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영한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아주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최초 성직자가 출연한 것. 이날 <냉장고를 출연해>에 모습을 드러낸 혜민스님은 지난해 종영한 SBS <내 방을 여행하는 낯선 이를 위한 안내서(이하 <내 방 안내서>) 등 여러 TV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아무래도 성직자의 TV 예능 등장은 낯설게 느껴진다.

혜민스님의 냉장고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채식만 하는 스님들의 규율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종단 대한불교 조계종에서는 출가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는 광고를 내어 세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성직자 감소는 비단 불교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불교의 경우 승려가 되고자 하는 출가자들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스님 편

아무래도 다른 종교에 비해서 성직자가 지켜야할 계율이 많은 불교이지만, 출가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 중에 육식 금지가 있는 것 같다. 고기가 흔하고 어릴 때부터 육식을 해온 현대인들은 스스로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작정하지 않는 이상 고기를 먹지 않는 삶이 힘들게 느껴진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채식을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나, 사방천지가 고기집이요 육수를 사용한 요리가 많은 한국 사회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참 어렵다.

이 모든 고충을 알고 승려가 된 혜민스님 또한 여전히 속세의 음식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혜민스님의 그런 솔직한 모습이 좋았다. 육식 금지 때문에 출가자가 줄어든다는 위기의식이 조계종 내에서도 감도는 것인지, 몇 달 전 조계종 스님들 간에 티벳, 태국의 스님들처럼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주제의 토론을 본 적이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스님 편

육식금지를 찬성하는 쪽의 스님은 대만을 예로 들며 “대만 불교가 엄격한 채식을 통해 신도들의 존경을 받게 됐다.”고 말하였다. 그런데 대만은 채식주의자를 위한 콩요리가 발달한 나라다. 기자가 존경하는 한 스님은 대만에서 성지순례를 하던 중 콩고기 요리에 반해, 자신도 콩고기를 사서 먹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육고기로 오인한 몇몇 신도들의 눈치가 보여 먹지 않는다고 하셨다. 라볶이를 좋아하는데, 라볶이 안에 들어가는 어묵이 고민이라는 혜민스님의 냉장고 또한 콩으로 만든 냉동식품들이 가득했다.

육식을 하지 못하는 스님이 등장하니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의 요리도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자연주의 요리로 통일된다. 그간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서 왜 채식주의자의 냉장고는 없는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육고기를 먹지 않는 셀레브리티의 냉장고는 종종 소개되었으나, 혜민스님처럼 해산물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자(?)의 냉장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육고기, 해산물 모두 배제되는 요리를 만들어야해서 평소보다 난이도가 높은 요리 대결이었지만, 이날 방송에 참여한 셰프들은 채식 어묵이 들어간 라볶이(정호영), 버섯 크림스프(샘킴), 한식파스타(유현수), 홍시연볶이(이연복) 등 맛과 건강 모두를 잡은 요리를 내놓으며 혜민스님을 감동시켰다.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스님 편

지난 1일 방영한 <냉장고를 부탁해>는 시청률 7.6%(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2015년 9월 7일 이후 처음으로 7%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날 방송의 시청률이 대폭 상승한 것은 ‘국민멘토’라 불리는 혜민스님의 인기 덕이지만, 셰프들이 만든 채식요리에 대한 관심도 있었을 것이다.

동물보호,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채식을 하기 어려운 나라다. 채식 전문식당을 찾기도 어렵고, 고기 요리를 먹지 않더라도 찌개류 등에 육수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대만뿐만 아니라 핀란드, 네덜란드 등 유럽국가에서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가 각광받는 것과 거리가 있는 현상이다. 그래도 한국에서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되고 있고, 베지테리언 식당도 늘어나는 만큼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선택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냉장고를 부탁해> 혜민스님 편 시청률 상승은 이와 같은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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