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몇 년에 걸쳐 전개된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는 복마전이 따로 없었다. 심지어 2013년 합격자 전원이 청탁받은 대상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사실에는 놀랄 수조차 없었다. 어디 강원랜드만 그랬겠는가. 현재 강원랜드를 비롯해서 10개 이상의 공공기관에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온 셈이어서 국민들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주고, 또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합니다.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민·형사 책임과 인사상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당사자에 대해서도 채용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공공부문 채용비리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은 지시였으나 담겨진 메시지가 워낙 단호해서 시기 따위는 문제가 안 됐다.

그리고 나흘 만에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5년간의 채용 전체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무려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 썩은 인사들을 철저하게 도려내겠다는 것에 특히 눈길이 간다. 그밖에도 인사 청탁자의 신분과 실명 공개, 비리 연루자의 5년간 공공부문 지원 자격 박탈 등 강력한 조치가 하나둘이 아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 등이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인사ㆍ채용비리 근절 관계장관 긴급 간담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알게 모르게 이 사회에 만연해있던 채용비리의 전모가 이번에는 밝혀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었던 만큼 정부의 이번 조치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적폐청산과 달리 채용비리는 더욱 철저하고, 의지나 의미보다는 결과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정원 정치개입, 사자방 비리, 국정농단, 공영방송장악 등등의 권력형 비리들은 사실상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직접적으로 감지하기는 어려운 것들이다. 그래서 놀라고 분노하면서도 다소 실감이 나지 않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채용비리는 그런 것들과 달라 국민들, 특히 취업준비생들에게 피해를 직접 끼친 사건들이다.

강원랜드 인사청탁 (PG) Ⓒ연합뉴스

이렇게 꿈의 직장이라는 공공부문 채용이 온통 비리로 점철되는 동안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이 청탁과 비리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절망과 좌절에 강제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채용비리는 적폐 중의 적폐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일그러진 사회 구조 속에서 젊은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며 왜 꿈을 버리고 공무원 시험에나 매달리느냐고 혀를 차던 기성세대들의 두꺼운 양심은 오늘도 변함없이 안녕하실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채용비리에 쏠린 비난여론에도 강원랜드는 청탁비리에 의한 합격자들의 처리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또한 지역 단체들도 지역 경기 등을 이유로 온정론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부정 청탁 등의 채용비리에 관련된 규정이 없다는 것도 대통령과 정부의 의지를 관철하는데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공공기관 및 유관단체 1089개에 이른다. 이 모든 곳들의 채용기록 5년 치를 탈탈 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단호한 의지 이상의 철두철미한 현실적 대책과 시행으로 적폐 중의 적폐인 채용비리를 척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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