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2010년 프로야구는 여성 아나운서의 전성시대를 열었습니다. 스포츠 현장에서 여성 아나운서의 몫이란 그리 크지 않았죠. 캐스터 자리는 많지 않았고 야구장에서도 리포터의 역할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여성 아나운서가 스포츠 중계 캐스터를 한다고 해도 체조나 피겨 같은 종목으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여전히 공중파에서는 말입니다.

하지만 2010년, 프로야구는 여성 아나운서들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야구관련 아나운서엔 여초현상이 일어날 지경이라고나 할까요? 아직까지는 관련 프로그램의 MC나 현장 인터뷰 전담을 맡고 있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여성 캐스터가 함께하는 야구중계도 가능할 듯합니다. 이미 KBS N 스포츠의 김석류 아나운서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중계에 캐스터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16년 전 여성 야구캐스터 1호를 우리 야구팬들은 만난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SBS 윤영미 아나운서가 주인공입니다. 윤영미 아나운서는 지금도 보기 드문 스포츠 전문 캐스터로 야구중계 도전에 성공한 첫 번 째 여성 야구캐스터였습니다. 중계하기 힘든 종목 가운데 하나인 야구캐스터로 1994년 데뷔해 6년 정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고교시절 라디오 중계로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2000년대 들어 오히려 여성 아나운서를 야구장에서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지만,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 채널의 확대와 프로야구 전경기 중계방송이 시작되면서 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야구중계를 담당하는 채널들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여성 아나운서들이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각 채널들은 차별화를 추구했고, 그런 가운데 전문적인 인터뷰가 여성 아나운서를 통해 경쟁적으로 펼쳐집니다.

2008년부터 본격화된 여성 아나운서 인터뷰 꼭지, 모든 채널들마다 경기 이후 인터뷰는 물론 별도의 인터뷰 프로그램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야구전문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지난해 KBS N 스포츠가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선보이더니, 올해는 MBC-ESPN의 "야"가 경쟁구도를 형성했습니다. SBS스포츠도 ‘베이스볼 터치’란 프로그램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모두 간판급 아나운서, 그것도 여성 아나운서들이 MC를 맡았다는 특징이 경쟁에 또 다른 포인트가 됐습니다.

분명 이와 같은 움직임은 여러 영향들을 주고 있는 듯합니다. 여성팬들도 쉽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측면도 있고, 야구팬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나아가 야구 자체의 인기를 높이고, 야구 저변 확대에도 적지 않게 이바지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중심에 여성 아나운서들의 참여(?)가 분명 적지 않은 역할을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경쟁과 변화의 첫 번째 종착역은 아마 여성 캐스터의 야구중계가 되지 않을까요? 몇몇 이벤트 경기들을 넘어, 정규리그에서 여성 캐스터 데뷔가 있지 않을까라고 예측해 봅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도 있겠지만, 여성 아나운서들의 활약으로 야구의 저변이 확대되고 새로움이 시작된다는 점은 고마운 일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지며 발전할 것으로 보이기에 주목할 만한 부분인 듯싶습니다. 최소한, 지금의 분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닐 것 같다는 분위기, 그런 흐름은 분명 느껴집니다.

야구의 시간, 야구장의 공간, 그 모든 곳에서 맹활약 중인 그들의 활약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저 역시 지역방송에서 이런 새로움을 시도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깁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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