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기가 상징하는 것은 통일과 평화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분단이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에서라면 한반도기는 최소한으로 평화를 담보하는 상징물이 된다. 통일을 위한 포기 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 평화 때문이다. 당장 통일이 아니더라도 평화만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숙명이라고 할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전격적인 제의로 재개된 남북대화는 일차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한 일이었다. 계속된 핵도발로 인해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라 할지라도, 기왕에 열리게 될 평창동계올림픽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회원들이 15일 오후 부산시청앞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 환영 기자회견을 마친 후 종이로 대형 한반도를 만들고 한반도기를 흔드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부산대학생겨레하나 제공=연합뉴스]

그 과정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이나 공동입장 등의 의제가 논의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진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누구의 요구였든지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을 상징할 수 있는 한반도기의 존재 또한 그렇다. 게다가 한반도기의 사용은 노태우 정권 때 만들어져 그동안 자주 남북 스포츠 이벤트에 사용됐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야당들은 일제히 한반도기를 들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겠다는 것은 공동 입장이라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위해 태극기 입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반도기를 드는 것이 태극기 포기라는 논리를 주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우리나라 대표단이 태극기를 못 들고 입장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기를 드는 것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표현만 다를 뿐 한반도기를 드는 것이 곧 태극기 포기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기에 대한 반대주장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압권이었다. 안 대표는 한반도기도 인공기도 절대 반대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아무런 깃발 없이 빈손으로 입장해야만 한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야당들의 주장은 사실을 모르거나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대형 태극기가 들어간다.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것 같다”고 야당의 주장을 일축했다.

2006년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하는 모습.남측 이보라, 북측 한정인이 기수였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지어 국민의당 박주선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의 ‘한반도 평화 증진에 대한 국가의 노력 의무와 함께 남북단일팀 구성 합의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한반도기 반대는 현행법에 저촉된다”고 밝혀 야당들의 주장을 무색케 했다.

그렇지 않더라도 IOC 규정은 올림픽 개막식은 개최국의 국가 연주와 국기 게양을 명시하고 있다. 아직 한반도기 사용이 결정된 것도 아니지만,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기로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개막식 첫 장면부터 국가와 태극기가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남북공동개최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남북이 협의할 수 없는 IOC 규정이며, 한반도기는 선수단 입장 때에 적용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이다.

야당들의 한반도기 반대는 정쟁적 입장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정치 이슈가 될 수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국제대회를 열면서 최대의 걸림돌이었던 북한마저 화해 제의를 해온 마당에 개최국의 정당들이 정쟁적으로 딴죽을 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야당이라 할지라도 평화까지 포기하자는 매우 위험한 냉전 회귀적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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