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체육방송관광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후 문방위) 운영을 보면 취재하는 기자로서도 낯부끄러울 지경이다. 국회의원들이 설득력 없는 명분에다 온갖 핑계를 갖다 붙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국민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 지 모르겠다. 더구나 4월 임시국회가 18대 상반기 국회의 마지막 상임위라는 점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MBC 파업이 20여일을 넘어서고 있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문진흥회 이사장의 인터뷰로 불거진 청와대의 MBC 인사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뒤로하더라도 현재 파업으로 정규 프로그램이 방송되지 못하고 편성 파행이 이뤄지고 있는 공영방송 MBC에 대해 문방위는 어떤 역할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어떤 누구도 MBC 문제에 나서지 않고 있어 MBC파업은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 26일 오전 문방위 법안소위 위원장 대행을 맡은 한선교 의원이 회의 시작 전 정부 관계자와 법안 관련 논의 중에 있다 ⓒ김정대

국회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있고, 헌법에 의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영방송MBC 사태 해결에 청와대도 방송통신위원회도 방송문화진흥회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회가 나서서 특히, 관련 부처의 소관 상임위인 문방위가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2월부터 MBC청문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리저리 회피하다 4월이 되자 ‘선거를 앞둔 시기에 정치적으로 쟁점화 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선거를 앞 둔 시기에 공영방송MBC의 파업으로 편성 파행이 계속되면,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와 관련된 진실을 파악해 국민이 투표행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민주당은 MBC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으면 어떤 일정도 합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MBC청문회를 수용할 수 없고 대신 법안만 처리하자고 주장해 20일 이후 일정이 합의되지 않을 듯 보였다. 그러나 법안 처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 결국, 22일과 26일 법안소위와 26일 전체회의가 합의됐다. 사실상 한나라당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26일 오후 2시 전체회의가 공지됐으나 5시까지 기다려도 28명의 상임위 의원 중 의결정족수인 15명이 참석하지 않아 전체회의는 28일로 연기됐다. 더구나 법 개정 시한을 넘긴 ‘미디어렙법안’과 오는 9월 22일로 시효가 만료가 되는 ‘지역신문발전특별법안’은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시급히 처리해야할 중요 법안이라고 목소리만 낼뿐 여야는 법안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엔 관심이 없다.

더구나 법안소위에서 22일에는 ‘미디어렙법안’ 논의를 위한 일정 논의가 정치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26일에는 ‘지역신문발전특별법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위원장 대행을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은 기자들에게 미리 공지하지 않은 채 퇴장을 지시했다.

‘미디어렙법안’과 ‘지역신문발전특별법안’은 향후 언론환경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법안이기에 그 논의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 기자의 퇴장을 지시하고도 두 법안 모두 법안 소위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과연 어떤 비밀 이유가 있었기에.

문방위 파행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3월임시국회 문방위에서 서울시장 출마로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던 한나라당 간사가 공석이 되어, 민주당 전병헌 간사가 의사일정을 논의할 창구가 없었다. 최구식 의원이 간사대행을 맡는다고 했다가 다시 한나라당 의원들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최 의원이 간사대행을 맡기로 했으나 의사일정은 합의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최 간사대행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다. 6월 지자체 선거 관련 지역일정으로 짬을 낼 여력이 없다고 한다.

28일 오전 문방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26일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잘 될지 두고 볼 일이다.

18대 국회 상반기 문방위는 한나라당 소속의 고흥길 위원장과 나경원, 강승규, 김금래, 안형환, 이경재, 이정현, 정병국, 주호영, 진성호, 최구식, 한선교, 허원제, 홍사덕, 김효재, 성윤환(이상 한나라당), 전병헌, 변재일, 서갑원, 장세환, 조영택, 천정배, 김부겸, 최문순(이상 민주당), 김창수(자유선진당), 김을동(미래희망연대), 이용경(창조한국당), 송훈석(무소속)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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