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17일 KBS와 SBS 메인뉴스가 그렇다는 말이다.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SBS는 ‘이명박 특검법’과 관련해 아예 문제의식을 감추기로 작정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방송3사는 ‘이명박 특검법’과 관련해 10꼭지가 넘는 리포트를 내보냈지만 정작 ‘이명박 특검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짚지는 않았다. MBC만이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앞으로 특검이 풀어야 할 과제들을 2꼭지 정도의 리포트로 내보냈을 뿐이다. ‘문제’는 KBS와 SBS는 그마저도 없었다는 점이다.

조선·중앙만도(?) 못한 KBS와 SBS ‘이명박 특검법’ 리포트

‘이명박 특검법’이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뭘까. KBS와 SBS는 핵심적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각계 반응만 열심히 전하며 ‘곁가지’만 늘어놓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핵심이 같은 날(17일) 보수신문의 사설 속에 녹아 있다. 다음과 같다.

▲ 12월17일 KBS <뉴스9>(왼쪽)와 같은 날 SBS <8뉴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후보의 책임이 크다. 그는 명함과 속칭 ‘박영선 동영상’을 해명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차에 어제 ‘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동영상’이 터져나온 것이다. 발언이 너무나 적나라하고 명백한 것이어서 많은 유권자가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앙일보 17일자 사설 <BBK 사태 결국 특검으로 가나> 가운데 일부 인용)

“검찰이 BBK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한 것은 사실이라 해도 ‘BBK를 내가 설립했다’고 한 이 후보의 과거 인터뷰 발언, 이 후보의 BBK 명함과 같은 것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검찰은 자금 흐름과 문서에 대한 진위 감정을 통해 ‘BBK가 이 후보 소유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지엽적 문제는 조사할 가치가 없다’고 했지만, 그때 이 문제도 조사했더라면 특검까지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태는 특검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이날 신당이 공개한 이 후보의 강연 동영상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내용의 이 후보 발언이 공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것을 육성으로 듣는 국민에겐 느낌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검찰은 ‘동영상 공개로 (BBK가 이 후보 소유가 아니라는) 검찰 수사결과는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했다. 검찰의 자신감이 사실인지는 특검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조선일보 17일자 사설 <이명박 후보의 특검 수용과 대선 정국> 가운데 일부 인용)

정리하면 이렇다. 그동안 ‘친한나라당’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일부 보수신문들만도 못한 보도태도를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SBS가 보이고 있다.

각계 입장과 반응을 전달하는 게 방송뉴스의 기본 임무인가

KBS와 SBS는 17일 <뉴스9>와 <8뉴스>에서 ‘이명박 특검법’ 국회 통과로 인한 ‘결과’와 향후 ‘전망’ 그리고 각 정파간 입장과 반응만을 다루는데 거의 모든 뉴스를 집중했다. 그나마 KBS가 11꼭지의 ‘이명박 특검법’ 관련 리포트 가운데 ‘풀어야 할 의혹’에서 ‘체면치레’ 정도만 했을 뿐이다. 나머지 10꼭지는 상황전달과 각계 입장, 반응 그리고 각 정치권 공방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명박 특검법’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오게 된 근본원인이나 문제의식은 찾아볼 수가 없다.

SBS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12꼭지 리포트 중에 ‘문제의식’을 담아낸 리포트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특검법’ 통과에 따라 특검 수사를 통해 해소해야 할 과제와 의문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기보다는 ‘이명박 특검법’ 통과에 따른 검찰의 반응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마치 ‘각계 입장 반응을 전하는 전문 방송’으로 나서기로 한 건지 의심이 들 정도다.

‘비교차원’에서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BBK 풀어야 할 의문’이라는 리포트를 소개한다.

▲ 12월17일 MBC <뉴스데스크>.
● 앵커: 이명박 후보는 지난 2002년 당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BBK를 자주 언급하고 또 BBK에 투자하라고 소개까지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는 의문점을 정승혜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무 관계가 없다는 BBK를 이명박 후보는 2천년 10월 집중적으로 홍보활동을 벌입니다. 광운대 특강을 비롯해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LK-e뱅크와 BBK를 창업한 바 있다", "BBK를 통해 외국인 큰 손들을 확보했다" "김경준 BBK 사장을 영입했다" 는 등 끊임없이 BBK를 언급합니다.

두 번째 의문은 장로회 신학대와 심텍, 이 후보의 큰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다스 등이 BBK에 투자한 경위입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 "장학재단의 경우는 내가 소개했다. 과거 (장신대학) 감사로 있을 때 장학금 4억 원을 활용하는 담당자가 와 부탁을 하기에 (BBK 투자를) 소개했다."

이 후보 측은 나머지 회사들은 스스로 알아서 투자를 결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합니다.

세 번째, 알아서 투자했다는 심텍이 BBK로부터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서 이명박 후보 빌딩을 가압류하고 이 후보와 김경준 씨를 함께 고소합니다. 심텍은 김경준 씨로부터 30억 원을 받아낸 뒤에야 이 후보에 대한 고소를 취하합니다. 결국 김경준 씨가 수백억 원의 주가조작사건을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피하면서 돈을 돌려준 회사는 심텍, 다스, 오리엔스 등 이 후보와 어떤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회사들이었다는 것도 의문으로 남습니다.

● 이동영(한나라당 검증청문회 위원) : "투자자인 다스도 심텍도 오리엔스 사장도 마찬가지고, 오리엔스 이사도 고대 동문입니다. 이 돈을 가지고 김경준이 그냥 도망가면 될 것 을 몽땅 돈을 갚습니다."

이 후보와 BBK 관계에 대해 특검이 다시 규명에 나서야 할 핵심 쟁점입니다.

MBC 뉴스 정승혜입니다.

왜 KBS와 SBS는 ‘문제의식’을 담아내기 보다는 상황전달이나 입장·반응을 전달하는데 그치는 것일까. 기자들의 문제의식이 없지는 않을 터. 행여 ‘입장 전달’ 이면에 정권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공영방송’ KBS와 ‘민영방송’ SBS의 한계가 깔려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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