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동이를 참 재밌게 보고 있지만, 역사 왜곡이고 역사의 재해석이고를 떠나서 동이라는 캐릭터가 참 건방지고 막장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동이는 역사적으로 숙빈 최씨로 무수리의 신분에서 정 1품 숙빈의 자리까지 오른 대단한 인물이긴 하지만, 현재 드라마 동이에서 보여주는 동이라는 캐릭터의 모습은 항상 밝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지혜로운 점을 부각시키려다보니 개념을 상실한 것들이 자꾸 보이는 것 같네요. 암튼 그래서 막장동이 베스트3를 뽑아보았습니다.

[막장동이 베스트 3위] 판관 나리는 내 친구

동이가 모화관에서 암호문과 해독원통을 빼돌려 도망 나와 쫓기다가 숙종을 만나게 되는데요. 소매를 잡으며 도와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숙종의 신하가 호통을 치자, 동이는 그제서야 숙종이 판관이 아니라 임금이었음을 드디어 알게 됩니다.

숙종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동이에게는 그것보다 숙종이 판관이 아닌 임금이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고 충격적이었죠. 그러고는 자신이 임금의 등을 밟고 담을 넘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걱정을 하는데요. 감히 한 나라의 임금의 등을 밟았다는 것은 그 누구라도 상상 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동이는 천민의 신분이었으니 더욱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숙종은 자신을 임금으로 보지 않고 그저 한 사람으로 봐주는 동이와 지내는 시간이 스펙타클하고 재밌어서 별말 하지 않고 넘어갔던 것입니다. 오히려 숙종은 그것을 재밌어 하며 자신이 판관이라고 속여서 미안하다며, 앞으로도 자신을 임금이 아닌 그저 아는 사람처럼 편하게 대해달라고 어명을 내리죠.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닙니다. 임금의 등을 밟았다는 자신의 말도 안 되는 행동에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당시 천민인 자신이 양반인 판관의 등을 밟았다는 것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데요. 걱정은 커녕 판관 나리만 보면 반가워하고, 오히려 이것 도와 달라 저것 도와 달라 거리낌이 없습니다.

덕분에 숙동라인을 재밌게 보기는 했지만, 사실 그것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은 똑같죠. 말로는 나리 나리 하면서 천민처럼 말을 하지만, 양반과 천민 사이의 벽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건 동이가 개념 없이 판관을 막 대하고, 막 대함을 처음 겪는 숙종은 얼떨결에 말렸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막장동이 베스트 2위] 문제 해결 위해선 절차, 보고 다 무시하는 동이

동이는 지혜로움으로 난관에 봉착한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하면서 돋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 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하지만, 절차와 보고 다 무시하고 동이 단독적으로 모화관에 잠입해서 암호문과 해독 원통을 빼오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이가 감찰궁녀가 된 이후 처음으로 맡는 사건이라 의욕이 넘치고, 죄가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증거가 없어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하는 것까지는 좋은데요. 그리고 동이 역시 모화관에 숨어들어간 사실이 들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채, 몰래 빼오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금부, 포청과 함께 합동수사를 할만큼 중차대한 사건을, 그것도 다른 궁녀도 아닌 궁궐 내 궁녀들을 감사하는 감찰궁녀가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도 않으면서, 절차와 보고 다 무시하고 단독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하는 것은 개념 탑재가 되지 않았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수십년 사건사고를 겪은 베터랑 형사가 자신의 감을 믿고 상관의 수사 종결에 반발하여 단독으로 수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제 첫 사건을 맡은 초짜가 보고도 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또한 동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런 자신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인해 밀거래 사건의 증거를 찾아내게 되지만, 장희재의 계략으로 밀거래 주모자인 김윤달을 살해하고 억울해서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게 되죠. 이에 분개한 청국 사신단은 자기네들이 직접 조사를 하겠다며, 동이를 내어놓으라고 하는데요. 숙종은 대신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동이를 감싸며 내어주지 않으려 하면서, 조선은 청과 전쟁이라도 일어날 듯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 때문에 숙종이 곤란을 겪게 된 것을 안 동이는 도망가자는 차천수를 뒤로 한 채, 청국 사신단이 있는 모화관으로 직접 찾아가 조사를 받겠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자신으로 벌어진 일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모화관으로 갔지만, 이것 역시 어이가 없는 행동입니다. 자신으로 인해 외교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임금이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의 결정이나 판단을 무시한 채 맘대로 청국 사신단에게 조사를 받겠다고 간 것은, 일개 궁녀 하나가 임금에게 반하며 조선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거든요.

더군다나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이번에는 감찰부 정상궁에게 보고를 했고, 정상궁은 그런 동이가 모화관에 가도록 나두었다는 사실입니다. 둘 다 개념은 상실했다고 볼 수 있겠죠.

[막장동이 베스트 1위] 상관에게 법대로 하자며 바락바락 대드는 동이

막장동이 베스트 1위는 임성민의 연기논란으로 화제가 되었던 바로 그 장면인데요. 사실 그 전부터 동이는 감찰부의 실세인 유상궁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감찰궁녀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자신이 보지 않은 서책으로 시제를 보는 것에 불만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고는 유상궁을 따라 다니면서 불공평하다며 다시 시제를 보게 해달라고 항의를 하는데요. 여기까지는 드디어 천민에서 궁녀가 되면서 이대로 다시 장학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각오로, 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 말하는 동이의 말은 깜짝 놀랐는데요.

사실 이런 동이의 모습은 군대로 치면 자대배치는 커녕 훈련소 4주 훈련도 마치지 않은 훈련생이 중대장에게 대들며 따지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들며 따질 뿐만 아니라 완전 대놓고 자신을 내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냐며 직설적으로 얘기를 하죠.

마마님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저는 아직 배우지 못한 서책입니다.
마마님, 마마님께선 분명 제게 아는데까지만 하면 된다 하셨습니다.
마마님께서 제가 아직 서책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이 모든 게 첨부터 저를 내치실려고 그런 것입니까?
마마님, 억울합니다. 제게도 공평한 기회를 주십시오.

규율대로 한 것일 뿐이라는 유상궁의 말에, 동이는 감찰부의 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감찰부 규율을 찾아와서는 유상궁이 틀렸다며 이번 시제는 다시 치러 져야 한다고 합니다. 물론 절실함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볼 수 있지만, 마치 법대로 합시다 하는 듯한 동이의 건방진 행동에 결국 한대 맞게 되죠.

마마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시제는 틀렸습니다. 허니 다시 치뤄져야 합니다.
이건 제가 이곳에 와서 익힌 감찰부 규율입니다.
여기에 분명 시제는 전년도 배운 경전 중에 출제되야 한다 나와 있습니다.
허니 몇일 전에 배운 중용장구는 시제과목이 될 수 없습니다.
유상궁 마마님께서 그런데도 서책을 고르신 건 제가 그 서책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십니까?
이건 불공평한 일입니다. 허니 이번 시제는 다시 치뤄져야 한다고...

분명 동이에게 억울한 일임은 틀림이 없지만, 상관을 대하는 말투를 보면 상당히 건방지다고 생각될 정도로 직설적입니다. 궁궐 내 감찰부에서 신입 한명이 저렇게 실세에게 바락바락 대들며 따지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죠.

암튼 동이를 보면 진지하기 보다는 웃음이 나면서 캐릭터가 참 독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병훈 PD가 늘 밝고 명랑한 여주인공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니, 그것이 참 잘 드러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암튼 이병훈 PD는 장희빈, 인현왕후, 숙종, 숙빈최씨 등의 캐릭터에 대해서 재해석의 자부심을 나타내며, 각각의 캐릭터들을 당위성을 갖춘 가운데 새롭게 그려낼 예정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동이는 또 얼마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개인적으로 얼른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본격적인 대결로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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