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는 다는 것은 무척이나 아프고 슬픈 일이다. 언젠가 우리는 이별을 해야만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이 과정을 빗겨갈 수 없다. 그런 운명 속에 살아가면서도 우린 그 마지막을 잊은 채 살고는 한다.

명품 드라마의 품격;
인간 감정선의 극단을 보여준 이야기의 힘, 모두가 오열할 수밖에 없었던 절대가치

4회로 구성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끝났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너무 울어 눈이 퉁퉁 부어버릴 정도로 슬픈 이야기. 최근 오직 재미에 초점을 맞춘 가벼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무겁다. 그리고 애써 외면하고 싶은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진다는 점에서 힘들다.

tvN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정철은 병원을 가진 의사였다. 하지만 사고로 병원까지 날리고 페이 닥터로 살아간다. 올곧은 성격으로 인해 문제만 만드는 정철은 병원에서도 좋아하는 의사가 아니다. 이익을 위해 병원장의 요구를 들어줘야 살아남는 시대에 정철은 너무 의사다워서 힘들다.

딸 연수는 뛰어난 외모에 좋은 대학을 나왔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업도 가졌다. 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유부남이다. 불안한 사랑은 이성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니니 말이다.

아들 정수는 삼수생이다. 아버지처럼 의사가 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다. 집의 막내로 엄마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정수는 아버지에 대한 경외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 무뚝뚝한 그 아버지는 쉽게 근접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인희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고 남동생 근덕을 키웠다. 그렇게 의사 남편을 맞이했지만 그게 행복은 아니었다. 시어머니는 가난한 인희가 못마땅했다. 병원을 차려줄 며느리를 찾았지만 마음만 좋은 인희는 맘에 차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구박은 치매를 앓으며 더욱 심해졌다.

모두가 모시지 않으려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둔 인희. 오줌을 잘 못 눈다며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다고 하지만, 정철은 외면했다. 위태로운 현재 상황을 아내가 아는 게 싫었다. 자존심 하나로 버텨온 인생인데 그게 흔들리는 것을 참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은 아내가 암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무의미해졌다. 가족 앞에서는 당당하고 싶었던 가장이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는 무뚝뚝하지만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 곧 아버지의 역할이라 자부하기도 했었다.

아내이자 어머니이고 며느리인 인희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피를 토하며 "여보. 아파"라며 오열하는 그녀를 어쩌지 못하고 주저앉아 우는 정철과 그런 어머니를 부여잡고 함께 울 수밖에 없는 연수와 정수.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엄마가 행복한 기억을 간직하고 가도록 울지 말자고 다짐했다.

tvN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망나니처럼 살던 동생 근덕은 자신의 누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뒤늦게 깨달았다. 어머니 같았던 누이의 죽음. 그저 앙탈을 부리는 어린 아이처럼 누이에게 자신의 몰락을 탓하기만 했던 근덕은 누나가 좋아했던 '호두과자'를 아내 양순에게 건네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자신이 모는 택시를 타고 가며 애써 노래를 부르며 슬픔을 이기려 하지만 쏟아지는 눈물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근덕은 뒤늦게 깨달았다. 누나 인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말이다.

품 안의 자식 같기만 하던 정수의 여자친구를 보고 한없이 행복했던 인희. 엄마가 가고 싶다는 가평집을 단장하고 돌아온 남편과 딸. 그렇게 가족이 정말 오랜만에 집 앞에서 모두 함께 만났다. 소복하게 눈이 쌓인 집은 평온하고 행복하기만 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는 순간 몽둥이로 인희의 머리를 때리고 화를 내는 치매 걸린 시어머니.

그런 할머니에 분노하는 정수와 더는 참을 수 없어 어머니를 방안에 가둔 채 못질을 하는 정철. 그런 아버지를 말리는 아이들과 머리에서 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남편을 말리는 아내. 새벽녘 지독한 고통에 잠이 깨어 물을 마시러 나온 인희는 이불도 덮지 않고 자고 있는 시어머니가 측은했다.

이불을 덮어주려 던 인희는 오만가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희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홀로 남겨질 시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희. 그리고 치매 걸린 어머니이자 할머니로 인해 힘겨워 할 가족을 위해 그녀는 시어머니와 함께 떠나고 싶었다.

tvN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그날 이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는 달라졌다. 부쩍 말수가 줄어들었다. 인희에게 함부로 하던 행동도 사라졌다. 그 충격이 시어머니를 지배하게 된 것이리라. 엄마가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가평집으로 향하는 날, 가족은 행복했다. 바다가 보고 싶다는 인희를 위해 바닷가를 찾은 가족은 너무 행복했다.

작고 하얀 조개껍데기에 행복해 하는 인희를 보고 바로 돌아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정철은 변했다. 소중한 사람을 그동안 방치했다는 자책감이 지독할 정도로 그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사진을 찍으면서도 정철은 인희를 담기에 여념이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말이다.

가평집에 도착한 인희는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어린애 같기만 한 아들의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내가 누구야?"라고 묻는 엄마를 향해 오열하는 아들을 안아주는 엄마는 마지막까지 단단하고 포근하고 싶었다. 딸과 마지막 이야기를 하던 인희는 애써 참았던 감정이 무너지고 말았다.

"아주 많이 사랑해. 너는 나지. 나는 너고. 알지 그거" 애써 담담하게 그 말을 남기고 가려던 엄마는 끝내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딸을 안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남겨질 아이들을 향한 어머니의 모습은 그렇게 아프고 슬플 수밖에 없었다. 그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들에게는 그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했다.

정철이 가평 보건소에 일자리를 얻은 것도 아내와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있고 싶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쉽지 않은 삶에 신혼여행도 신혼 방도 없이 살았던 이들 부부에게 새로 지은 가평집은 처음이자 마지막 신혼 방이었다.

tvN 주말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나 예쁘면 뽀뽀나 한 번 해줘라"

아픈 아내를 목욕 시키고 그런 남편이 너무 좋아 행복한 아내. 곱게 화장을 하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하루를 보내는 부부. 아픈 아내를 위해 직접 죽을 쑤고 먹이며 행복해 하는 이들 부부에게 그 짧은 시간은 평생의 삶과 같았다.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 달라는 인희는 남겨진 이들 걱정만 했다.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채 영원한 이별을 한 인희. 그런 아내를 부르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뜨거운 눈물을 흘린 채 바라보고 있는 남편 정철의 모습은 서글프기만 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왔던 어머니의 죽음. 그 죽음 앞에서 되돌아보게 되는 가족의 가치.

삭막해져 가는 현실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우리에게 왜 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 이별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작가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이 글을 썼듯, 떠나보낸 후에야 겨우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우리에게 이 드라마는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한다.

우린 아름다운 이별을 할 준비는 되어있는가? 일상의 삶이라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한 사람들, 가족에 대한 관심은 너무 가까워 남보다 못할 때가 많다. 그렇게 우린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살아가다 이별을 한 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곤 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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