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궁금하다, 그래서 더 보고 싶다! <미스티> (2월 2일 방송)

JTBC 금토 드라마 <미스티>

JTBC <미스티>에서 가장 잘나가는 앵커 고혜란(김남주)의 첫 등장은 그녀가 썼던 빨간 우산, 그녀가 신었던 파란 하이힐만큼이나 강렬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듯한 남자, 그리고 경찰에 소환된 고혜란. 고혜란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그 남자와의 격렬한 베드신.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찰나, 화면은 올해의 언론인상 시상식 현장으로 넘어갔다. 사건의 어떤 실마리도 제공하지 않은 채 말이다.

절대 흥분하는 법이 없어 더 주목하게 만드는 고혜란의 입, 평생 완벽주의로 살아온 탓에 군살 하나 없는 고혜란의 몸매, 단 한 번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분위기를 서늘하게 만들어버리는 고혜란의 눈. 6년 만에 드라마로 귀환하는 김남주답게 과연 인상적인 첫 회였다.

김남주가 등장하는 매순간은 그녀가 진행하는 뉴스 생방송만큼이나 긴장감이 넘쳤다. 7년이나 지켜온 메인 뉴스 앵커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순간, 언론에 절대 나타나지 않는 골프선수 케빈 리 단독 인터뷰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는 순간.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

JTBC 금토 드라마 <미스티>

경찰에 출두했을 때, 메인 뉴스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 등 그녀의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하는 의문의 남자와의 애정신. 첫 회 내내 복선으로 등장했던 그 남자가 첫 회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남자가 바로 케빈 리였다.

앵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섭외해야만 하는 인물이자 한때 사랑했던 남자이자 지금은 고등학교 동창의 남편이 되어 있는 남자. 그리고 고혜란 한 인물에 많은 복선이 깔려있다. 고혜란은 어쩌다가, 도대체 왜, 그 남자를 죽인 살인범이 되었을까. 결국 첫 회를 계속 보게 만든 힘은 바로 ‘궁금함’이었다.

이 주의 Worst: 이 죽일 놈의 오빠, 애기! <달팽이 호텔> (1월 30일 방송)

JTBC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는 직원이지 ‘여’직원이 아니었다. 직원으로 고용됐던 아이유는 이효리-이상순 부부와 오로지 인간 대 인간으로 교감했다. 이상순이 아이유를 세심하게 챙겨주긴 했지만, 한 번도 ‘오빠가 해줄게’, ‘오빠가 말이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OLIVE TV 예능 프로그램 <달팽이호텔>

올리브 <달팽이호텔>의 김민정은 첫 만남에서부터 ‘오빠’ 호칭을 강요받고 ‘애기’라고 불려졌다. 성시경은 서로의 호칭을 정하는 시간에 김민정에게 “그냥 오빠라고 그래. 난 애기라고 그럴게”라고 말했다. 그것도 굉장히 선심 쓰는 듯한 말투로. 그간 연애 예능에서 나름 합리적이고 쿨한 이미지를 어필했던 성시경의 입에서 그런 표현이 나와서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많은 남성에게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이 스스로 오빠라고 부르는 것과 남성이 그렇게 종용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난 애기라고 그럴게”라니. 성시경보다 더 나이 많은 이경규마저 “진짜 최악이다”라고 지적했지만, 성시경은 반성하기는커녕 이 호텔이 룰이 그렇다면서 “애기-오빠-지배인으로 되어 있다”는 이상한 계급 논리를 펼쳤다. 그런 성시경의 억지 논리에 이경규마저 “우리는 애기가 열심히 일하면 오빠가 되는 거고 더 열심히 일하면 지배인이 되는 거다”라고 마무리했다. 손님들을 힐링해주는 호텔에서 오빠라는 호칭은 권력이 되었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OLIVE TV 예능 프로그램 <달팽이호텔>

제작진은 성시경의 말도 안 되는 계급론이 마치 <달팽이 호텔>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성시경이 오빠-애기 발언을 하자마자, 제작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막마다 ‘우리 애기는 아침마다 인사하는 것도 예쁘고’, ‘근데 우리 애기 아재미가 있다’, ‘오빠의 위로에 애기는 기분이 좋아지고’ 같은 식으로 표현을 남발했다.

첫 방송에서 세 사람은 본격적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기 전, 어떤 ‘서비스’를 할 것이냐를 의논하면서 조식을 만들고 야식도 만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들의 ‘마인드’다. 이경규는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에서 “때론 편안하고 때론 설레는 호텔을 만들어 보자”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운영자들의 첫 만남부터가 시청자들에겐 편안함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OLIVE TV 예능 프로그램 <달팽이호텔>

<효리네 민박>에서 벤치마킹할 것은 ‘호텔’, ‘민박’이라는 겉모습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관계다. <효리네 민박>에서는 손님들뿐 아니라 주인들도 함께 힐링했다. 부디 <달팽이호텔>도 오빠, 애기 같은 호칭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 힐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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