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된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게스트 비(정지훈)는, 현재 사귀고 있는 여친이 있냐는 MC들의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만일 애인이 생긴다해도, 먼저 공개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사나 네티즌에 의해 알려질 경우, 사실을 인정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다음날, 공교롭게도 월드스타 비와 한류스타 전지현이 1년째 열애중이란 보도가 흘러나왔다. 특종은 올 초에도 '김혜수-유해진'커플을 터트린, 연예인 스캔들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신문사다. 기사내용도 구체적이다. 지난 100일간의 잠복취재를 바탕으로 한데다, 주변 인물들까지 엮어, 비와 전지현이 연인사이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 양측의 소속사는, 두 사람이 친분이 있는 건 사실이나, 열애중이란 점은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취재한 내용이 워낙 구체적인데다, 오보일 경우, 기사를 내보낸 신문사의 타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예상할 때, 조만간 비와 전지현이 연인임을 공식선언하지 않을까 사료된다.

비-전지현, 열애설은 물타기?

비와 전지현의 열애가 사실임을 가정하고, 두 사람에게 미리 축하를 보낸다. 선남선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멋진 사건이다. '장동건-고소영'커플에 버금가는, 연예계의 이정표가 될 만한 초대형 스타커플의 탄생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하다.

다만 '왜 하필 오늘 터졌을까?'라는 의혹을 품게 만든다. 기사에 따르면, 재벌그룹 유력인사의 도움으로, 지난 해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교제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열애설이 터질 시점은 이전에도 있었고, 좀 더 지켜보고 나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이었다.

한동안 비와 전지현의 열애로, 인터넷은 뜨겁게 달궈질 전망이다. 네티즌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커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드컵 개막하는 동시에 열기를 나눠 가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앞으로 '월드컵'과 '비전커플'이 포털사이트를 양분할 태세다.

단지 불편한 출발은, 바로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나타날 때마다, 대형스타의 스캔들이 보도된다는 사실이다. 정재계에 문제가 생기면, 여지없이 연예인들의 열애설, 마약, 도박 등의 사건이 따른다. 일종의 물타기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PD수첩>이 방송한 '검사와 스폰서'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고, 지난 8일 2편이 방송됐다. 문제가 명확하게 드러났음에도, '스폰서 검사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9일 조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봐주기', '부실조사'였다는 논란을 부르는 상황이다. 현재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특검이 도입되기 위해선 국민적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그 관심을 분산시키기 좋은 화제 '비-전지현'의 열애설이 터져 나왔다. 이어 월드컵까지 맞물리면, 스폰서 검사는 소리 소문 없이 면죄부를 챙기게 될 공산이 크다.

근래의 사례 중에, 지난 해 '장동건-고소영'의 열애설이 터진 상황도 유사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당시 故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에 입대하기 위해 혈서를 썼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장동건-고소영'이란 대형커플이 등장했다.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이러한 물타기가 알게 모르게 반복된다는 사실에 있다.

물타기를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결과적으로 연예인의 스캔들이, 정치-사회의 갈등과 문제 혹은 고위층의 비리를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비와 전지현이 연인사이라면, 다른 이슈와 개별적으로 바라보고 축복해주는 게 맞다. 그러나 스타의 사랑을 폭로하는 이면에, 불편한 기운 혹은 의혹이 따르는 현실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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