴 나면 안 된다', '죽 쒀서 개줬다'는 표현들이 나왔다. 죽 쒀서 개를 한 번 준 건가? 줄 뻔 한 건가. 어쨌든 그런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YTN 사장 퇴진과 관련해 언론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저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국민의 법 감정처럼 ‘언론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정신에 부합하고 언론자유와 관련 있는 사람이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정방송 보도 언론자유 투쟁에 조금이라도 많이 보탠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게 욕심이라면 저희와 함께 흐름이라도 같이 했던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 점을 이사회에서 꼭 염두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집회현장에서 "공정방송 문외한인 조준희 사장과 함께 하면서 지난 3년 많이 힘들었다. 지난 9년간 더없이 학습을 많이 했다. 그런 시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최남수 정도로는 안 된다는 점 분명히 밝혀두고 투쟁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상화된다면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 방송을 하고 싶은지?

조준희 사장도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임된 사장이다. 이 사람은 특히 방송 문외한이다. 아까 김호성 상무, 류제웅 실장이 왜 적폐냐고 물으셨는데 조준희 사장과 같이 했다.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한 번도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도 저는 적폐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앵커의상 하나하나, 방송의 본질, 보도의 본질을 떠나 굉장히 가벼운 것들을 사장이 터치하기 시작했다. 개입을 한 것이다. 저 같은 경우는 ‘국민신문고’라는 프로가 있었는데 조 사장이 자기 친구가 행복기금 이사장이라며 취재진을 불러다 앉혀놓고 '이런 건 하지 말라'라고 했다. 보도개입이었다. 이러한 것들을 굉장히 일상처럼 지켜봐왔다.

쌍용차 해고자 출신인 한 분이 집회에 오셔서 ‘저희가 노동자 품에서 방송해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셨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어느 편에 서서 보도해달라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알아야 하는 현장이면 그런 건 성역 없이 다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동안 그게 되지 않았다.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싸움이다.

그 환경이 만들어지면 가능한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언론이 되어야 하겠다. 사실 굉장히 기본적인 사항 중 하나다.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게 저희가 지금 월급을 걸고 투쟁에 임하고 있다.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싸움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평창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경기를 보고 느꼈다. 넘어지고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YTN을 보는 것 같았다. 잠깐 넘어진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넘어지더라도 반드시 승리해서 좋은 방송 할 수 있는 날이 앞당겨 질 거라고 생각한다.

왜 MB정권에서 그렇게 언론장악을 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YTN을 왜 이렇게 접수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면 보도전문채널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4시간 뉴스를 하기 때문에 시청률을 떠나 한국에서 24시간 뉴스채널이 가지고 있는 위상과 국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MB정권에서 아마 일부러 YTN부터 접수하고자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꿔 말하면 영향력 있는 매체인 만큼 이런 싸움의 결과가 공정방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게 저희 싸움의 본질이다.

촛불국면 이후 국민들이 개혁 대상의 우선순위로 꼽는 게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언론이 망가졌던 시절을 보낸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실망감과 좌절감도 만만치 않다. 그걸 저희가 받들어서 앞으로 방송에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늦어져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빨리 시간을 앞당겨 24시간 채널의 위상을 되찾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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