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와 삼성이 2차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트레이드를 준비했고 결실을 맺었다. 기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한기주와 삼성 외야수 이영욱을 1:1 트레이드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의외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이름값에서 월등하게 앞서는 한기주를 내보내는 것이 잘못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10억팔 한기주 삼성행, 김호령 대체자가 된 이영욱

한기주가 삼성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기아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한기주가 삼성으로 트레이드가 되는 상황이 조금은 낯설다. 하지만 기아와 삼성은 의외로 많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김응용과 선동열은 모두 타이거즈 왕조를 세운 역사적 인물들이다. 감독과 선수였던 그들은 삼성으로 옮겨가 삼성 왕조를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또한 고향팀으로 옮긴 최형우의 경우도 삼성 왕조 시절 핵심 선수였다는 점에서 두 팀은 무슨 인연의 끈이라도 있는 듯 보인다.

이영욱(왼쪽)과 한기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기주는 계약금만 10억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이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 고졸 선수에게 이 정도 금액을 줄 정도면 이 선수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인지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동안 프로야구만 봐도 충분하게 알 수 있다.

고교시절 혹사로 부상이 존재했고, 프로에 와서는 엄청난 계약금에 대한 부담감이 그를 짓눌렀을 것이다. 기대치는 높고 그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하게 움직여야만 했던 한기주에게 꽃길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여전히 부상이었다.

한기주는 2006년 데뷔, 44경기 10승 11패 1세이브 8홀드 평균 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2년 차 시즌부터 마무리 투수로 입지를 다진 한기주는 2007시즌 55경기 2승 3패 평균 자책점 2.43을 기록했고, 2008시즌에는 46경기 3승 2패 26세이브 평균 자책점 1.71로 활약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전성기를 구가한 두 시즌을 제외하고는 한기주는 부상병동으로 불릴 정도로 매년 부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2008 시즌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한기주는 2009 시즌 종료 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거쳐 2011 시즌에 복귀했지만, 손가락과 어깨도 수술을 받아 구위마저 현격하게 저하되고 말았다.

지난 시즌 1군 무대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한 이닝 2개의 만루 홈런을 내주는 등 좀처럼 구위를 되찾지 못했다. 그나마 2017 시즌에는 훈련 중 부상으로 인해 2군에서만 공을 던져야 했다. 최고 유망주로 주목 받았고, 한때 타이거즈 마무리로 확고한 위치를 잡기도 했던 한기주의 성적은 아쉽기만 하다.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는 한기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기주의 프로 통산 기록은 239경기 25승 28패 71세이브 9홀드 평균 자책점 3.63이다. 아주 좋은 성적표이지만 부상의 악령은 그를 더는 타이거즈 선수로 머물 수 없게 만들었다. 부상만 없었다면 한기주는 제 2의 선동열, 아니 선동열을 이어가는 최고의 투수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기아 팬들은 아쉬워한다.

좌투좌타인 이영욱은 2008년 삼성에 입단했다. 프로 통산 8시즌 타율 0.245, 12홈런, 103타점, 173득점, 72도루를 기록한 베테랑 외야수다. 하지만 주전이 아닌 백업 선수라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기아로 옮긴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기아 외야는 여전히 포화 상태니 말이다. 그럼에도 기아가 이영욱을 선택한 것은 군 입대를 한 김호령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선택은 자연스럽다. 공격력이 강하지 않지만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수 있는 이영욱은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기주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부상을 털고 내년 시즌 화려한 부활을 할 수도 있다. 그런 희망고문이 수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지만, 동기부여가 된다면 한기주의 이적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30살, 마지막 혼을 불태워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한기주의 부활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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