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새로운 종류의 연대를 그린 <부암동 복수자들> (10월 18일 방송)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워야 하는 여자,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무시당하는 여자,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은 누구보다 공허한 여자. 얼핏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하거나 혹은 너무나도 부러운 존재들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가 있는 세 여자의 복수 작당 모의.

tvN <부암동 복수자들>은 전혀 공통점이 없는 여자들, 혼자 아들을 키우는 생선장수 도희(라미란), 교수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딸에게 무시당하는 미숙(명세빈), 사랑 없이 결혼해 혼외자식까지 키우게 된 재벌녀 정혜(이요원)가 ‘복수’라는 공통분모로 모여서 자신의 뜻대로 주체적인 삶을 꾸려가는 드라마다. 배경이 전혀 다른 사람들인데도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지어 남편이 바깥에서 낳아 온 자식과도 의도치 않게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 ‘복수’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부암동 복수자들>은 세 여자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게도 ‘복수’하고 싶은 사건들을 만들어준다. 도희의 딸 희경(윤진솔)은 기간제 체육교사로 취직한다. 첫 출근 날 교장실에서 체육교사라고 소개했음에도 홍상만(김형일) 교장은 희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무용교사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교사가 아닌 여성으로, 실력이 아닌 외모로 평가한 것. “태권도를 했다”는, 암묵적으로 날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내비쳤지만 팔뚝을 만지면서 “그래서 이렇게 탄탄하구만”이라고 성희롱 발언을 내뱉었다.

세 여자는 홍상만 교장이 주최한 학부모 회의에서 희경을 대신해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법적 구속이나 소송이라는 정석을 따르지 않는다. 물에 설사약을 타는, 어떻게 보면 유치하고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계획을 세운다. 저게 과연 ‘복수’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세 여자에게는 그것이 최선이며 그것마저도 실행하기 버거워 보인다. 결국 세 여자가 아닌, 정혜의 혼외자식인 수겸이 대신 교장에게 복수를 했고, 교장은 의자를 든 채 화장실로 뛰어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

복수 관련 드라마라면 으레 속도감 있고 피 튀기는 스토리 전개를 기대할 법하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그런 기대를 보기 좋게 비껴나간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느리다. 복수 대상이 정해지는 것도, 복수 계획을 세우는 것도, 무엇보다 복자클럽 멤버가 확정되기까지도 오래 걸렸다. 또한, 복수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생각하는 ‘거창하고 통쾌한’ 성질의 것이 아니라, 소소한 복수일 때도 있다.

그러나 복수를 위한 ‘연대’만큼은 그 어떤 조직보다 끈끈하다. 홍상만 교장이 도착하기 전에 물 컵에 설사약을 타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미숙은 도희를 대신해 복수를 결심한다. 학부모와의 대화가 남편 교육감 출마에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알면서도 말이다. 새로운 종류의 연대가 <부암동 복수자들>을 새로운 드라마로 만들어주고 있다.

이 주의 Worst: 주객전도 20세기 예능 <마스터키> (10월 14일 방송)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신개념 심리 게임쇼 프로그램. SBS <마스터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다. 지난 14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출연진 소개와 함께 마스터키를 가진 2인을 찾는 게임이 진행됐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마스터키>

분명 메인은 마스터키를 가진 2인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추리’가 아닌, 추리를 위한 ‘게임’에 더 집중했다. <마스터키>는 마스터키를 가진 2인을 찾는 힌트를 주기 위해 ‘100초 댄스 타이머’ 같은 게임을 진행했다. 팀원들이 차례로 춤을 추다가 정확히 100초가 되는 순간 버저를 누르면 되는 것인데, 말이 ‘100초 댄스 타이머’지 결국은 과거 커플 예능의 단골 소재였던 댄스 신고식이나 다름없었다. 지금의 예능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추억의 코너.

오프닝에서 출연진을 소개할 땐 각 플레이어의 장단점을 분석하면서 굉장히 높은 수준의 심리 게임을 하는 것처럼 기대감을 심어줬다. 그런데 춤을 추다가 100초에 맞춰서 버저 누르는 게임이라니. 그들끼리만 초조하고 긴장되는 게임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100초 타이머’가 몇 번이나 반복되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출연자들은 초 세기에 집중하느라 댄스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니, 이건 게임을 하는 것도 춤에 전념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 ‘100초 댄스 타이머’는 무려 20분을 할애해서 보여준 반면, 게임에서 승리한 팀이 마스터키를 가진 2인을 찾는 과정은 그보다 짧게 보여줬다.

SBS 예능 프로그램 <마스터키>

두 번째 게임은 “다니엘이 이성에게 뽀뽀하기 전 할 것 같은 말” 등을 맞추는 일종의 이미지 게임이었다. 마스터키를 찾기 위한 여정 중 하나일 뿐인데, 어느 순간 게임이 메인이 되어버렸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게임 예능인지, 심리 예능인지 그것도 아니면 과거 예능에서 유행했던 코너들을 모아놓은 추억팔이 예능인지 모르겠다. 제작진은 김종민에게 “20세기 댄스장인 등판”이라고 자막을 붙였는데 <마스터키>야말로 20세기 예능이다. 자막을 쓰는 사고방식도, 예능을 풀어가는 구성 방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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