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무릎팍 도사 김연아 편>이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피겨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딴 그녀. 예정된 방송 시점과 달리 너무 늦어져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여전히 자체발광 하는 그녀의 모습은 즐거웠습니다.

익숙한 눈물, 남다른 눈물

김연아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다양하고 다채롭게 이야기가 되었기에 그의 성공 스토리는 모두들 알고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렇기에 과연 그녀에 대한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궁금한 사항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런 궁금증은 그녀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에 모아질 수밖에는 없지요.

그런 측면에서 오늘 방송되었던 <무릎팍 도사>는 익숙하게 알고 있었던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복기하듯이 볼 수밖에는 없었지요. 너무 잘 알고 사실이면서도 다시 수긍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살아온 삶이 특별했기 때문이지요.

너무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좌절은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온 21살 그녀에게서만 볼 수 있는 대단함은 여전했기 때문입니다. 방황 속에 나 자신을 찾지 못했던 20대 초반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찾지 못하는 길을 그녀는 방송에 출연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무릎팍 도사>는 그동안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장면을 통해 김연아 선수에 대한 기다림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과거 스타들의 방송을 보면 잘 짜여 진 형식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김연아편은 그녀에 대한 기다림을 앞부분에 강하게 삽입함으로서 그녀에 대한 예우를 극진하게 했습니다.

녹화 전 멘트를 준비하고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안절부절 하는 MC들의 모습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무릎팍 도사>의 숨겨진 이야기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최고 MC라는 강호동 마저 온순하게 만들어낸 김연아의 힘은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 때문이었겠죠.

방송은 가볍게 분위기를 전화하기 위한 멘트로 시작했습니다. <무한도전>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김연아가 그동안 무도에는 두 번이나 출연했으면서 왜 <무릎팍 도사>에는 그동안 출연하지 않았냐는 귀여운 추궁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유재석과 강호동에 대한 비교가 이어지고 그렇다면 셋 중에서 자신의 이상형을 꼽으라면 누구라는 질문에 '개코 원숭이'를 인상 깊게 봤던 김연아는 자연스럽게 유세윤을 꼽고 다시 한 번 이상형의 원숭이 흉내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내고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건방진 도사의 트레이드마크인 건방진 프로필이 착한 프로필로 변해버려 아쉽기는 했지만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그녀가 걸어왔던 쉽지 않은 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용 링크도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힘겨웠는지는 몇 번을 들어도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각 종목에 따라 빙질이 달라져야만 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새벽에나 개방이 되는 링크에서 종목에 상관없이 서로 연습을 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고단함은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경험하고 있는 아픔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가장 빙질이 좋은 곳은 사기업이 운영하는 놀이공원 내 링크라는 말은 대한민국 피겨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었지요. 너무 추워 옷을 껴입고 연습을 해도 힘겨운 상황에서 너무 따뜻한 국내 놀이공원 링크는 그녀에게는 천국이자 지옥이었습니다.

너무 좋아 연습을 시작했지만 일반에게 공개된 장소는 그녀를 힘겹게 했다고 하지요.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을 해야 하는 그녀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장 큰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가 그녀만을 위한 전용 링크에서 여유롭게 연습을 하는 것과 비교되는 그녀의 모습은 초라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열악함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김연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가 아닌 캐나다에서 연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과도한 관심을 끊고 풍족한 링크에서 자신의 계획을 편안하게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기에 올림픽 금메달도 가능할 수 있었습니다.

재미로 했던 피겨에서 재능을 발견해 선수가 된 김연아는 남들보다 빠른 기술 습득으로 주목을 받았고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힐 정도로 탄탄대로를 걸었던 존재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도 힘겨운 시기는 있었고 그런 시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것도 피겨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알 수 없는 슬럼프로 힘겨워 포기하고 싶은 순간 갑자기 찾아온 감각은 그녀에게 '피겨는 내 운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을 것 같아 힘겨웠던 그 순간을 빠져나오게 만들었던 것도 운명과도 같았던 피겨였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야식이라는 뜻은 알지만 태어나 여태껏 야식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그녀는 그래서 소원도 "먹고 싶은 게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였습니다. 강호동이 평생 고민하고 살아가는 주제를 가지고 나온 그녀에게는 강호동과는 다른 아픔이 숨겨져 있었지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그녀에게 평범함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정해진 식단이 주는 배고픔은 고통스럽고 눈물 나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를 이겨내고 유지해야만 했던 그녀의 삶은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함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많은 기대감 때문에 김연아 선수가 중압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아무런 부담 없이 경기에 나섰다고 하지요. 올림픽이 그녀 인생의 가장 큰 목표이기는 했지만 수많은 대회를 참가하며 익힌 다양한 경험들은 그녀를 단단하고 대단한 존재로 만들어냈습니다.

금메달에 대한 간절함이 그녀에게 없었을까요? 그 누구보다 바라고 바라왔던 금메달에 대한 욕구는 그녀보다 강한 사람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경기에 담담하게 임한 그녀는 정신에서 먼저 금메달을 받고 시작했습니다.

수줍고 민망하게 첫 경기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엄마에게 건넨 한마디인 "올림픽 별거 아니 네"라는 말은 건방진 태도가 아닌 그만큼 외부의 중압감을 이겨낸 김연아 선수의 승리의 한마디였지요.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채 모든 경기를 끝내고 하염없이 쏟아지던 눈물은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하다 합니다. 하물며 소리까지 내며 흘렸던 그녀의 눈물은 경기 전 까지 담담해지려 노력해왔던 그녀가 마침내 모든 것을 다 쏟아내고 흘릴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그 어떤 눈물보다 값지고 특별했던 그녀의 눈물은 그 어느 눈물보다 값지고 커다란 것이었지요. 그녀를 만든 것은 8할이 자신이었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없었다면 어떠한 도움과 지원도 지금의 김연아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할과 맞먹는 2할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림자처럼 그녀를 보필하는 어머니와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이었지요. 그녀를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그 마지막 빈 공간을 튼튼하게 채워준 그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연아도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는 서로 믿고 함께 한 그들이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노력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언급하며 자연스럽게 흘리던 그녀의 눈물은 마치 금메달 연기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흐르던 눈물과도 같아보였습니다. 성공한 이들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 그래서 감동을 전해줄 수밖에 없는 그녀의 눈물은 나이를 떠나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성공한 결과여서 감동이었습니다.

이번 주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그녀의 성공담을 정리하는 개념이었다면 다음 주는 어쩌면 너무 평범할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고 재미있게 다가올 그녀 일상의 궁금증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일반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와 다양한 소문들에 대한 솔직한 답변들은 <무릎팍 도사 김연아>의 핵심이 될 듯합니다.

본편보다 흥미롭게 다가온 예고편은 쉽지 않은데 다음 주 방송은 진솔하고 21살 김연아를 들여다 볼 수 있을 듯해서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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