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이 넘는 MBC 노동조합 파업으로 대부분의 방송이 중지된 상황에서 토요일이면 습관적으로 보던 <무한도전>의 부재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그들과 함께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에 대한 보상은 다시 돌아온 <무한도전>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최고 의지력 보인 길과 삭발한 노홍철의 언행일치

1. 하하 적응기와 함께 한 파업의 흔적들

오늘 방송은 지난 방송에서 마무리하지 못했던 '예능의 신' 2부로 시작했습니다. 간만에 예능 프로그램에 복귀한 하하를 위해 멤버들이 바뀐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각자가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최선을 다해 감각을 키워주었죠.

예능 초보였던 길을 위해 하하가 가르쳐준 '예능이란?' 좌중을 자지러지게 만들었습니다. 느끼함과 말도 안 되는 오타들은 무도멤버로서의 인증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 중 멤버들의 특성을 그대로 파악해 보여주었던 메모가 가장 눈에 들어왔지요.

1. 거성공략 무조건 받아준다.
2. 재석이 형은 건들지마 내꺼
3. 노홍철은 천재
4. 정형돈은 친구로 건전
5. 정준하는 밖에서 만나라
6. 김태호 피디 앞뒤 꽉꽉 막혔다

재미있게 표현했지만 하하가 느낀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평가는 그들의 방송 내 존재감을 그대로 드러냈지요. 무시할 수 없는 점오 명수옹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무한도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라는 것은 명확하지요.

이런 길잡이를 받아들여 철저하게 명수옹과 적극적으로 어울렸던 길은 의외로 쉽게 <무한도전>에 적응해나갔습니다. 재석에 대한 무한애정은 여전했지요. 1인자에 대한 애정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한 듯하지요. 그만큼 유재석의 방송 영향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죠.

노홍철은 천재라는 이야기는 이미 김피디를 통해서도 들었듯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피디의 시각으로 예능을 하는 홍철은 어쩌면 <무한도전>이 만들어낸 최고의 가치일지도 모릅니다. 정형돈과 정준하에 대한 반응 역시 방송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인 측면이 강조되었지요.

원리원칙에 충실한 김태호 피디에 대한 평가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을 듯합니다.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이 없었고 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면 예능 프로그램이 5년간 꾸준하게 사랑을 받을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지요.

박명수의 '거성쇼'에 이은 '길의 스탠딩 쇼' 대본 없이 진행된 애드리브로 말도 안 되는 상황 극들이 의외의 재미를 주기도 했습니다. 어설픈 상황들을 웃음으로 끌어내는 유재석의 능력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그가 왜 1인자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지요.

‘슬픈여자’가 되어버린 '스피노자'는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한 무식함의 즐거움이기도 하지요. 캐릭터를 이해시키기 위해 진행된 '2010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은 명수옹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했고 실제 상황 극의 신처럼 재미를 이끌어가는 힘이 특별했습니다.

모든 것을 마치고 방송국을 나서는 하하 뒤에 적힌 "그로부터 약 두 달간 MBC에서 하하를 볼 수 없었다"는 <무한도전>의 부재와 MBC 노조 총파업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흉내를 내며 걷던 하하의 모습 뒤에 적힌 이 문구는 그간의 파업에 참여했던 제작진들과 무도를 기다려왔던 멤버와 시청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의미였습니다.

2. 쉽지 않은 도전, 최선을 다한 그들의 다이어트

제작진들이 강요해서 진행된 프로젝트가 아닌 스스로 자청해서 진행했던 '길-정형돈-노홍철'의 다이어트 도전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배가 산만한 고도비만자들인 길과 정형돈이 내세운 20kg과 10kg 감량은 철저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노홍철이 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와 함께 철저한 운동으로 초콜릿 복근 만들기에 다가가고 있었고 다른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운동에 매진했습니다. 그들의 중간 평가는 충분한 성공을 가늠하게 만들었지요. 거의 10kg에 가까워진 정형돈과 15kg을 감량한 길은 과거의 모습과는 너무 다른 그들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충분한 성공이 보이던 그들에게 제작진들이 원했던 것은 평범한 성공스토리가 아니었습니다. 건강 프로그램이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방송이었다면 그들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것이 정석이지만 예능을 위한 그들의 방송은 '악마의 유혹'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갔습니다.

홍철이 결코 참아낼 수 없는 초콜릿에 대한 유혹은 '초콜릿 마사지'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섬유질 분해 효능이 있어 실제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초콜릿을 온몸에 바르는 행위는 그들에게는 지독한 유혹일 수밖에는 없었죠. 더욱 초콜릿 중독이라 표현해도 좋을 홍철은 유혹을 참아내기 힘들 자 쉬는 시간에 그 자리를 피할 정도였습니다.

그들을 유혹하는 두 번째 장소는 다름 아닌 <식신원정대> 특별출연이었지요.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방송에 열심히 하는 모습인 이 프로그램에 그들이 초대된 건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었죠. 랍스터의 유혹은 그들을 더 이상 참아내지 못하게 하고 음식의 유혹에 굴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제작진들의 유혹은 전입가경이었습니다. 생일을 하루 앞둔 홍철을 위해 차려진 음식들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 한우, 피자'등의 성찬이었지요. 초콜릿 분수에 정신을 못 차리고 먹음직스러운 한우와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는 피자는 의지력 강한 길마저도 혼수상태로 몰아갔습니다.

가장 먼저 무너진 건 초콜릿 금단 현상을 심하게 느끼고 있었던 홍철이었죠. 품어져 나오는 초콜릿에 정신이 팔려 얼굴을 묻고 먹을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유혹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처참한 모습이 많은 웃음을 던져주었지만 먹는 기쁨을 포기하고 몸을 관리해야 하는 수많은 다이어트 준비생들의 고통과 유혹을 잘 표현해 주었습니다.

마지막 심판의 날 초콜릿 복근을 살리지 못한 노홍철은 삭발이 확정되고 10kg를 목표했던 정형돈은 무난하게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저울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답게 긴장감을 유도하는 거대 저울은 긴장감을 유발하는데 최고였습니다.

이번 다이어트의 하이라이트는 20kg 감량에 도전한 길이었습니다. 거대 저울에서도 확실한 판정을 하기 힘들었던 길은 전자저울 위에서 마지막 판정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올라선 저울 위 길은 100g을 넘어서 실패의 위기에 몰립니다. 5분 동안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모두 벗고 저울 위에 올라선 길은 목표를 달성하는 대단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철저한 식단관리와 운동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길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없는 결과를 위해 그들이 어떤 고통과 노력을 했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지요. 벌칙을 수행해야 하는 홍철은 밝게 웃으며 삭발에 응했습니다.

단순한 군대 머리가 아니라 완전한 삭발을 감행한 홍철의 모습은 방송을 통해 굳어졌던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자신의 말에 최선을 다하고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이 <무한도전>다웠습니다. 그렇게 끝나면 평범할 수 있는 그들은 4월 1일 최종 판정 이후 파업이후 첫 녹화를 준비하던 20일 제작진들은 그들의 다이어트 A/S '요요현상'을 점검해 또 다른 웃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지 못했던 그들은 유쾌하고 의미 있는 도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쉽지 않은 도전에 맞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성공한 그들과 실패에 따른 벌칙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의지와 약속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은 그저 방송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자신에게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약속에서 이겨내고 그렇지 못했을 때 따라오는 벌칙을 담담하게 받아내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일이니 말입니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아내며 여전한 <무한도전>만의 매력을 모두 보여준 그들은 다음 주면 '200회 특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5년 동안 그들이 일궈낸 성과들과 앞으로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무한도전>의 모든 것을 다음 주면 알 수 있겠지요.

방송이 모두 끝나고 나온 소녀시대의 선거 캠페인 송처럼 6월 2일 자신들의 권리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죠. 선거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선거합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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