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였다. 가온차트 기준으로 보이그룹도 달성하기 어려운 음원 1억 스트리밍을 돌파한 여자친구가 데뷔 3주년이 다 되도록 콘서트 한 번 열지 않았다는 게 말이다. 작년 8월, 여자친구는 쇼케이스 당시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적이 있다.

콘서트를 열고 싶다는 여자친구의 바람은 그 후 5개월 뒤인 올해 1월 6일과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양일동안 성취될 수 있었다.

7일 여자친구의 콘서트는 몇 가지 점에 있어 다른 콘서트와 차별화된 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중앙 무대로의 과감한 진출이다. 대개의 콘서트는 본 무대 앞에 놓여있는 중앙 무대에서 노래하는 건 콘서트가 후끈 달아오를 때다.

1월 6일과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여자친구의 콘서트 ‘Season of GFRIEND’ (사진제공=쏘스뮤직)

하지만 여자친구는 달랐다. 여자친구는 처음 ‘FINGERTIP'부터 본 무대에서 중앙 무대로 과감하게 진입함으로 버디(여자친구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두 번째는 멤버들의 귀여운 ‘디스’다. 콘서트에서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을 때에는 기획사에서 사전에 준비한 영상이 제공된다. 에이핑크가 ‘3분 여친’을 패러디한 것처럼, 여자친구는 인터뷰 형식의 영상으로 멤버들을 디스한다.

단, <언프리티 랩스타>처럼 강렬한 디스가 아니라, 멤버를 향한 서운함인데 귀여움으로 하나 가득 코팅한 애교 섞인 디스라 버디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가장 호응이 뜨거웠던 건 소원이 재채기할 때 ‘읍’하고 재채기한다는 폭로 영상이었다.

콘서트에서 멤버 각각의 저력을 팬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솔로 스테이지다. 여자친구 6인방 가운데 인상 깊었던 무대는 리더 소원과 신비, 은하의 무대였다. 소원은 모델처럼 쭉쭉 뻗은 팔다리가 인상적인 멤버. 소원은 ‘가시나’를 통해 자신만의 우월한 기럭지를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1월 6일과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여자친구의 콘서트 ‘Season of GFRIEND’ (사진제공=쏘스뮤직)

신비는 춤이 장기인 멤버이니 만큼 그녀가 소화한 보아의 ‘No.1’은 신비만의 파워 댄스를 무대에서 유감없이 어필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의 콘셉트는 ‘파워 청순’이지 ‘섹시’와는 거리가 먼 그룹이다. 하지만 은하가 가터벨트로 소화한 ‘피어나’ 무대는, 여자친구도 얼마든지 섹시가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자리였다.

첫 콘서트다 보니 운영상의 실수도 있었다. ‘FINGERTIP’과 ‘너 그리고 나’를 소화한 다음에 소원이 첫 인사를 할 때 영상 카메라는 소원을 캐치하지 못했다. ‘바람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신비가 넘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해서 버디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콘서트 말미 “콘서트 DVD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멘트는 쏘스뮤직의 노골적인 홍보용 멘트로 들렸다.

콘서트 말미, 여자친구가 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남긴 멘트가운데 인상적인 면을 손꼽자면 ‘버디의, 버디에 의한, 버디를 위한 감사’로 수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1월 6일과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여자친구의 콘서트 ‘Season of GFRIEND’ (사진제공=쏘스뮤직)

소원은 “저희의 고마운 마음이 버디에게 잘 전달되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주는 “버디 한 분 한 분 모두 본인의 인생 가운데서 귀한 시간을 내어서 (콘서트를) 찾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버디 한 분 한 분을 생각하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일어났다. 저에게 있어 초인적인 힘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버디”라며 버디에 대한 감사함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엄지 또한 “첫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어서 둘째 날 덜하면 어떡할까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어제처럼 똑같이 떨리고 설렜??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똑같은 사랑과 똑같은 감동을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덕질 할 맛 나는 그룹이 되겠다”고 밝혔다.

여자친구는 어떻게 이렇게나 다양한 ‘끼’를 무대에서 버디에게 직접 표현하지 않고 삼 년 동안이나 꽁꽁 숨길 수 있었을까. 다양한 끼를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다는 게 불가사의하다고 생각될 만큼 멤버들의 다양한 매력을 무한 발산할 수 있었던 콘서트가 ‘Season of GFRIEND’였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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