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승패는 가려지게 되어 있고 승자와 패자는 결과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이다. 역사가 그러하듯이...

물론 축구의 시즌 리그경기에서는 무승부라는 독특한 규칙이 존재하고 우리나라 야구는 12회로 인위적인 제한을 두고 있기에 또한 무승부가 있지만,

양 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치고 그 속에서 감동을 느끼는 것이 스포츠가 갖는 최고의 매력이지 않을까?

드라마를 거의 시청하지 않는 나로서는 스포츠 경기가 일상의 활력소이며 그래서 아이들도 모두 운동(태권도)을 시키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 결과를 알 수 없는 묘미, 최선을 다해 이기고자 하는 노력... 진정한 스포츠만의 장점이자 그래서 인생과 닮았다고들 할 것이다.

오늘 나는 올 시즌 전 종목 털어서 최고의 명승부를 관전했다고 감히 고백한다. 특히 패전투수가 된 류현진에게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경기는 비록 두산이 이겼고 한화가 졌지만, 류현진과 김선우가 보여준 최고의 투수전은 야구 매니아들에겐 각별한 의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아련한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최동원-선동렬의 15회 완투 2-2 무승부경기를 연상케 할 만큼 박진감 넘쳤다. (신문과 뉴스로만 봤음)

물론 당시 1987년엔 대학 신입생 때였고 야구나 스포츠보다는 반 제국주의와 반 군사파쇼를 위해 열심히 돌팔매질 하던 때이긴 했지만...

선제 실점의 빌미(실책)을 제공하고 또 득점 허용시에도 실책성 플레이를 펼쳤던 손시헌이 쐐기 솔로 홈런까지 뽑았지만, 9회말 투아웃에도 신경현이 2루타를 때려내어 마지막 기회를 살려 본건 오늘경기의 압권이었다. 그만큼 양 팀 선수들이 에이스로서 류현진과 김선우를 생각한다는 반증이었다.

특히 1사 만루상황에서 양의지를 투수 앞 땅볼, 병살로 처리하던 류현진의 모습은 역시 진정한 우리나라 에이스요 원조괴물이란 생각이 들게끔 했다.

마찬가지로 손시헌의 실책으로 무사 1루 위기에 직면하고서도 김선우는 오히려 손시헌을 위로하며 괜찮다고 다독이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였다.

주중 프로토 예상평에서 이 둘의 맞대결을 나는 두산승리로 예상했다. 경기는 우천 연기되었고 양 팀 감독은 잔수부리지 않고 둘을 밀어부쳤다.

또한 민병헌 타석에서 김경문 감독이 스퀴즈작전을 시도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류현진이 얼마나 넘어서기에 벅찼던가를 대변해준다.

베이징 올림픽 쿠바와의 결승전 금메달... 그 승리투수가 류현진이었으니까...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고 결과에 승복하는 것보다도 아름다운 건 결코 없다.

승리의 여신이 오늘은 비록 김선우와 두산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통산 승수보다 패수가 많았던 유일한 상대팀 두산에게 이겨보고자 사력을 다해 역투를 펼친 류현진과 한화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언젠가 둘의 재대결에선 국가대표 에이스 괴물현진이가 꼭 승리투수가 되기를 바란다.

역사가 돌고 돌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로 좋은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다. 야구도 예외는 없다. 스포츠가 다 그렇다.

천년만년 강팀일 수 없고, 해마다 꼴찌 밥 먹듯이 할 수도 없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음에도 팀과 자신의 승리를 위해 혼을 담아 던졌던...

나보다 나이도 새카맣게 어린 현진이지만... 오늘 나는 류현진에게서 인생의 새로운 가치를 배웠다.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말이다.

다시 한 번 최고의 명승부를 펼쳐준 류현진과 김선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특히 류현진에게는 경의를 표한다.

현진아, 누가 뭐래도 네가 우리나라 최고의 에이스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프로토... 토사장이 독점회사인게 아쉽긴 하지만...
( 無名冬客 http://blog.daum.net/gleehong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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