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조세호 웃음특보 발령! <MBC 뉴스투데이> (1월 12일 방송)

12일 오전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김태호 PD는 역시 영리했다. MBC <무한도전>의 새 멤버로 합류하게 된 조세호의 신고식을 <무한도전>이 아닌 타 프로그램, 그것도 아침 뉴스 기상캐스터로 치렀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신고식이었다.

오전 6시 50분, MBC <뉴스투데이>에서 멀쩡한 양복차림으로 마이크를 들고 날씨를 전하는 조세호 기상캐스터의 모습은 의외로 무난했다. 기존 기상캐스터가 그러하듯, 한파가 절정에 달했다는 기상 상황을 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0분 뒤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동장군으로 분장해서 재등장할 줄이야.

평소였다면 분명 방송사고였을 것이다. 이날은 방송사고가 아니라 실시간 검색어 1위감이었다. 동장군으로 분장한 조세호가 약 2분 동안 시민 인터뷰가 아닌, 시민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끝이 났다. 4분짜리 생중계 뉴스에서 2분을 인터뷰 시도에만 할애했다는 건, 다분히 계획된 실패였을 것이다.

12일 오전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보통 방송 인터뷰는 아무리 짧은 것이라도 사전에 미리 섭외를 하고 대략적으로 어떤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할 것인지 조율을 거친다. 질문과 답변 조율까진 아니더라도 섭외 정도는 미리 해 놓는다. 더구나 생방송에서 이렇게 무작정 ‘리얼’로 인터뷰를 하는 경우는 없다.

조세호는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연예인 인터뷰도 아닌 그냥 시민들, 그것도 추운 날씨 출근길이라는 열악한 조건 하였다. “혹시 인터뷰 잠시 가능하시겠습니까?”라고 자신 있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하던 조세호는 연이은 시민들의 외면 속에 위축됐다. “잠시 인터뷰 좀”, “잠시...”, “혹시 인터뷰 잠깐”, “짧게 인터뷰” 이런 말을 20번은 족히 내뱉은 것 같다.

막바지엔 조세호도 아예 포기했다는 듯이 그냥 시민들에게 좋은 하루되시라며 인사를 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말을 몇 번 내뱉다가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혹시 인터뷰 짧게”, “혹시 인터뷰 잠깐”이라며 틈틈이 인터뷰를 시도했다. 역시나, 실패. 혹시 시민들이 조세호를 몰라본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 한 명도 조세호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조세호의 인터뷰 시도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내보냈다. 분명 동장군 분장을 하고 있데, 왠지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12일 오전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

앵커들의 호명도 듣지 못한 채 시민 인터뷰에 매달리던 조세호는 마지막까지 “이제 내일모레면 날씨가 조금 풀린다고 하니까 내일모레까지 조금만 더 참아주시고요. 오늘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파 특보가 내려졌습니다. 서울은요, 현재 영하 15.1도고요. 체감 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 내려가고 있다고 합니다”라며 기상캐스터의 역할을 해냈다. 서울 영하 15도로 내려가면서 올해 최악의 한파특보가 내려진 아침 출근길, 조세호 기상캐스터가 있는 그곳만큼은 한파특보가 아닌 웃음특보가 내려졌다.

이 주의 Worst: 대표 메뉴 없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1월 12일 방송)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에 이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골목상권을 살리는 프로젝트다. 첫 상권은 바로 이대 삼거리 꽃길 골목 식당들이었다. 권리금조차 없는 죽은 골목상권. 백종원은 수제버거집, 소바집, 백반집을 찾아 음식 맛과 주방 위생을 점검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음식의 맛이었다. 물론 식당의 핵심은 맛이다. 하지만 골목상권이 죽은 원인이 과연 맛뿐일까. 맛을 살린다고 골목이 살아날까. 그렇다면 맛도 좋고 부엌도 깔끔해서 “흠 잡을 것 없다”고 극찬한 소바집은 왜 손님이 없는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 방송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상권’이 아닌 ‘식당’, 그중에서도 식당의 ‘맛’에만 초점을 맞추는 맹점을 보였다. 급기야 자신의 음식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백반집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백반집 사장과 백종원의 음식 대결까지 펼쳤다. 이대생들이 두 사람의 요리를 블라인드 테스트한 뒤, 백종원이 이길 경우 메뉴 레시피와 가격 등을 바꾸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대결이었다. “음식 대통령”으로 불리는 백종원과 죽은 골목상권에서 장사하는 백반집 사장의 대결을, 누가 팽팽한 대결로 인식할 수 있을까.

심지어 20분가량 진행된 제육볶음 대결에서 그치지 않고 순두부찌개 대결까지 이어진다는 예고가 나왔다. 주요 메뉴들을 모두 대결해야 백반집 사장을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이대 골목 상권 살리기인지, 백반집 살리기인지 헷갈리는 대목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여기에 연예인 갱생 프로젝트까지 얹었다. 차오루가 푸드트럭에 도전했던 <백종원의 푸드트럭>처럼, 이번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남창희와 고재근이 창업에 도전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취지는 골목상권을 살리는 것이다. 상권을 살리는 것만 해도 굉장히 방대한 프로젝트인데, 여기에 연예인의 창업 도전기까지 얹어야 했을까. 마치 두 사람을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투입된 지원군처럼 묘사했지만, 사실 그들도 장사가 처음인 초보자들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마치 메뉴가 너무 많아 대표 메뉴가 없는 식당 같았다. 상권 살리기에 음식 대결, 그리고 연예인 창업 도전기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핵심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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