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씨에 대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고,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엊그제 소식이 아니라 한참 지난 9월의 일이었다. 대형 법무법인 소속 신입변호사들과 술자리를 가진 김동선 씨가 이 자리에서 만취해 자신을 부축한 변호사의 뺨을 때리고,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잡는 등의 폭행을 범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제 버릇 남 못 준다’는 속담이겠다. 그것으로 치부하고 말면 좋겠으나 때가 그렇지 못하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갑질의 횡포에 유독 민감한 때에 또 터진 재벌3세의 갑질 폭행이라는 사실이 부각될 수밖에는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들도 재벌3세의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는 복잡한 감정과 대면하게 된다.

대한변호사협회 [연합뉴스TV 제공]

돌려 말하지 말자. 법무법인은 김동선 씨의 폭행을 덮어주었다. 그것이 단순한 차원의 배려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반면 신입 변호사들의 자존감은 어떠했을지가 의문이다. 변호사들에게 보디가드가 필요치 않은 것은 사회가 준수하는 법의 권위와 존중 때문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폭행을 당하고도, 남들이 대신 고발하는 상황에서도 침묵하는 것은 무척 어색하다. 법무 실무를 배우기 전에 변호사조차도 법대로 안 되는 세상을 먼저 배우게 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피해자와 사회에 가장 면목 없는 한 사람에 지난 폭행사건 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도 포함될 것이다. 김동선 씨는 올 1월에 술집 종원원 폭행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씨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집행유예의 이유를 밝혔지만 당시에도 유전무죄 판결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리고 불과 열 달 만에 다시 집행유예 중인 재벌3세는 폭행을 저질렀다.

동시에 “자식 키우는 것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심경을 전하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자식의 위기를 대하는 부모의 심정이야 좋을 리 없겠지만 그의 심경을 전하는 기사가 정작 사건 당사자에 대한 기사보다 더 잘 보이는 아이러니 속에서, 이렇게 불안하고 자기 통제가 되지 않는 사람을 무책임하게 사회로 돌려보낸 사법부의 안일한 판결에 새삼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김동선 씨는 1월의 폭행 사건 외에도 2010년에 술집 여 종업원을 추행하고, 말리던 경비원 등과 몸싸움을 벌이다 집기를 부순 혐의로 입건되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한화 3남 김동선씨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전무죄 판결이라는 의심 속에서 두 번이나 위기를 넘긴 김동선 씨였지만 이번에도 무사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고발도 있었지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번 사건을 별도로 내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인 법무법인에서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반의사 불벌죄인 폭행죄는 기소할 수 없지만 수사결과에 따라 상해죄가 인정된다면 김동선 씨는 다시 법정에 서게 되며, 보통의 경우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한편 김동선 씨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반성의 뜻을 밝혔다.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로서 반성은 좋지만 왠지 벌도 스스로 정한 것 아니냐는 느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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