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가 20일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됨으로써 본격 궤도에 올랐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반드시 당선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그야말로 강행군을 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날마다 유권자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별다른 차별성도 없는 선거운동 방식을 옛날 그대로다. 종종 언론에는 특별한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이 부각된다. 유권자들의 반응이 별로 신통치 않은 것은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 방식이 과거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고, 현실성은 별로 따지지 않은 좋은 말만 늘어놓은 공약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시끄럽다고 군수를 뽑지 말고 지방선거가 없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얘기도 나오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한 일이라면 우리 손으로 우리 대표자들을 뽑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 곳에서 선거문화를 바꾸는 작업은 더욱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른다.

▲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날이자 옥천읍 오일장이 열린 20일, 옥천종합상가 일대 사거리에 세 명의 군수후보 선거운동원들이 모두 나와 유세를 벌였다. ⓒ옥천신문
#1. 이번 선거는 말 그대로 소용돌이 속에서 시작됐다. 현직 군수가 채용 및 인사와 관련해 수천만 원의 금품을 받았고 거기에 재직 시에 사용한 업무추진비 중 수천만 원도 개인 용도로 사용해 횡령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재선될 것으로 생각한 후보가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되자 군수가 속한 자유선진당에서는 도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영만 후보를 군수 후보로, 군의원 출마를 준비하던 김재종 후보를 도의원 후보로 각각 말을 갈아타게 하고 선거전을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2006년 옥천을 비롯, 보은, 영동 등 자신의 지역구에서 세 명의 군수를 당선시킨 저력을 과시한 최고령 현역 국회의원이자 5선의원인 이용희 의원은 군민들에게 사죄하는 의미로 군수 후보를 내지 않으려 했으나 당원들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군수 후보를 내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군수 사건이 터지면서 밑바닥 민심은 자유선진당을 떠난 듯 했다. 주민들은 자유선진당 소속 현직 군수가 구속되는 상황 속에서 군민들에게 속죄하는 의미로 군수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는 선진당으로서는 환호를 할 만 했다.

지난 2002년 군수 선거에 나섰다 1천600여표 차이로 낙선한 이후, 2006년 도의원 선거에 나섰다 고배를 마신 김영만 후보에 대한 인물론, 또는 동정 여론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후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오차범위 안에서 김정수 후보를, 주재록 후보에게는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15일 이후에는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옥천 사람들 이번 군수 선거 지지후보로 누구를 찍을지 고민이 많아졌다.

여당 후보를 찍자니 야당 심판론에 반하고, 여당을 심판하자니 현직 군수의 비리 사실이 완전히 파헤쳐지지 않아 부패 연결고리가 아직 온전한 소속당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는 모호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2. 새로운 선거문화와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많다. 이제 어느 시대인데 후보자가 돈을 주고, 유권자가 돈을 요구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솔직히 우리 선거문화를 보았을 때 후보자가 변한 것은 무엇이고, 유권자가 변한 것은 무엇인가.

한두 가지 사례를 들자.

선거철이 마침 주민들이 관광을 다니는 철과 맞아 떨어지다 보니 많은 주민들이 관광을 나섰다. 후보자들이 관광버스에 많이 몰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증거가 없어 뒷얘기로만 들렸지만 후보들이 관광을 떠나는 사람에게 봉투를 건네는 장면이 포착됐다.

한 후보는 예비후보 선거운동이 시작된 초기, 한 인사로부터 선거운동을 해주겠노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그 제의는 돈을 수반한 것이었다. 얼마를 가져와야 사람을 모으고 선거운동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후보에게 단체 모임이 있다고 연락한 책임자는 나중에 계산서를 들이밀며 계산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계산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치 않았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이 확인된다. 후보자들은 사람이 모였으니 그 말을 듣고 모임 현장에 가게 된다. 노골적으로 계산을 부탁하거나 돈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현실임을 애써 말하고 나올라치면 뒤꼭지에 시선이 박히는 걸 느낀단다. 그리고는 뒷말이 들린다.

“저보고 계산하라고 불렀지, 얼굴만 삐쭉 내밀라고 불렀나?” 부르면 안 갈 수도 없는데, 차라리 부르지나 말지, 이럴 때 후보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단다.

선거판 루머야 밑도 끝도 없지만 어느 후보가 돈을 왕창 풀고 있다는 말은 아직도 다반사로 들린다. 증거는 없지만.

유권자가 변해야 하나? 아님 후보자가 먼저 변해야 하나? 유권자들은 유권자대로,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서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믿거나 말거나라면 좋으련만 이게 우리 선거문화의 현주소이다.

▲ 2010유권자희망연대 박원순 공동대표(오른쪽)가 오한흥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옥천을 찾았다. ⓒ옥천신문
#3. 각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방식은 크게 변별력이 없다. 읍내 네거리에서 운동원이 인사하고 구호 외치고, 선거홍보 차량이 때때로 사람들 눈에 보이도록 하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후보자와 배우자들은 행사장과 주민 밀집 거주지역인 아파트를 선정해서 아침 집을 나서는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명함 건네고.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바 없고 지역이라 그런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운동을 하는 사람은 그리 없어보인다.

매 5일은 옥천 5일장날이다. 장터가 서는 입구인 읍내 한복판 네거리에는 그래서 선거운동원들이 다 모인다. 네거리 귀퉁이마다 각 후보 진영에서 진을 친다. 지난 20일 옥천장날에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줬다. 네거리라고 해봐야 왕복 2차선이 조금 넘는, 대각선 직선거리가 불과 10여m 정도다. 서로들 앰프 음량을 올릴 대로 올려서 자신이 제작한 로고송을 트니 주변 상인들은 죽을 맛이다. 전화소리마저 안 들린다는 하소연이다. 오죽하면 소음 규제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그렇게 틀어대 봤자 그 소리 아무도 귀담아 듣지도 않을뿐더러, 무슨 소리인지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오히려 감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옥천읍 군의원 선거에 출마한 오한흥 후보는 기존 선거문화를 확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오래 전부터 했고, 실제 그렇게 행동해왔다. 다른 후보들이 명함 돌리고, 아파트마다 돌며 인사할 때 누가 봐도 튀는 선거 사무실을 만들었다. 천막 사무실. 이 때문에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군수가 토착비리로 구속됐을 때 군청사 앞에서 군수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하는 일인시위를 했다. 다른 후보자들은 왜 오한흥 후보만 언론에 나느냐고 항의 아닌 항의를 했다. 그래도 할 수 없었다. 군수 구속과 관련해 주민으로서, 후보로서 목소리를 내고, 뉴스꺼리를 만든 사람이 오 후보 한 사람밖에는 없었으니 말이다. 뉴스꺼리를 제공하는 후보에게는 언제든 보도하겠노라고 했다. 오 후보는 명함 대신에 어깨띠를 두르고 시내를 돌아다니고, 얼굴 없는 선거 포스터를 만들었다. 얼굴 대신 효자손을 싣고 ‘시원하게 긁어드리겠다’고 썼다.

철저히 미디어 선거를 하겠다는 것인데, 얼마전 옥천신문에서 동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 명을 뽑는 옥천읍 군의원 선거에서 박한범, 박희태, 김규원 후보에 이어 곽준상 후보와 더불어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참고로 언론사에서 공식적으로 군의원까지 여론조사를 해서 공표한 것은 우리 고장에서는 옥천신문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여느 후보처럼 명함 돌리고 아파트마다 찾아가 인사한 것도 아닌데 그 정도 지지율은 대단하다는 반응 하나.

또 하나는 군수의 비리로 인한 구속 등을 지켜봐 비리나 부패는 안 된다는 생각을 나누어온 옥천주민들이 다른 후보와 철저히 차별화된 유일한 후보에게 보낸 지지율치고는 너무 낮다는 것이다. 옥천읍 군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가 열 명이고, 오 후보와 다른 후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확연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후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 군수 후보들의 구호가 담긴 선거공보를 보자면 한나라당 김정수 후보는 2020년 옥천인구를 늘리는 교육복지정책 시행을 통해 ‘옥천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런 일꾼 한 번은 써먹어 달라는 자유선진당 김영만 후보는 인구 10만의 자족 도시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미래연합 주재록 후보는 옥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옥천경제에 힘을 불어넣을 준비된 지도자라는 구호로 유권자들의 표를 요구하고 있다.

군수 후보 뿐만 아니다. 도의원, 군의원 후보 모두 저마다 장점을 내세우고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런 약속이라면 금방 옥천은 인구가 늘고, 시승격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질 것이다.

내 생각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지만, 어느 때는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유권자들은 결정적일 때 현명하다.

198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고,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 선거혁명을 보았으며, 지방선거에서도 한 표씩이 모여 만들어낸 소중한 결과를 많이 봐왔다. 그동안 경험했던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보듯, 현명한 유권자들이 만들어낼 희망을 기대한다.

각자 가슴속에 커다란 소우주를 품고서 ‘소통’하고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그 소통과 공유를 바탕으로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이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바꾸고자 합니다.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의 필요성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죠. ‘작은 언론’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세세한 소식, 아름다운 이야기, 변화에 대한 갈망 등을 귀담아 들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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