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방송프로그램의 불법 유통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번 저작권법 개정으로 콘텐츠 불법 유통에 대한 법적 기틀은 마련됐지만 방송 콘텐츠를 보호할 기술기준은 아직 채택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용자 편리성을 담보할 합법적 온라인 유통 방안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는 기술발전과 이에 따른 온라인 이용 패턴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난 11일 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주최한 ‘방송콘텐츠 온라인 유통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윤호진 책임연구원은 지상파방송의 주요 드라마, 연예, 오락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불법 유통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1월 14일부터 30일까지 실시됐으며 온라인상에서 웹하드, P2P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10개 사이트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 P2P방식의 모사이트에서 검색된 무한도전, '무한도전'이라는 검색어는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지만 추가어를 통해 검색이 가능하다. 고화질 용량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조사 결과, 6개의 지상파방송 프로그램이 이 기간 중 19,681건 불법 유통된 것으로 밝혀졌다. 윤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는 10개 사이트만 대상으로 6개 프로그램의 지정된 검색어로만 조사한 것”이라며 “더 많은 국내외 사이트를 포함하고 방송프로그램 검색을 확대한다면 온라인상에서의 방송프로그램 불법 유통량은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해당 시기의 총 방송분량은 총 395회였지만 온라인을 통해 유통된 프로그램 수는 17,330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송방식 별 유통 현황은 웹하드 방식이 15,158건(77%), P2P 방식이 1,184건(6%), 스트리밍방식이 3,339건(17%) 순으로 나타났다. 웹하드 방식이 선호되는 까닭에 대해 윤 연구원은 “단 한 번의 업로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파일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스트리밍방식의 화질보다 우수하다”라고 분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방송콘텐츠 불법 유통 이용자 의식 조사’결과도 발표됐는데 이용자 대부분이 불법 유통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운로드 이용자의 54.9%가 불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불법유통행위를 계속하겠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유는 편리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경제적 이유 보다는 다운로드 이용의 편리성이 주효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원하는 시간에 편리하게 볼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색, 골라 볼 수 있는 편리성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는 합법적인 방송콘텐츠의 온라인 유통이 이용자의 편익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박웅진 연구원은 “가격보다 편리성을 꼽은 이용자의 특성을 잘 고려해야 한다”며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용자의 편리성을 고려해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방송사 사이트의 VOD서비스는 이용자가 사용하기에는 불편한 게 사실이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하며 대부분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다운로드 방식의 화질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일차적으로 방송사가 온라인 불법 유통을 부추긴 셈이다.

방송콘텐츠의 저작권을 보호할 기술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워터마크(Watermark), 브로드캐스트 플래그(Broadcast Flag) 등 방송콘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이 논의 돼 왔지만 기술기준으로 채택된 것은 없다.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는 일종의 복제방지기능으로 시청자가 구입해야 하는 수신기와 관계된 기능이다. 저조하지만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수신기는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기능이 탑재된 수신기는 생산 유통되지 않는 실정이다. 다른 한편에선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가 보급되고 있다. 녹화기는 보급되고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사용하게 할 전제 조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2012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문제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 시점에 가서 개선한다고 해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브로드캐스트 플래그가 현실에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 기능이 탑재돼 있지 않은 시청자의 수신기를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시청자의 부담과 연결된다.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는 국가에선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디지털방송 초기부터 브로드캐스트 플래그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엔 1회로 한정했던 복제 횟수가 시청자의 반발을 사자 10회로 확대했다.

우리나라에서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도입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디지털방송활성화특별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방송사는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도입을 주요 내용하는 저작권 보호 방안을 제안한 바 있었다. 하지만 수신기를 생산하는 가전사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브로드캐스트 플래그 도입에 따른 수신기 가격 상승과 기능 개선에 따른 수신기 보급 지연 등을 가전사가 이유로 내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