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와 봉만대. 이처럼 언밸러스한 조합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 이질적인 조합을 JTBC <전체관람가>가 성공시켰다. 영화와 예능의 블록버스터 콜라보를 주창하는 <전체관람가>, 그 두 번째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에게 19금 에로영화의 대명사로 알려진 봉만대 감독이다.

19금 에로영화 감독이 아닌, 영화감독 봉만대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그의 이름 앞에 붙여진 수식어답게 동료 감독, MC 윤종신, 김구라, 문소리를 비롯하여, 단편 영화 제작에 돌입하여 그를 만난 제작진, 배우들은 모두 그에게 '19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봉만대 감독이 19금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에로의 종착점은 휴머니티'라던가, 사실 봉만대 감독의 장기는 '19금에 가려진 스토리'라던가 하는 동료 감독의 평가는 그럼에도 호기심어린 '그래서 19금은?'하는 질문에 묻히고 만다.

자신의 궤적이 이름표가 되어버린 봉만대 감독. 그가 야심차게 '휴머니즘 전체관람가'를 위한 '잠정' 에로영화 은퇴를 선언하지만, 매번 그에게 던져지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숙여야 하는 숙명은 예능 <전체관람가>가 보여준 봉만대 감독편의 첫 번째 관전 포인트이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통과의례처럼 19금의 질문을 넘기자 수월하게 진행된 촬영 일정. 하지만 ‘촬영 날씨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MC 문소리의 설레발이 뜻밖에 영화감독 30년(?) 인생에 발목을 잡는다. 지난 주 정윤철 감독 편이 영화보다 재밌는 메이킹이라는 평을 받았듯이, 이번 주도 어김없이 <양양>의 작명 과정에서 봉준호의 <설국열차>를 <떡국열차>로 패러디했던 봉만대 감독의 전작을 빗대, 봉창동의 <양양>이라는 작명 과정부터 시작하여 출연 계약서 등등의 과정에서 개성 있는 봉만대 감독의 영화촬영 과정이 시청자의 시선을 잡는다.

특히 한없이 유연하다가도, 촬영을 접어야 하는 악천후 속에서도 빠듯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흔들림 없이 진두지휘하는 봉만대 감독의 의지는 MC 문소리의 지적처럼, 왜 그가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19금이라는 영역을 고수해올 수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되었다.

한 편의 시 <양양>, 봉만대라서 신선했던 그리고 어쩐지 아쉬웠던

JTBC <전체관람가>는 주어진 주제 가운데 감독들이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여 15분 분량의 단편 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이다. 그에 따라 봉만대 감독은 '고령화 사회의 딜레마'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양양으로 가는 국도, 카라반을 매단 미니트럭이 경찰의 속도위반 단속에 걸린다. 규정 속도를 지켰다는 차주 하태(기태영 분)와 실랑이를 벌이다 운전면허증을 받아들고 카라반을 살펴보던 경찰. 다짜고짜 카라반의 창문이 열리며 하태의 부친 상태가 등장하며 예전 방식으로 '수고하는 경찰분에게 돈이라도 몇 푼 쥐어드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다음 장면, 불법인 카라반에서 하태의 차로 바꿔 탄 부친 상태는 연신 아들의 융통성 없음에 대해 잔소리를 늘어놓지만, 그 잔소리는 결국 아들의 차 시트에 '실례'로 마무리된다. 이어진 장면, 옷을 갈아입히려는 아들과 혼자 하겠다며 어린 아들에게 하듯 뭇매를 가하는 아버지의 해프닝은, 뇌졸중으로 자기 몸도 못 가누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모시는 아들의 힘겨운 부양의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비바람이 불어대는 양양에 도착한 부자. 형이 일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핑숍에서 형의 부재를 확인한 하태는, 형을 기다리는 대신 '잠시 아버지를 돌봐달라'는 쪽지 하나를 남긴 채 카라반을 분리해버리고 아버지에게 인사도 없이 홀로 길을 떠나버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있는 카라반의 잠긴 문이 그의 발목을 잡고, 본의 아니게 세 부자는 한 자리에 둘러앉지만 결국 형제는 난투극으로 치닫는다.

결혼하면 후에 자식에게 짐이 될까, 아버지 재산도 안 받고 홀가분하게 산다는 형 중태(권오중 분)는 '미니멀 라이프' 운운하며 아버지와 동생에게 요양원행을 강권하며 아버지를 외면하고자 한다. 그런 형에게 지난 1년간 아버지를 모신 고통을 호소하던 동생은 결국 '치사하다'는 말과 함께 뒤엉켜버리고 마는데...

정윤철 감독의 <아빠의 검>이 게임 속 캐릭터 아버지와 현실 아들과의 만남이란 판타지를 통해 '왕따에 시달린 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며 감동을 준 것처럼, <양양> 또한 현대판 고려장인 아버지 떠넘기기의 극한 현실을 사랑했던 아내와 어린 아들들을 따라나선 아버지의 '판타지'를 통해 극적으로 해결해나간다. 이 영화의 베스트 관객평인 '버릴 수 없는 정'의 딜레마, 환상을 따라 바다로 간 아버지와 그 아버지를 구하러 바다로 뛰어든 현실의 형제를 통해 누선을 자극하며 '휴머니스트 봉만대'를 증명해 낸다.

남겨진 질문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두 번째 영화를 마무리 지은 <전체관람가>는 게임과 현실의 조화, 에로영화 감독이 만든 ‘전체관람가 가족 영화’라는 신선한 시도로 감독들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숙제도 남긴다.

무엇보다 3000만 원이라는 적은 제작비와 짧은 제작 기간, 15분이라는 제한된 '단편'을 해 무엇을 그려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 질문이다. 봉만대 감독의 <양양>에서 영화가 마무리되고 던져진 '영화 속 운동화의 상징'이나, 특별출연인 김구라나 브릿지로서의 김혜나 등장의 의미에 대한 질문들처럼, 정윤철 감독의 정의처럼 '한편의 시', 그래서 서사보다 표현이나 정서로서 다가가야 할 단편영화에 대해 고민을 남긴다.

정윤철 감독이 시도했던 바 게임과 실사 영화의 결합이나, 에로 영화감독 봉만대가 만든 전체관람가 가족 영화 같은 시도는 신선하다. 하지만 방식이나 장르의 새로움과 별개로, 이들이 가족에 대해 보다 진전된 '사고'를 다루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숙제를 남긴다. 특히 봉만대 감독의 경우, 그가 고집스레 천착해왔던 '에로'라는 영역이 가진, 우리 사회 속 솔직한 욕망의 이야기가 '전체관람가'라는 틀 때문에 <양양>에서는 드리워지지 않은 채 결국 '기승전 인지상정효'로 한정된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마도 그 아쉬움은 <전체관람가>에서 봉만대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그 무엇에 대한 기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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