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세밑 어지러운 대한민국의 단면을 드러내는 풍경이다.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이틀 앞둔 17일, 해가 저물어갈 즈음 광화문 한쪽에선 언론시민단체의 편파보도 동아일보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다른 한편에선 민주연대21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지지 운동이 진행됐다. 진행됐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게 민주연대21은 태극기를 휘둘러대며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주위의 반응은 고려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한다.

어지럽게 휘둘러대는 태극기, 최대한으로 키워놓은 확성기 볼륨,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구잡이식의 이명박 지지를 요구할 뿐 왜 지지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찾을 길 없었다. 그들의 큰 목소리에 언론시민단체의 동아일보 규탄 기자회견은 자연스레 묻힌다.

▲ 동아일보 사옥 길 건너편에 민주연대21 회원들이 "좌파정권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안현우
한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치곤 감당하기 어렵다. 한 가지 모습으로 통일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주의 주장엔 정도가 있어야 한다. 이명박 지지를 위한 선전 선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얼마 후 진행될 전국시민사회단체의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를 위한 촛불집회에 맞선 기선 싸움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판단일 듯싶다.

눈앞에 벌여졌던 풍경만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날 이명박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불과 이틀 전 유례를 찾기 힘든, 전기톱까지 등장하는 국회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BBK 사건을 수사한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이명박 특검법안 처리 때문이다. 불과 이틀만에 이명박 특검법안이 마찰 없이 통과된 배경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다만 어지럽기만 하다.

어지러운 상황은 또 있었다. 이날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반부패연대를 제안하며 공개적으로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물론, 심지어 이회창 후보까지 연대 대상으로 거론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벌어졌던 이회창 후보의 일명 ‘차떼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회창 후보에게서 아직도 가시지 않는 부패의 상징을 정동영 후보가 지울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급박하다는 이유도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어제의 부패의 상징이 오늘의 반부패연대의 대상으로 치켜세워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언컨대 설명할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안 된다.

전혀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려보았지만 이번엔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답답했다. 서울의 인구밀도가 세계 6위에 달한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지를 인용한 기사였다. 인구의 절반이상이 산다는 서울이, 수도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형편없다는 얘기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한 삶을 누리려면 남한면적의 1.33배가 필요하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삶의 질과 직결된 주제들이 이번 대선에서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치로 표현되는 경제 성장 이외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용할 생활 면적의 크기를 떠나 빈곤한 대선의 주제가 답답했다. 하긴 이 또한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사치스런 주제일 수 있다.

대선으로 어지러운 2007년 세밑,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다 해도 해결될 문제가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한편으로 탈출을 꿈꾼다. 답답한 서울을 떠나는 것, 앞으로 또 다가올 어지러운 대선을 멀리하는 방법은 산 속으로의 탈출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일상의 자유, 풍요로움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며 그 꿈은 잠시 접어둔다.

참 이 사진은 사진기 성능을 고려하지 않고 최대한 멀리서 찍었다. 가까이 다가가기 싫기 때문에. 당시 이 광경을 마주친 많은 사람들의 심정이 그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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