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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조선일보[기고]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 | 승인 2010.05.26 13:42

▷그때 그 주역들, '광우병 괴담' 사실여부는 침묵 / 조백건, 석남준 기자
▷[기자수첩] 누가 누구에게 '날조 전문가'라 하나 / 최규민 기자

   
  ▲ 우희종 서울대수의학과 교수  
 
이 기자분의 글을 읽으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이다. 단지 부족한 것은 자신의 주장에 갇혀 있어서 다른 이의 주장을 듣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고 싶어 하는 집착이 눈에 뜨인다. 조금만이라도 열려있다면 좋은 기자가 될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하지만 이 기자분의 주장은 여전히 맥락이 없다.

오늘 기사에서 주장한 바를 들으면 단지 전문가냐 아니냐는 단어에 매달린다. 그러나 전문가로서의 자격을 말할 때 그것은 전문가라고 하는 이의 주장 내용과 연계되어 지적되는 것이다. 이미 과학적으로 혹은 상식적으로 옳은 주장을 한다면 굳이 전문가 자격 여부를 말할 필요 없다. 그 내용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분야에서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면서 전문가라고 할 때 그런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의 원인을 살필 필요가 있고 이때 날조라는 말이 등장하는 것이다. 전공도 하지 않고 주장하는 내용도 그 분야의 내용과 동떨어져 있으면서 전문가처럼 행동하고 있으면 충분히 날조 전문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맥락에서 과학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하는 이에게는 굳이 전문가냐 전문가 아니냐를 거론할 필요가 없다. 주장하는 내용을 고려하지 않고 이 기사처럼 단순한 단어 싸움이나 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조선처럼 큰 언론사라면 촛불 시위 2년이 된 이 시점에서 공수표가 된 정부의 호언장담에 대해서 짚어야지 토론회에 등장한 일부 내용이나 잡고 늘어져서야 되겠는가.

이번 기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들어 본다면, 힘든 사람을 도와 줘야 한다는 당연한 말을 하는 이에게 굳이 복지 전공이냐 아니냐를 거론할 필요는 없지만, 복지전공자라고 말하면서 복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주장하는 이라면 이들이 과연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묻게 된다. 실제 연구도 하지 않는 이가 전공자인 척하면서 그 분야의 상식적 전문지식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면 날조 전문가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이를 모른다면 과연 이 분은 전문 언론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한 주장에 대하여 책임 지키려고 말꼬리 잡으면서 애타게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할만 하지만 기자라면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치우치지 않게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자질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한편, 이 기자의 무맥락성은 그가 종종 예로 드는 질문에서도 잘 나타난다. 대답할 가치가 없는 내용이라 그냥 있었더니 나름대로는 그 질문이 자신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가 종종 사용하는 것으로 1)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표현, 2) 광우병 걸린 소의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는가이다.

두 질문 다 과학적 맥락을 모르는 일반인의 시각을 깔고 있어 적절한 대답을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으로서의 기자분은 두 질문이 나름대로는 유효하다고 생각했는지 여전히 이 내용을 거론한다. 설명을 하면,

1) ‘129번 MM형 유전자를 지닌 한국인이 94%이기에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표현은 어떠한가 보자.

이 문장만 떼어 내어 학술적으로 판단한다면 부적절한 표현이다. 유전자와 질병발생과의 상관성은 많이 연구되어 있지만 그것을 엄밀한 의미에서 확률로 곧장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위험성이 높다던지 취약성이 있다는 표현이 보다 적절하다. 그러나 이것은 용어 사용에 있어서 학술 수준의 엄밀한 잣대를 들이댈 때의 이야기다.

염두에 둘 것은 이 표현이 한국인의 유전자형을 연구해온 김용선 박사의 학술 논문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이쪽 연구를 하는 이가 이 표현의 전후 맥락 속에서 이 표현을 읽을 때 그 뜻을 오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PD수첩 재판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문학술 발표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어 부적절한 표현으로 판단한 것이다. 엄밀함을 따지는 과학자 집단 내에서도 충분히 통용되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한 문장을 떼어 낸 후 엄밀한 의미에서 정확한 말은 아니라고 판단한 격이다.

이는 마치 경상도 분들이 사용하는 ‘쌀 팔아오라’는 표현이 맞는가, 틀리는가‘ 논쟁과 유사하다 (서울 태생인 나로서 부산에 계신 큰아버지 집에 놀러갔을 때 어린 나에게 매우 이상하게 들렸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맥락을 아는 이는 실제로 쌀을 사올 것인지 팔 것인지 뻔하기에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를 삼고 싶은 이가 법원에 들고 가서 잘못 여부를 가려달라고 하면 국어 사전식으로 판단할 때 적절치 않다고 한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기자분은 과학적 사실이 법원의 판결로 정해진다고 믿는 것 같다(그러면서도 법원의 PD수첩 무죄판결에 대하여 가장 비난하는 어조가 조선일보인 것은 어찌된 일일까?). 하지만 법원 판결에서 일반인 대상의 프로그램에 대하여 전문학술발표 수준의 엄밀성을 들이대며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한 것은 위에 말한 전후 맥락의 고려가 전혀 되지 않았던 부분이다. 다시 말하면 광우병이라는 과학 전문 분야의 내용을 일반인 수준의 맥락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관련 전문 학계 수준으로 바라봐야하느냐에 따라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PD수첩에 대한 판결은 이러한 맥락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옳으냐, 그르냐만을 언급한 판결이었다.

그런 면에서 1)에 대한 판단은 용어의 엄밀성을 일반인 대상으로 사용한 수준이라면 문제   없는 것이고, 학문적인 수준으로 말한다면 부적절한 것이다.

또 이 기자분이 즐겨 사용하는 2)도 마찬가지다.

일전의 토론회(5월 19일 열린 ‘왜곡으로는 감출 수 없는 촛불운동의 진실’ 촛불운동 2주년 토론회)에서 이 기자분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 걸리느냐’고 내게 질문했다. 과학자에게 이 질문을 하는 것은 과학적 대답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맥락이 무시된 어리석은 질문으로써 현답은 질문을 좀 더 명확히 해달라는 것 외에는 없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전체를 폐기하지 결코 식용여부를 연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기자의 질문은 과학적 입장 측면에서 볼 때는 전혀 무의미한 질문이다.

더욱이 일반인이 흔히 사용하는 ‘병에 걸렸다’는 표현은 과학적으로는 매우 부정확한 표현이다. 감염을 의미할 수도 있고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학적 엄밀함을 무시하고 과학자에게 저런 수준의 질문을 던지는 것은 질문자 스스로 과학을 너무 모른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하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위의 질문을 한다면 '그 답은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고, 또 서로 비전문인 사이에서 등장한 질문한 것이라면 질문 자체도 충분히 성립된다. 광우병에 걸린 소는 전체가 폐기 처분된다는 것은 병의 예방을 위하여 일단 광우병에 걸린 소 전체를 위험물질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에 대한 대답은 학문적 맥락에서 보다 면밀한 조건을 명시해서 질문했을 때와 단지 일반인 대상의 맥락에서 질문했을 때와는 답이 달라지는 것이다. 

결국 1)이나 2) 모두 일반인 대상의 PD수첩 방송에서 언급되어 논란이 된 것이기에 1), 2) 모두 위에 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 방송에서 사용되었어도 무방한 표현이었다. 단지 굳이 문제를 삼으려는 의도에 의해 법정에 사태의 희생양으로 세워져 마치 학술발표처럼 조금도 잘못되면 안된다는 식의 잣대가 적용되었기에 문제처럼 보이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위와 같은 질문은 과학자가 듣기에는 결코 제대로 된 분명한 질문이 아니기에 보다 정확히 다시 해달라고 한 대답이 마치 기자에게는 적당히 얼버무리는 듯이 들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런 못난 질문을 나름대로는 득의양양하게 열심히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짧은 질의 응답시간에 과학자가 아닌 기자분에게 어찌 이런 긴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 있으리오. 그저 기자분이 조금 겸손하여 과학자가 하는 말을 받아들이면 될 터인데 과학자보다 자신이 과학을 더 잘 알고 있고, 또 과학적 사실도 법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믿고 있는 탓에 전체가 보이지 않는 듯하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은 칭찬할 만하지만 스스로 더 이상 초라해지지 않도록, 그리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런 수준의 답 글을 쓰는데 시간 낭비 하지 않게끔 과학을 조금이라도 알고 나서 그리고 또한 겸손한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독자 수가 많은 신문에 자신의 입장이 실리니 일반인들의 호응이야 더 얻어 여론이야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과학적 내용은 그렇게 여론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하루 빨리 알기를 바란다 (하긴 신문사 측에서는 독자 수가 많으니 균형있게 양측의 견해를 듣고 판단하기 보다는 이 분의 글만 읽고 흥분해서 지방 선거 결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지도 모른다만).

끝으로 나는 사대강 사업에 대하여 생명과 생태를 염려하는 일반적 식견에 의해서 발언해 왔으며, 지금까지 사대강 사업에 대한 전문가를 칭하면서 발언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사대강 사업에 대하여 발언했으니 날조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는 이 기자분의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보면 아마도 이 분 주위에는 일반인이면서 발언할 때에는 전문가라고 포장하는 이들로 가득한가 보다. 발언했다는 것만으로 무조건 전문가로 부를 수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주위가 그런 전문가들로 가득하다면 일하는데 꽤 힘들 것 같다.

한편, 그래도 명색이 최대 독자수를 가진 언론사인데 촛불 시위 이후 2년이 지나고 정부 주장의 허구성이 명백해진 현 시점에서 정부를 대상으로 미국과의 수입 조건을 바로 잡는데 힘을 쓰지 않고 언제까지 이런 지엽적 말싸움에나 힘을 쏟는 것일까. 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촛불 주장의 타당성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공격할 거리가 없어진 상황이 된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 우희종 교수가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한 반론으로 광우병국민대책회의에 보내온 것을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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