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방송을 통해 하차한 김C가 <1박2일>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궁금해 했습니다. 예능에 맞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게 잘 맞았던 김C의 부재는 분명히 존재했고 이는 제법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만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니다.

김C 부재로 강호동 역할만 늘었다

1. 산나물과 함께 한 1박2일 즐거웠다.

다시 여섯 명으로 시작하게 된 <1박2일>은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모습을 도모하기 위해 '제1회 단합대회'라는 명목으로 전남 화순으로 봄나물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는 그들의 다짐은 의미 있게 다가오지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연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은 떠난 지 얼마 안 된 김C에 대한 애정과 남은 멤버들 간의 단합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런 의도들은 제작진들의 게임 등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먼 길을 가야하는 그들은 오전 6시까지 도착을 하기로 했지만 여느 예능에서나 늦는 사람들은 항상 늦기 마련이지요. 약속 시간보다 상당히 빨리 도착한 강호동과 뒤이어 도착한 이승기만이 6시 전에 도착했을 뿐이었습니다. 약간의 차이로 늦은 김종민에 이은 이수근과 은지원의 도착과 늦어도 너무 늦은 엠씨 몽의 쿨한 대처는 그들을 웃게 합니다.

벌칙으로 주어진 조그마한 승합차는 '전국일주'에서 경험했던 지독한 추억을 끄집어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변하게 합니다. 몸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게임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정해진 숫자만큼 맞추면 준비한 대형 버스를 타고 여행지로 갈 수 있게 된 그들은 의외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몇 가지 안 되는 제스처를 가지고 다양한 상황들을 표현해내는 이수근도 대단하지만 그런 수근의 모습을 보고 답을 맞추는 그들의 능력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충분히 서로 소통하고 어떤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제작진 역시 그런 모습들을 끄집어내기 위함이었으니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차에 오른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석가탄신일이 낀 황금연휴로 인해 도로가 주차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지요. 다섯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목적지에 그들이 도착한 시간은 오후 다섯 시가 넘었으니 여섯 시에 만나 11시간이 넘어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셈입니다.

도착 후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산나물들이 흐드러진 곳이었지요. 화순 주민들이 심고 가꾸는 산나물들은 청정한 지역이 주는 상쾌함과 함께 나물 특유의 맛으로 '1박2일' 멤버들을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촌장님의 안내로 시작한 그들의 나물 여행은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모르면 절대 먹을 수도 없는 지천에 널린 나물들을 찾아가는 즐거운 먹을거리 여행이었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선물 같은 나물들을 촌장님의 설명과 함께 준비해간 밥과 된장으로 즉석에서 쌈을 싸먹는 맛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특별함일 듯합니다. 평소에도 쌈을 좋아했다는 이수근과 고기 마니아인 강호동은 산나물들을 모두 먹어버릴 듯한 기세로 음미했습니다.

그들의 산나물 여행은 바로 잠자리 복불복으로 이어졌습니다. 제작진들이 준비해둔 쪽지에 쓰인 산나물을 찾아오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산나물을 한정된 시간 안에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1박2일>의 제작진이 되어가는 이수근은 이미 잘 외워두라며 준비를 했던 노력이 통했는지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그들은 벌레들이 우글거리는 여름철 야외 잠자리를 면하는 행복을 맛봤습니다.

2. 김C의 부재, 강호동 역할의 과중함

화순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최근 광고를 같이 찍은 이승기의 김연아 이야기는 화제가 되었습니다. 노래, 춤 어느 것 하나 못하는 것이 없는 김연아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고 부러워하던 이들 중 이수근의 한 마디인 "너는 눈이 호강했구나. 박복한 내 눈...."은 상황을 종료하는 재미였습니다.

<1박2일>에 익숙해지며 개그맨으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시작한 이수근은 향후 김C가 빠진 그들에게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갈 중요한 인물로 자리 잡아 갈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한동안 이승기와 강호동 조합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리액션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뛰어난 이수근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만 갔지요.

오늘 방송된 '단합대회'에서 보여준 몸 개그는 김C가 빠진 <1박2일>의 방향을 제시해준 셈입니다. 김C가 예능감은 없지만 좌충우돌인 멤버들을 중재하고 한 쪽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상황들을 잘 이끌어오면 안정적인 방송을 만들어주었었지요.

여전히 어리바리한 김종민과 자기만의 세계가 강력한 엠씨 몽과 은지원, 예능감을 키워나가는 예능 꿈나무 이승기 등은 이제 강호동이 모두 챙기고 이끌어야만 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동안은 엄마 같았던 김C가 이성적인 판단으로 그들의 행동들을 알게 모르게 자제를 시켜왔지만 그런 엄마 같은 존재가 사라지며 당장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강호동 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예능감이 충만해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이수근이 삼촌 노릇은 할 수 있어도 김C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는 없으니 말이지요. 강호동 아빠, 김C 엄마와 함께 하던 그들의 여행에 엄마가 사라진 자리는 쉽게 채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다만 엄마가 부재한 여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지요.

강호동의 역할만큼이나 노력이 절실한 곳은 다름 아닌 제작진들입니다. 3년 동안 하나의 형식으로 가져왔던 그들의 여행은 김C가 빠져나가며 균열이 생겼습니다. 그 간극들을 메워줄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이 멤버들에게 요구되는 것처럼 제작진들도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런 그들의 의지는 '단합대회'라는 틀에서 가능성을 보였지요. 자연친화적인 공간을 찾아 있는 그대로를 접하는 그들의 산나물 체험은 <1박2일>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가치 중 하나를 제시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 아닌 여행지에 존재하는 자연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적인 답을 '산나물 체험'은 잘 보여주었지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산나물을 즉석에서 따서 먹는 행위를 통해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었습니다.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이 왜 버라이어티를 통해 여행을 하는지를 이야기해주는 '단합대회'는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의지였습니다.

향후 <1박2일>은 복불복들이 강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예능감이 부족했던 김C가 하차한 후 무엇을 시켜도 다할 수 있는 멤버들만 모여 있는 상황에서는 방송에서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인 상황 연출도 가능해졌으니 말이지요.

트위터에 '금단현상'을 토로하며 여전히 떠나있지만 <1박2일>과 함께 하고 있는 김C와 그런 그의 부재가 못내 아쉬운 그들은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비록 한 동안은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는 없겠지만 부단한 노력들은 새로운 <1박2일>을 보여줄 수 있겠지요.

단순화된 <1박2일>식 복불복 여행만이 아닌 자연과 함께 하며 재미와 의미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들이 제작진들을 힘겹게 하겠지만 그런 노력들은 시청자들에게 행복으로 돌아가겠지요. 엄마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해야 하는 강호동이 엄마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잡아갈지도 궁금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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