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는 요즘 본래의 정체성을 잃고 인사비리의 몸통으로 떠올랐다. 심한 경우 의원 한 명이 무려 46명의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정치인인지 취업 브로커인지 분간이 어렵다고 할 정도로 혼탁한 양상이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강원랜드 입사는 한 마디로 빽들의 전쟁이었던 것이다.

요즘 청년들이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세태에 혀를 차는 기성세대들도 없지 않았지만,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이런 구조적 문제들에 훨씬 더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은 아니었나 모를 일이다. 물론 공무원 시험이라고 비리 안전지대는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단순히 국감 차원에서 끝날 일은 아니고 반드시 철저한 검찰수사를 통해 청탁한 사람이나 그로 인해 채용된 사람 모두에 대한 처벌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정감사 역시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그것은 비단 채용비리로부터 자유로운 여당뿐만이 아니라 청탁자 명단에 가장 많이 오른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입장이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강원랜드 부정청탁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왼쪽)과 염동열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 가운데 강원랜드 국감에서 두 가지 이슈가 발생했다. 언론들이 더 집중한 것은 본질과 무관한 정우택 의원과 함승희 사장간에 벌어진 가십성 해프닝이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승희 사장 사이에 거친 말이 오간 것 때문이었는데, 과거 친박 진영이었던 두 사람의 설전이라 더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의도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청년 실업난 속 채용비리는 단순한 비리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인데, 본질에 맞지 않는 엉뚱한 논란인 까닭이다.

두 사람의 거친 설전이 매우 흔한 본질 흐리기 수법이라는 의심이 괜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더불어 민주당 이훈 의원은 지난 16일 강원랜드 채용 청탁자 명단을 공개한 바 있었다. 그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역공 논리는 바로 출처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애초에 강원랜드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신상정보가 가려져 있었는데, 이훈 의원이 이들 실명을 공개한 것은 출처가 강원랜드 아닌 이외의 기관이라는 주장과 함께 요즘 자유한국당의 후렴구가 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또 얹은 것이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실 자유한국당 정권은 ‘출처’ 때문에 망했다고 할 수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을 박근혜 정권은 출처를 문제 삼아 국기문란이는 프레임으로 전환했고, 언론들의 성실한 도움을 받아 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윤회 문건 파동은 넘길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최순실 게이트로 연결됐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정리된 상황이다.

그런데 조자룡 헌칼도 아니고 또 출처를 문제 삼는 낡은 방식으로 비리를 덮겠다고 나선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알거나 혹은 스스로 해법이 없음을 자백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뾰족한 수가 없을 때에는 침묵이 방법 중 하나이다. 한편 이훈 의원은 기존 자료가 부실해서 강원랜드로부터 따로 입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Me Too’와 ‘I did that’이 대유행이다. 유명한 영화 제작자의 수십 년 된 성추행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 전체가 성폭행 고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누가 고발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 ‘Ididthat’이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용기 있는 고백을 바라지만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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