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썰전>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을 주된 관심사로 다뤘다. 남재준 국정원장부터 청와대 문고리 3인방 등이 모두 인정한 국정원 뇌물 상납은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전 대통령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와 함께 여론의 관심은 과연 국정원의 검은돈이 언제부터 청와대에 상납됐냐는 것으로 옮겨갔다.

마침 <썰전>의 두 패널들은 어쨌든 지난 정부의 핵심위치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자연 그들의 경험적 발언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도 있는지라 사실대로 말을 할 거라는 기대는 쉽지 않은 편이다. 당연히 박형준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납을 받지 않았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다.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썰전>

그러나 왠지 모르게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때 김구라의 한 마디가 핵심을 찌르며 모처럼 시사 토크쇼 진행자다운 면모를 살려주었다. 김구라는 “MB정권 때는 따로 하는 일들이 많아서 국정원에서 여기까지 돈이 올 만한 여력이 없었나 봐요”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박형준은 표정관리가 안 되는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모면하는 모습이었고, 유시민은 한 박자 늦게 그 뜻을 알아듣고 혼자서 파안대소했다. 오랜만에 개그맨다운 풍자로 웃음과 날카로운 비판도 담은 한 마디를 한 셈이다. 그렇지만 쌍둥이 같았던 이명박근혜 정권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웃는 것은 웃는 것에 불과하고, 의심까지 거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번 주 정치적 최대 이슈인 트럼프 방한으로 화제가 옮겨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쉬운 것은 타이밍 문제였다. 의외로 조용히 있다가 떠난 트럼프였지만 자주 미치광이 전략을 동원하는 장본인이 직접 한국을 방문한 정도의 일이라면 녹화를 좀 늦췄어야 했다. 트럼프는 생각보다 조용했으며 오히려 일본이 시끄러워진 이유는 리뷰형식이 아니라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말한 트럼프 일정에 대한 불만(?)은 트럼프와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은 DMZ를 방문하려고 했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발을 돌려야 했던 사실을 몰랐던 과거시점의 녹화였기 때문에 사실상 편집됐어야 했다. 본래 일정에 없던 DMZ 방문을 문 대통령이 제안했었기 때문이다. 아니라면 추가녹화를 통해 보완을 했어야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와 포옹하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번 트럼프 방한 일정을 맞이한 한국정부는 일본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주었다. 특히 만찬 메뉴에 오른 독도새우와 만찬 중에 트럼프와 포옹한 이용수 할머니는 정식 의제가 아니면서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둔 외교 효자로 떠올랐다.

일본의 돈 앞에 굴복한 유네스코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 등재를 보류한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과 포옹한 할머니가 바로 미국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고발한 이용수 할머니라는 사실은, 우리 정부가 당황하지 않고 얼마나 침착하게 미국 대통령 방한을 준비했는지를 말해준다. 게다가 독도를 다케시마로 불러왔던 일본도 독도새우라는 고유명사는 그대로 부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은 일본국민을 당황하게 만들었고, 반대로 우리 국민들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 있었다. 이런 사실은 뉴스보다는 풍자와 해학을 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썰전>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매주, 매일 뉴스가 넘쳐나는 한국 상황에서 일주일도 넘게 지난 이슈를 다음 주에 언급하기는 쉽지 않다. 뉴스가 아닌 정치로 즐거워지자는 예능형 시사 토크쇼인 <썰전>이라면 이런 부분을 놓친 것은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보자니 이번 주에는 김구라의 MB디스 한마디가 전부 다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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