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광장에서 MBC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MBC 로고를 버리고서야 그나마 현장 리포터를 할 수 있었던 MBC의 굴욕은 자승자박이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충성 맹세를 한 방송사는 그렇게 시민들에게 버림을 받았다.

촛불광장의 미운오리였던 MBC;
블랙리스트들이 MBC를 찾아 촛불을 회고한, 흥미로웠던 좌담

이명박근혜 시절 MBC 몰락은 처참했다. 4대강 사업을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부당 해고를 당해야 했다. 이런 학습 효과는 '세월호 참사'에 침묵 혹은 외면과 호도로 이어졌다.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MBC. 유한한 권력에 충성 맹세를 한 언론은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게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영방송이 스스로 가치를 상실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였다. 최승호 MBC 신임 사장이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세월호 참사' 보도라고 단언했다.

‘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 편

'세월호 참사' 오보는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물론 초기 '전원 구조' 보도는 모든 언론이 함께 낸 오보였다. 하지만 이내 정정기사가 나오며 바로잡기에 들어갔지만 MBC는 오랜 시간 진실을 외면했다. 철저하게 왜곡 보도를 한 MBC는 그렇게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고 무시하고 조롱하기까지 했다.

오직 권력에만 충성하는 방송이 어떻게 무기력해지는지 우린 모두 목격했다. 언론이 감시견이 아닌 애완견이 되면 사회가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말이다.

방송인 김미화, 주진우 기자, 진중권 교수, 이외수 작가, 박혜진 아나운서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MBC 스페셜>에 출연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이 MBC 프로그램에 나오지 못한 기간만 도합 31년이나 된다.

김미화 6년 8개월, 주진우 기자 8년 2개월, 진중권 교수 5년 10개월, 이외수 작가는 4년, 그리고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뉴스데스크'의 간판 앵커였던 박혜진 아나운서는 6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MBC TV프로그램을 진행을 맡았다. 말 그대로 MBC에 절대 출연할 수 없었던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 편

여기에 '세월호 참사'에 경기를 일으키고 유가족을 깡패라고 불렀던 전 사장이 있었던 MBC에서 '예은 아빠' 유경근 씨나 '촛불집회' 사회를 맡았던 박진 씨의 경우 MBC 출연이 불가능한 것은 그들 논리로서는 너무 당연했다. 그런 그들이 MBC를 찾았고, 촛불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일 수밖에 없었다.

<MBC 스페셜-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는 광화문 광장을 환하게 밝힌 촛불의 기록을 살피는 과정을 담았다. 누군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롭게 이어간 20회의 촛불 집회는 거대한 울림으로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했다.

그 현장에 있었던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은 그래서 MBC로서는 특별했다. 광장에서 쫓겨났던 언론, 그 초라한 몰락의 시간을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 기억해야만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망각하는 순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MBC의 이런 노력은 반갑다.

‘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 편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막기 위해 모든 권력을 이용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을 모아 극우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하도록 장려하고, 지원까지 한 자들이 바로 박근혜 정권이었다. 노란색만 봐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였다는 그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었다.

참사 발생은 사전에 막으면 최선이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참사다. 문제는 사고 발생 직후 어떤 행동을 했느냐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철저하게 조사해 바로잡고, 다시는 그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은 이를 방기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기록은 모두 잠금 장치를 해놨다. 그리고 악랄한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남겨진 유가족들을 공격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을 앞세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들을 해대고, 진실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하는 유가족들 옆에서 폭식을 하는 야만적인 집단이 바로 지난 정권의 실체였다.

고등학생들과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촛불 집회'에 참여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컸다. 자신과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허무하게 죽어가는데도 국가가 한 일이 없다. 그리고 이후 벌어진 금수 같은 시간들을 그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블랙리스트, 촛불을 만나다’ 편

정유라로 대변된 '특권과 반칙' 역시 학생들과 가족들이 대거 '촛불'을 들게 한 이유이기도 했다. 나라 전체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렸던 이 '특권과 반칙'은 정유라로 인해 폭발했고, 그렇게 변화를 요구하는 외침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이화여대 학내 시위에서 촉발된 촛불집회는 그렇게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애버트 재단에서 주는 인권상은 '촛불 시민'들에게 주어졌다. 세계적인 인권상은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촛불 시민'들을 기렸다. 그 추운 날씨에도 흔들림 없이 광장에 모였던 시민들, 그리고 가장 평화로운 방식으로 부당한 권력을 무너트린 이 '촛불'은 희미해지는 민주주의 가치를 다시 일깨웠다.

최승호 신임 사장이 녹화장을 방문해 블랙리스트였던 그들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강압적으로 해고를 당했던 최승호 피디는 기적처럼 MBC 사장이 되어 복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돌아온 마봉춘은 이렇게 과거의 잘못을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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