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나문희가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로서는 생애 첫 여우주연상 수상이요, 여든을 바라보는 노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9월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2017)에서 열연한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의 연기는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진한 울림까지 선사했다. <아이 캔 스피크>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나문희 외에 그 어떠한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김현석 감독의 말처럼, 나문희 없는 <아이 캔 스피크>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 이미지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가 맡은 나옥분은 동네에서 한두 명 쯤은 있을 것 같은 열혈 할머니이다. 동네 민원왕으로 불리는 나옥분은 구청 직원들에겐 상대하기 두려운 존재다. 어쩌다 박민재(이제훈 분)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나옥분은 영화 말미,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아픈 과거사를 드러낸다. 그리고 옥분의 용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성과 감동을 선사한다. '위안부' 소재를 차용한 것 외에 다소 평이한 전개의 <아이 캔 스피크>가 그럼에도 수많은 관객들을 울린 배경에는 역시 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의 존재감에 있었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 영화를 통해 정감 있는 연기를 선사했던 나문희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였다. 그럼에도 유독 상복과 거리가 멀었던 나문희는 배우를 시작한 지 56년 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다. 사실 나문희는 여우주연상을 받기 이전에도 누구나가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였고, 귀감이 되는 어른이었다.

나문희의 수상은 가뜩이나 여성 배우의 기근에 시달리는 영화계에 적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대부분 남성중심 서사, 남성 캐릭터 위주로 움직이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문소리와 같은 독보적인 여성 배우가 자신이 연출한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통해 나이가 들수록 입지가 좁아져가는 여성 배우의 현실을 지적할 정도다.

나문희, 제1회 더 서울어워즈 여우주연상 수상 (사진 제공 더서울어워즈)

그래서 7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주연을 맡고,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나문희의 존재감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한국 영화계에는 더 많은 나문희, 김혜자, 윤여정, 문소리와 같은 여성 배우들이 필요하다. 나문희를 앞세운 <아이 캔 스피크>가 평단의 호평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한 것처럼, 여성 배우를 앞세운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잘될 수 있다. 나문희의 성공과 수상이 그걸 잘 보여준 셈이다.

더 서울어워즈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는 오는 11월 5일 열리는 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맞게 되었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도 유력해 보이는 나문희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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