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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달라지지 않은 재판부…그러나[기자수첩]1심과 항소심 사이에 공개된 수사기록 2000쪽에는?
권순택 기자 | 승인 2010.06.01 18:15

서울고법 형사7부(김인욱 부장판사)는 31일 경찰특공대원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 등 2명에게 징역 5년, 김재호 씨 등 5명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보다 1년 적은 판결이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인한 씨와 김성천 씨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해 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용산철거민 몇몇에게는 1심판결보다 1년씩 형량을 줄여 선고하기는 했지만 중형은 중형이다.

   
  ▲ 용산참사 항소심 선고공판 후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정치적 판결'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이어 이들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연합뉴스  

검찰의 주장을 또다시 그대로 받아들인 재판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화재는 피고인들 및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에 의해 발생했고 이 점에 관해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정도의 입증이 이뤄졌다”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불법적 방법 때문에 우주보다 귀한 인간의 생명이 희생됐으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 진압을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진압작전 준비가 다소 미흡한 점이 엿보이기는 하나 그 점만으로는 진압작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화재의 원인은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 때문이며 당시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중형이 유지된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1심재판과 항소심 판결 그 기간 중에 있었던 경찰수사 2000쪽의 공개. 그 내용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인데….

“2000쪽에는 ‘화염병에서 나오는 형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불길이 처마 틈으로 번졌다’라는 진압 경찰진술이 들어있다”

이 발언은 검찰에 의해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됐었던 용산참사에 대한 수사기록 2000쪽이 서울고법 형사7부에 의해 공개된 이 후 1월 15일 김형태 변호사가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렇게 재판이 진행되면서 피고인 측은 2000쪽에 포함돼 있던 경찰들의 진술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해왔다. 화재의 원인을 화염병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 피고인 측에서의 변론내용  
 

2000쪽의 경찰특공대원들의 증언, “화염병은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당시 망루로 진입했던 경찰특공대의 진술은 어땠을까?

용산참사 당시 화재로 얼굴 등에 화상을 입었던 권 모 대원은 “증인은 화재가 날 당시 화염병을 보지 못하였는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또한 2차 조사에서도 “2층에 있었는데 위에서 어떻게 불이 났는지 모르고 이따 보니까 1층에서도 불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라며 “1층에서도 어떻게 불이 올라오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진술했다.

정 모 대원은 “화염병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했다. 그리고 최 모 대원 역시 “위에서 떨어진 것이 불빛이었나. 아니면 화염병이었냐?”라는 질문에 “불빛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또한 석 모 대원은 “2차 진입한 뒤 화염병은 날아오지 않고 갑자기 회오리 같은 불길이 확 났었다”고 진술했으며, 배 모 대원과 조 모 대원은 각각 “망루 안에서 망루 안으로 화염병을 던진 적은 없다”, “망루안에서 화염병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피고인 측에서 공개한 경찰특공대원들이 진술은 이랬다.

“망루 안에서 화염병을 던진 적은 없지요?”- “예”
“증인이 2차 진입시 화염병이 날아오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어떻게 불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고 불이 아래서 위로 순식간에 확 올라왔다는 것이지요?” - “예”<조 모 대원>

“병 깨지는 소리가 나긴 하였으나 불이 붙지 않은 것으로 보아 화염병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안 모 대원>

그리고 이들의 위치는 바로 검찰이 화재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곳으로부터 불과 2m 거리에 있었다.

재판부는 어떻게 ‘화염병은 보지 못했다’, ‘화염병이 아니라 불빛이 떨어졌다’, ‘화염병이 날아오는 것을 본 적이 없고 어떻게 불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는 경찰특공대원의 증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화재는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이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단지 정황상 화재원인은 화염병밖에 없다고 판단해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증인들, “중지시켰을 겁니다”…재판부, “준비가 다소 미흡”

진압에 대한 경찰들의 진술 또한 이랬다.

“시설·점거농성관리지침이나 대테러진압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우리 지도부가 상황을 잘 몰랐으므로 조금 역부족이었던 것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이 모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제가 결정권자였다면 중지시켰을 것입니다. 저희가 완벽하게 준비를 하여 변수를 만들지 않았어야 하는데 유가족들에게 굉장히 죄스럽게 생각합니다.”<신 모 기동본부장>

그러나 재판부는 ‘준비가 다소 미흡’이라고만 판단했다.

그래서 안타깝다. 2000쪽의 수사기록은 재판부에 어떤 의미였을까? 1심재판과 항소심 사이에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들의 증언이 공개됐으나 재판부의 선고는 달라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권순택 기자  nana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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