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언론인에서 공영방송 사장으로'. 최승호 PD가 7일 열린 MBC 방문진 임시이사회를 통해 MBC 사장으로 내정됐다. 이번 방문진 이사회는 흥미로운 장면도 있었다. 그간 밀실회의를 거쳐 결과를 내던 것과는 확실하게 차별되는 부분이었다. MBC 방문진은 이날 최종 3인에 오른 후보자들의 최종면접을 MBC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MBC는 지난 1일에도 사장 후보 3인의 정책설명회 역시 인터넷 생중계를 한 바 있었고, 달라진 MBC에 대한 기대감에 조금은 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물론 이런 작은 변화들은 먼저 방문진이 달라졌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방문진은 최종적으로 최승호 PD를 MBC 사장으로 선택했다.

12월7일 MBC 뉴스데스크 ‘MBC 신임 사장에 최승호 PD 선임…5년 만에 복귀’ 방송 갈무리

그러나 사장에 내정된 최승호 PD에게 당장 축하한다는 말은 너무 성급하고, 현재 MBC가 처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적절하지도 않다. “만나면 좋은 친구” 마봉춘에서 “만나면 싫고, 만나기 싫은” 엠빙신이 된 MBC를 정말 포부대로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망가지긴 쉽지만 다시 회복하긴 정말로 어렵다.

최승호 신임사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PD수첩 PD도 뉴스타파 PD도 아닌, 신뢰가 완전히 무너진 MBC 재건을 진두지휘하는 일이고 그것은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최승호 사장 본인은 신뢰회복의 최우선 과제는 방송장악 청산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시민의 눈높이를 읽어야 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아직도 기자보다는 기레기가 더 일상화된 시민들의 언어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승호 사장이 정말로 명심해야 할 것은 시민들은 지금까지 MBC를 보지 않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더욱 그렇다. 최승호 사장이 말한 신뢰회복의 바로메타는 아마도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회복일 것이다. 아니 현재 <뉴스데스크>는 시청률을 언급할 형편이 되지 못한다. 1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뉴스데스크>의 외형 회복부터가 시급하다. 그리고부터가 진짜 문제다. 동시간대에 버티고 있는 JTBC <뉴스룸>과의 힘겨운 싸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JTBC <뉴스룸>과 손석희의 이름은 적어도 지난 1년간 한국의 저널리즘을 대표했다. 아니 저널리즘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부풀려진 사실일지에 대한 고민은 뒤따르겠지만 대중의 인식 속에는 그렇다. 그래서 <뉴스룸>과 손석희란 이름은 시청률을 초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 최승호 사장의 <뉴스데스크>가 바로 그 손석희의 <뉴스룸>과 일전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아니 지금의 <뉴스데스크>로서는 JTBC <뉴스룸>과 경쟁을 한다는 것부터가 무리한 설정일 수 있다. <뉴스룸>이 특별히 흔들리지 않는 한 어쩌면 <뉴스데스크>에게는 경쟁할 기회조차 없을지 모른다. 지금의 <뉴스데스크>는 안 봐도 그만인 정도가 아니라 봐서는 안 될 뉴스이기 때문이다. 그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뉴스데스크>는 공정보도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며, 공정보도 이상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은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여전한 불만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시민의 눈높이를 충족하는 보도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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